“신축(辛丑)년에 신축(新築)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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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辛丑)년에 신축(新築)하리!”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1.01.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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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신축년 소띠의 해가 되며 정지용 시인의 <향수>의 노래 말에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에서 황소걸음은 느리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듯 우리네도 힘들지만 계속해 살아가야 한다.

어언 60년 전 중학교 국어시간에 스승님께서 ‘사람은 보람 있는 일생을 살기 위해서는 일기를 써야한다’는 한 말씀이 내 가슴을 울렸다. 그렇게 1961년 1월 1일에 마분지로 1년 365일을 쓸 수 있는 노트를 만들어 일기 쓰기를 다짐하고 시작한 것이 올해 2021년이면 어언 60년의 회갑을 맞이하게 되니 나름대로 감회가 깊다.

어떤 이의 말처럼 ‘일기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60년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라는 말에 자긍심을 갖기도 하지만 교만은 금물이다. 그 내용이야 보잘 것 없는 서술이겠지만 60년이란 세월 속에 어찌 순탄한 일만 있었겠는가! 힘겨운 날 속에서 포기하고픈 마음을 달래며 매일매일 기록을 위해 어느 때는 어두운 군대 막사에서 고달픈 훈련 중에는 수첩에 메모하기도 하며 빈 날을 채워야했다.

어느덧 빛바랜 일기장에서 결혼의 서막으로 사랑의 진통을 겪었던 흔적과 한 해 동안에 인생의 희비애락을 경험했던 1973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인륜지 대사라는 결혼을 앞두고 겨울방학인 1월 한 달을 병석에 누워서 15일에 갑작스런 아버님의 별세를 맞이했으며 이미 예정된 2월 22일의 결혼식에 기쁨 반 슬픔 반으로 울리던 헤딩마치 소리……!

이것이 인생의 진면목인가, 결혼의 밀월도 채 만끽하기도 전인 4월 초파일 전날 밤 할머님의 별세로 마을에서 봄놀이 가기로 준비한 음식을 장례 치르는데 사용하는 비운의 늪에서 비통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어느새 숨차게 달려온 한해의 마지막 달 12월 18일에 첫 딸을 출산하며 다사다난하게 묘사되는 소설 같은 삶도 일기장의 한 면을 차지하게 됐다. 가끔 ‘사람은 일생동안 몇 자의 글씨를 쓸까?’하는 의문을 갖기도 하는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부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글자를 쓸 것이다.

철학자이며 지성의 대표라는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아는 지식은 사막의 모래 한 알갱이 정도라고 했으니…! 우리네의 지식이란 편협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삶의 한 조각을 쌓기 위해 우리의 하루 생활을 10진법으로 1은 한 가지 좋은 일을 하고 10은 도움을 주는 열사람을 만나고 100자의 글씨를 쓰고 1000자의 글을 읽고 1만보를 걸으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자연의 원리와 인간존엄성을 멀리하고 욕망의 바벨탑을 쌓기 위한 경제상장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다가 이제는 코로나19 때문에 공포와 허탈감에서 내일에 대한 염려로 방황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큰물고기를 잡았으나 상어 떼에 뺏기고 앙상한 뼈만 건졌다는 소설이 우리인생살이의 반영이 아닌가! 이제는 지난해에 난데없이 밀어닥친 코로나19의 태풍으로 일그러진 영혼을 회복하고 산산이 조각난 마음을 가다듬으며 생활터전에서 흩날리는 낙엽을 쓸어 모아 태우고 새 삶을 신축하는 2021년으로 탈바꿈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그간 60년 써온 일기를 비롯하여 30년간 썼던 4자녀의 육아일기와 관련된 자료와 20여 년간 간간이 홍성신문과 홍주신문에 투고한 나락들을 모아서 작은 모음집을 신축하고자 한다.

어느 글에 ‘존재를 잊어버리면 가슴을 잃는 것이고 가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 것이고 자신을 잃어버리면 세상을 잃는 것이고 세상을 잃어버리면 인생을 잃는 것이다’라는 말을 음미하며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60년 전 내 가슴을 울렸던 “보람 있는 일생을 살기 위해서는 일기를 써야 된다”는 말씀이 지금도 주름진 내 뇌리에 조용히 메아리친다. 사람은 신 앞에 연약한 존재이지만 힘들 때 강한 잠재력이 발동되고 때로는 삶을 회고하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힘을 모아야한다. “내힘들다”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다들힘내”처럼 파이팅을 외치며 신축합시다.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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