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골 남원공설시장, 살 것·볼 것 많은 문화관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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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골 남원공설시장, 살 것·볼 것 많은 문화관광시장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07.3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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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5〉
남원의 춘향골공설시장의 모습.

전통시장, 덤으로 상징되는 정(情)이 있는 곳, 인간적인 거래 이뤄져
 이도령·춘향의 애틋한 사랑가 울려 퍼지는 삶의 향기가 가득한 시장
문화관광 연계, 비즈니스 전략 통해 문화관광형 전통시장 면모 갖춰 
전통시장 활성화 걸림돌, 지역 인구 지속적인 감소·시장 이용객 감소

 

옛날의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오늘날의 대형마트와 달리 다양한 기능을 갖춘 활기찬 공간이었다. 조선시대에는 5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때 시장은 5일에 한 번씩 모여 갖가지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의 공간, 다른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는 사교의 공간, 별의별 맛있게 먹을 것이 많았던 공간, 사람들을 더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해 놀이패들의 놀이를 즐기는 오락 공간 등의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시작된 근대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의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교통이 발달하며,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지방의 시장들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백화점과 마트 같은 현대적 상권에 밀려 거의 궤멸 상태까지 갔던 전통시장에 숨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으로 전통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고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서 전통에 대한 향수를 지닌 사람들이 시간을 품고 있는 이야기와 덤으로 상징되는 정(情)이 있는 곳, 인간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전통시장을 찾기 시작한 탓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거래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특히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만의 문화와 덤이 있다. 전국 어딜 가나 동일한 색을 가지고 있는 대형 유통망들이 제공해 주지 못하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색을 입히고,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 고유의 역할을 넘어서는 공연, 전시, 체험 등 다양한 융합콘텐츠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춘향골의 남원공설시장을 비롯한 전통재래시장은 이미 그렇게 문화와 스토리를 입혀 에누리와 정이 넘치는 삶터로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남원의 춘향골공설시장의 모습.

■ 춘향골의 남원공설시장을 아시나요?
전북 남원의 춘향골 남원공설시장은 1392년 조선의 건국과 동시에 성외시장으로 시작된 6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1970년대 광한루원 확장공사로 300여m 이동해 현재의 위치에 정착해 남원의 문화와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시장의 먹을거리는 순대국밥이 유명하고, 산나물, 약초, 제기, 전통 담금질로 만든 남원 칼, 김부각 등이 간판상품이다. 최근에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이도령과 춘향이의 애틋한 사랑가가 울려 퍼지고 있는 삶의 진한 향기가 가득한 전통시장이다.

남원재래시장은 조선시대부터 1970년까지 현재 남원 광한루원인 천거동 178번지 부지에 5일장으로 형성돼, 남원지역과 인근 시·군의 농·수산물과 생활용품 등을 공급해 왔다. 1970년 12월 남원지역 발전을 위한 광한루원 확장으로 인해 남원재래시장은 사라지고 대신 남원시 금동 262-1번지 외 12필지에 상설시장인 춘향골 남원공설시장을 건립했다. 남원공설시장의 대지면적은 1만 7463㎡로 규모가 전국 평균인 4639㎡의 약 4배 규모로 큰 시장이다. 남원도심과 서남부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어 입지 조건도 양호하다. 매장면적은 5259㎡, 건축면적은 7747㎡이며 점포는 376개가 개설돼 있다. 총 8개 동으로 구성된 점포에 회원수도 170여 명이며, 주차장은 390㎡로 2개소가 갖춰져 있으며 깔끔한 화장실도 2개소가 있다. 입점해 있는 점포로는 의류, 포목, 한복, 건어물, 생선, 기물, 식도, 한약방, 약초, 건강원, 피혁, 가방, 신발, 식육점, 채소류, 슈퍼, 잡화, 식품류를 비롯한 잡화류, 그릇, 건어물, 생선, 과일류, 제사용품 등 모든 생활필수품을 갖추고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이용객들이 선호하는 시장이다.

남원의 춘향골공설시장의 모습.
남원의 춘향골공설시장의 모습.

장날에는 시골 아주머니들이 채소류, 곡물 등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 광주리에 이고 나와 옛 삶의 정취를 그대로 맛볼 수 있으며, 수산물은 남해안 또는 여수 아주머니들이 싱싱한 어류를 가지고 와 판매하고 있다. 먹거리로는 남원공설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순대국밥이 유명하며, 인근에는 은어회, 추어탕, 산채 한정식, 민물 매운탕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남원지역 특산물로는 지리산 약초, 남원식도, 목기류 등 전통이 몽땅 구비돼 있는 서남권의 중추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인근의 가볼만한 관광지로는 남원 광한루원 , 남원관광단지, 만인의총, 교룡산성, 지리산 육모정, 뱀사골 등 볼 곳도 참 많은 곳이다.
 

■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 면모를 갖춰
1970년대 개장한 남원공설시장의 이용객과 상인들의 편의를 위해 직사광선 차단과 눈·비 등을 막을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구조의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시장의 현대화에 나섰다. 지난해 남원시는 1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설시장 중앙통로 117m와 8동 앞에 40m 규모의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전통시장의 아케이드 설치로 비가 오거나 더운 날씨에도 상인뿐만 아니라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3년에는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에 응모, 최종 선정돼 3년 동안 16억 원 규모를 지원받아 6억 2000만 원을 투입, 시장의 부족한 문화공간 5개소(상인문화센터, 요리공방, 문화 쉼터, 춘향골 홍보관, 춘향골 방송국)를 조성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남원시의 풍부한 자원(문화예술, 관광, 농업)을 활용한 공설시장만의 문화관광창업 활성화와 남원시민의 문화적 감수성, 시장상인들과 소통하는 지역공동체 문화관광창업의 중심지로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구체화한 문화관광형 전통시장으로의 면모를 갖추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시장신문발간, 이야기지도 등 시장의 디자인 개발 사업은 시장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또 야외 광장 조성사업 역시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행사와 시민들의 쉼터와 휴식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을 기반으로 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지역의 문화관광 창업과 새로운 인력창출로 창업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남원공설시장은 단순한 문화재 관광을 넘어 남원시의 문화와 관광, 농촌마을자원을 입체적으로 엮어내면서 복합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남원시만의 도시문화관광프로그램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남원공설시장만의 문화관광비즈니스 창출로 지역 전통시장의 새로운 비전과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남원의 춘향골공설시장의 모습.

한편 전통시장의 또 다른 매력은 분명한 추억거리를 느끼고 맛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통재래시장 활성화의 관건은 우선 상인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전통재래시장을 보면 대부분 상인연합회가 잘 운영되고 있고, 친절교육, 위생교육, 마케팅전략 교육 등을 수시로 실시해 성과를 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5일 전통시장 활성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지역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른 시장 이용객 감소를 꼽을 수 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현대화 사업이 일부 시장에서는 오히려 손님이 줄어 활성화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지자체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는 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는 판단이 그것이다. 

결국 전통시장 살리기가 시설현대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전통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설 현대화가 중요한 건 분명하다. 노점상 질서 유지라든가 위생수칙 준수, 포장 개선, 상품가격표시제, 원산지 표시 등 자치단체가 지원해야 할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다시 찾고 싶은 전통재래시장’으로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상인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그 지역만의 특별한 ‘무엇’이 있어야 할 터이다. 무엇보다 고객응대 등 서비스에 대한 상인들의 의식 전환과 특별히 매력적인 상품, 지역을 홍보하면서 팔 수 있는 전통시장만의 특산품이 없고서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마다 시장만의 개성과 특성,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편·불친절·품질불량 등 과거의 잘못된 선입견부터 없애야 한다. 오늘날 전통재래시장이 살아남은 것은 인정이 넘치고, 삶의 애환과 지역의 문화가 살아 숨쉬기 때문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남원의 춘향골공설시장의 모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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