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살아남으려면 “현대화만이 능사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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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살아남으려면 “현대화만이 능사가 아냐”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10.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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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12〉
홍성전통시장 전경.

전통시장 환경·경영현대화 통해 지역상권 활성화, 유통산업 성장 도모
전통시장 단순히 상품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거래하는 문화공간
전통재래시장 고질적 문제 해결, 젊은층을 포용하는 콘텐츠 개발 필요
다시 찾고 싶은 전통시장, 불편·불친절·품질불량 등 선입견부터 없애야

 

우리의 생활에 있어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소매유통과 주민들 삶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하지만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욕구와 구매 행동 등 주변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어 주목된다. 전통시장들이 비효율적인 경영, 조직화와 협업화 부족, 시설 낙후성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에선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4년 10월 22일 제정한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2006년 4월 28일 ‘재래시장 및 상점가를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했다. 이어 2010년 6월 8일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전문을 개정하는 등 전통시장의 환경과 경영 현대화를 통해 지역상권의 활성화와 유통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전통시장육성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전통시장에 총 1조 5711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문제점들이 속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투입에 비해 전통시장 수와 매출액이 매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610개에서 2012년 1517개로 93개 시장이 없어졌으며, 전통시장의 총 매출액은 2006년 29조 8000억 원에서 2010년 24조 원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계에서 보듯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현대화 사업이 일부 시장에서는 오히려 손님이 줄어 활성화 등급이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성과가 투자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시설물 개선에 치중하면서 정작 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정체성 확립이나 시장 특유의 개성을 살리는데 실패하면서 소비자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지자체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는 것으로 결국 전통시장 살리기가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전주남부시장 내부 전경.

■ 전통시장 인식 제고, 혁신안 새로 마련해야
지난 2002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하면서 들어간 예산은 무려 2조 원에 이른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전통시장과 시장 활성화구역, 상점가 시설현대화사업 등에 국가가 최대 60%의 보조금을 보탰다. 그 결과 아케이드가 설치되고 시설물 개보수, 주차 공간 확충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결국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전통시장 수가 줄어들고 매출액과 이용객이 감소하는 등 허점은 여전하다는 평가이기 때문이다. 낙후된 시설 개선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 중심의 시장 정체성 찾기에 실패했고, 경영 합리화와 상인의식 개선 등을 통한 시장 활성화 노력에 소홀히 하면서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건축물과 시장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사업 환경 등 전통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현대화 사업의 부작용을 키운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향상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사업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리더십과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고 시장 발전에 대한 상인 간 이견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겉모습이 번듯하다고 해서 소비자의 발길을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쏠림현상도 문제이지만 시장도 편의성이나 쾌적한 환경, 서비스의 질적 수준, 가격에 대한 신용 등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 전통시장이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거듭나려면 현대화의 기본 방향에 대해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시장의 고유한 기능과 친밀도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 제고, 다양한 콘텐트 개발 등 혁신안을 새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체계적인 로드맵이 없이는 아무리 예산을 쏟아 부어도 전통시장을 되살리는 데는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주목할 일이다.
 

안성중앙시장 내부 전경.

■ 지역만의 독특한 색, 문화와 스토리 입혀야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지역의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교통이 발달하고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지방의 시장들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백화점과 마트 같은 현대적 상권에 밀려 거의 궤멸 상태까지 갔던 전통시장에 숨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으로 전통시장의 현대화 작업이 이뤄지고 경제 여건이 좋아지면서 전통에 대한 향수를 지닌 사람들이 시간을 품고 있는 이야기와 덤으로 상징되는 정(情)이 있는 곳, 인간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전통시장을 찾기 시작한 탓이다. 오늘날의 전통시장은 단순히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거래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무튼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만의 향수와 문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 전국의 대표적 전통시장의 취재를 통해서 어느 시장을 가더라도 동일한 색을 갖고 있는 대형 유통망이 제공해 주지 못하는 지역만의 독특한 색을 입히고, 물건을 사고파는 전통시장 고유의 역할을 넘어서는 공연, 전시, 체험 등 다양한 융합콘텐츠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시장은 이미 그렇게 문화와 스토리를 입혀 혁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이것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고객들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통영중앙시장의 내부 전경.

지난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전통시장의 현대화 사업이 각지에서 추진돼, 전통시장은 단정하게 정비가 되고 많은 불편함이 해소되기도 했다. 이제 앞으로의 남은 문제는 순전히 시장 상인들의 몫이 되고 있다. 전통재래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시장상인회 등을 중심으로 스스로 해결하고, 젊은 층들을 포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전통시장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 문화콘텐츠의 장으로 지역 여행의 중심이 되고 지역과 지역의 특산품 등의 상품을 알리는 대표적인 안내자와 홍보맨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설 현대화가 중요한 건 분명하다. 노점상 질서 유지라든가 위생수칙 준수, 포장 개선, 상품가격표시제와 원산지 표시 등 자치단체가 지원해야 할 부분도 여전히 많다. 그래도 ‘다시 찾고 싶은 전통시장’으로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분명한 것은 상인들 스스로의 자구 노력만한 게 없을 것이라는 주문이다. 무엇보다 고객응대 등 고객서비스에 대한 상인들의 의식 전환과 특별히 매력적인 상품이 없고서는 주 고객인 이웃의 사람들을 시장통으로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시장마다 개성을 살린 정기세일 등을 비롯해 물품경매 행사 등 주민친화적인 적극적인 마케팅 등을 정지적으로 벌여야 한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불편·불친절·품질불량 등 과거의 잘못 인식된 선입견부터 없애는 일이 급선무다. 오늘날 전통시장이 살아남은 것은 인정이 있고, 삶의 애환과 추억이 남아 있으며, 지역의 문화가 살아 숨쉬기 때문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끝>

전주남부시장의 가구거리 전경.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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