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위해선 본인이 좋아하는 일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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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위해선 본인이 좋아하는 일 찾아야”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5.0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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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초록농장 대표

과감한 투자로 힘든 시절 아내 조력으로 버텨내
지원 없이 도전했던 경험, 이젠 사업 자신감으로

 

최근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고 있다. 그중에는 농촌에서 농사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평생토록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은 그 어려움을 알기에 자식들은 농사 같이 힘든 일을 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하시기도 한다. 이정환 대표는 이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 쓰고 농사를 택했다.

이 대표의 고향은 홍동면이다. 이 대표의 부모님은 홍동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토록 살아왔다. 이 대표는 농사가 본인의 일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대학교를 나와 홍성 인근 지역 리조트 회사에서 근무했다. 리조트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돼 경기도 지역에서 근무할 때까지도 이 대표는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5월 이 대표는 홍성에서 큰 외식 사업을 시작한다는 친척을 돕기 위해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그때 식자재인 외국고추, 루꼴라, 허브 등의 특수작물들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식자재가 정말 비쌌어요. 그래서 이걸 한번 키워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정식 통관으로 몇 가지 작물을 들여오고 외국 영상을 보면서 재배 방법을 연구했죠. 실험삼아 시작한 특수작물이 재배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 대표는 농사를 짓고자 마음먹었지만 어려운 일투성이였다. 우선 당신들이 평생 해온 농사일을 대학까지 가르친 아들이 한다는 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은 어려움의 시작일 뿐이었다.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하고 부모님에게 땅을 빌렸다. 그곳에 비닐하우스를 만들 자금은 스스로 구해야했다. 대전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고 타 지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도, 별생각 없이 홍성군 주소를 유지했던 이 대표는 귀농귀촌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는 사업을 위해 그동안 직장을 다니며 모았던 자금을 알뜰히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4월 하우스 2동 700㎡(220여 평) 그리고 노지 1000㎡(300평)으로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 농사는 거짓말처럼 성공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또다시 도전을 선택했다. 그해 겨울 농장규모를 늘리고 재배 품종은 줄여나갔다. 지난 2020년에는 하우스를 3300㎡가량(1000평)으로 늘렸다. 그 과정에서 도에서 진행하는 청년 농부사업에 선정돼 자금적인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모든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농장 투자로 힘들었던 시절, 아내가 많은 힘이 돼줬어요. 농업을 시작할 때도 지원해줬고 홍성에 내려와서 농장 규모를 늘릴 때도 생활을 아내의 소득으로 했어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농사에는 아내의 노력이 많이 포함돼있어요.”

아내의 믿음으로 버틴 초록농장은 이제 단순히 농장을 유지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주민들을 유치하기 위한 농촌 체험형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다. 농업작물 쪽으로는 커피, 레몬 등 아열대 작물들을 실험하고 있다.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업을 이끌었던 경험은 이제 새옹지마로 돌아와 어려운 일이 닥친다 해도 잘 해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이 대표는 바쁘게만 살았던 외식업에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해볼 때 지금의 삶이 너무도 행복하다. 일하러 나갈 때 매일 설레고 기쁘다. 힘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농사가 힘들지만 일하며 동시에 치유가 되는 느낌이다. 이 대표는 이런 경험을 지역에서 만나는 귀농귀촌인들에게 이야기 해준다. 

“쉽고 좋기만 한 일은 없어요. 제가 작물 재배하는 것이 좋지 않다면 농사는 단지 힘든 일이기만 했을거에요. 농촌의 삶에 정답은 없어요. 농촌에 정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농귀촌하려는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이 대표는 홍성에 오는 귀농귀촌인들에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귀농귀촌은 농사를 지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 사는 것이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농촌. 이 대표는 점차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을 살리는 길은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도시의 삶보다 현재의 삶이 좋다는 이정환 초록농장 대표의 귀농귀촌인들에 대한 당부는 이러한 즐거운 삶을 다른 이들에게도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의 조언으로 농촌에 정착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면 그의 행복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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