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밖으로 나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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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밖으로 나가보라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7.15 08:3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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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의 굴곡 때마다 정파나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험난한 시대를 살았다. 결코 시대적 상황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어떤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 맞닥뜨려 있는가, 그 흐름은 어디에 도달할 것인가’ 이런 명제 앞에 두려운 이유다. 요즘 정치 불안, 경제 불안, 사회 불안 등이 난무하는 현실 앞에 삶이 여간 고달픈 게 아니다. 이를테면 치유, 불안, 분노가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러하지만, 이 시대의 민주주의는 최고의 사회적 공공선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인간 삶의 근본을 바꾸는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삶이 위태롭고 주변의 무관심과 탐욕이 난무해도, 문화가 진화하면서 융합된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위로할 일이다. 이런 과정에서 역사는 변혁의 차원에서 발전하고 휩쓸려 왔다. 

위기를 만났을 때, 반전을 노리고 변화하는 조건에 담담하게 상황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다. 삶은 나의 다큐멘터리를 쓰는 거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일 수는 있지만,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힘든 날은 아닌 것이다. 인생이란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다. 변화의 주기 또한 매우 짧다. 불철주야 노력을 해보지만, 한계와 맞닥뜨릴 때가 많다. 그런데도 인생에서 변함없는 타개책이라면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자세로 사는 일이다. 우리는 가상이 실재를 초월하는 시대와 맞닥뜨려 있다. 암호화폐는 ‘돈’을, 인공지능은 ‘지능’을, 소셜 미디어는 ‘현실’을 가상화한다. 페이스북, 알파고, 비트코인 등이 가상기술의 산물이다. 그 진화는 통제 불가능이며 실재를 초월하고 정말 위협적이다. 조금만 눈을 들면 넓은 세상이 보이지만 자기가 사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서서 그 현실을 살아내는 게 만만찮다. 컴퓨터 등의 ICT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이 현실보다 더 짜릿한 미디어 세계를 표방하며, 진짜 같은 가상 미디어 세상을 열어 간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가상되는 시대 앞에 서 있는 것이다.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부류가 나라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다가온 것이다. 변화가 다채롭기 이를 데 없고 숨이 막힐 듯하다. 

가상기술은 인류를 새로운 단계에 던져놓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는 과거의 누군가가 예측했을 미래다. 이렇듯이 창의성과 통찰력을 요구하는 미래 사회는 공부한 것을 현실에 접목하는 힘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공부할 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지식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한 것이다. 구태여 아리스토텔레스를 호출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영원히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들이 만든 욕망의 굴레에 갇혀 살아간다. 우리 삶에서 제기되는 문제, 부딪치는 현실 자체도 복합적이고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그 해법 또한 단순하지 않다. 미래 사회는 기존의 전공과 분야라는 경계를 넘어 여러 가지 생각을 융합해냄으로써 새로운 지적 환경에 적응하는, 적극적이고 융합적인 지적 태도를 부른다. 다만, 어느 분야에나 천재라 불리는 사람은 있다. 우리는 그들을 전체를 먹여 살리는 1%라 부른다. 그렇게 보면 인간은 얼마나 허약하며, 또 얼마나 위대한가. 

숨 가쁜 경쟁의 일상에서 꽉 막힐 때 멈추지 않고 성장하려면,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는 일이 최선이다. 부분을 검토하고,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작은 실천 만이 또 다른 ‘미래의 나’를 만들어 주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자신을 거듭 신뢰하는 것이다. 내공이 한층 깊어진 나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어떤 단계에서는 만족함을 알고 욕망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겠지만, 이 모든 과정이 그 자체로 큰 기쁨이어야 한다. 공기의 저항이 없으면 독수리가 날 수 있겠는가, 물의 저항이 없으면 배가 뜰 수 있겠는가. 자신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최종 목적지로 스스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화성 탐사선을 띄운 과학자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다. 그의 주도로 달 유인 착륙선과 화성 탐사선을 보낼 수 있었다. 천체생물학에서 독보적 업적을 쌓은 그를, 역사가 기억하는 바탕에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있었다. 이제는 학문에서뿐만 아니라 기술 문명, 정부 공공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피터 드러커는 장점을 강화하는 길만이 단점을 약화해 나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는 이 세상, 그 모든 게 멋대가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 안의 위대함을 되찾는 행복한 혁명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대해보는 것이다. 소설가 박범신은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라”고 말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것으로든 유용한 길잡이가 되고 서로의 스승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평온할까. 급격한 변화 앞에 두려울 일이 있겠는가.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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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2021-07-16 23:16:18
ㅋㅋ머라노

2021-07-15 21:00:04
너무 잘 읽고 갑니다~~~^.^

주호 2021-07-15 13:38:19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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