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장문이 열린 곳 ‘나주목사고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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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장문이 열린 곳 ‘나주목사고을시장’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1.10.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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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활성화, 그곳엔 삶과 문화가 흐른다 〈10〉
나주목사고을시장 입구.

 1470년 ‘장문(場門)이라는 이름의 시포(市鋪) 나주에서 처음 열렸다’
나주읍내장 명맥 이은 성북오일시장과 상설시장 금계매일시장 통합
나주목사고을시장, 장옥 112개 매대 중 50여 개 수산물의 비중 높아
어물전 대표 생선 홍어, 남도의 대표 생선 근래 전국으로 소비 확산

 

‘나주목사고을시장’은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나주목사(羅州牧使)가 행정을 보던 곳이라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하고 있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라도 남부의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나주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이다. 나주의 자부심이나 정체성에는 우리나라에서 시장의 시초가 열린 곳이라는 역사성과 삶의 문화도 함께 하고 있다. 

나주읍내장인 나주목사고을시장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전기에 닿는다. 1470년(성종1년)의 ‘중종실록’에 ‘장문(場門)이라는 이름의 시포(市鋪)가 나주에서 처음 열렸다’는 기록으로 볼 때, 나주와 무안의 장시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시장이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1473년(성종4년) ‘성종실록’에도 ‘전라도 나주, 무안지역에서 흉년의 자구책으로 시포(市鋪)를 열고 장문(場門)이라 칭하는 교환과 교역기구를 만들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장문(場門)은 시장(市場)을 말한다. 기근이 들었을 때 지역의 백성들이 궁여지책의 장시(場市)를 열어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이어갔던 곳이다. 하지만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시대에 상업인구가 늘어가는 것을 우려한 호조에서는 이를 굳이 금지시켜 천년에나 한 번 있을 기회를 잃었다. 이에 나주목사 이영견(李永肩)이 장시 금지령을 철폐해줄 것을 호소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장시(場市)가 처음으로 열린 곳은 바로 전라도였고, 전라도에서도 나주, 무안, 함평 등의 여러 읍은 서남해안지역이면서 영산강을 가운데 끼고 나주평야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는 미곡지대로 물산이 풍부한 곳이었다. 이렇듯 물산이 풍부하니 교역 또한 번성했을 것이고, 시장 또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출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주와 무안지역은 영산강을 비롯한 강(江)과 천(川)들로 인해 만들어낸 비옥한 토지와 평야지대로 농수산물이 풍부한데다 영산강의 물길과 서해바다를 이용한 교역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나주 등 영산강 유역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시장이 개설될 수 있었던 이유다. 
 

■ 금계매일시장·성북오일시장 통합 이름 바꿔
나주목의 동헌 터에 있던 상설시장인 금계매일시장과 성북오일시장이 통합돼 지난 2012년 ‘나주목사고을시장’으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개설됐다. 한 때는 야시장과 토요시장도 함께 열렸으나 지금은 폐지됐다고 전한다.

나주목사고을시장은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전국 50여 개 특성화 시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성과평가 결과 A등급을 달성했다. 나주목사고을시장은 지난 2012년 전통우수시장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지정된 바 있다. 매일 문을 여는 마트동과 전통 5일시장이 어우러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일장은 매 4일과 9일에 열린다. 왁자지껄 놀토장터 운영, 유관 기관과 협력을 통해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해 오고 있다.

나주목사고을시장은 광주전남지역 전통시장 최초로 비대면 온라인 판매 방식인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해 회당 평균 매출액 500여 만 원을 달성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워진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무목사고을시장 안내도와 조형물.

나주목사고을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특성화사업은 전통시장 유통환경 개선과 고객 장보기 편의를 위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써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하고 있다.

나주목사고을시장은 나주읍내장의 명맥을 이은 성북오일시장과 상설시장인 금계매일시장을 통합, 2007년 5월부터 2011년까지 111억 원을 들여 시설현대화사업을 완료해 마침내 2012년 1월 목사고을시장으로 개장, 2월부터 새로 문을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체 2만 7338㎡의 부지면적에 4923㎡의 건축면적으로 새로 조성됐다. 

나무목사고을시장 안내도와 조형물.

시장에는 공설마트 40개 점포, 5일시장 112개 점포, 음식점 9개소, 노점 309개소 등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고, 상설 무료주차장에는 268면이 잘 갖춰져 있다. 나주목사고을시장은 상설시장과 오일시장이 같이 있는 최초의 퓨전시장이다. 나주목사고을시장에는 나주를 대표하는 대표 먹거리인 전통젓갈김치를 비롯해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 나주 곰탕, 고소한 튀김, 제비쑥인절미와 다양한 떡 등이 음식점에서 손님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으며 반긴다.


■ 알싸한 맛의 홍어 등 어물, 수산물, 젓갈 풍부
나주목사고을시장에는 장옥의 112개 매대 가운데 50여 개가 어물전과 건어물전일 만큼 수산물의 비중이 높다. 장에 나온 수산물은 붕어, 미꾸라지, 대갱이, 가물치, 조기, 민어, 갈치, 병치, 낙지, 문어 등 민물과 짠물을 가리지 않고, 생물과 건어물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주목사고을시장의 어물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선이 있으니 바로 홍어다. 홍어는 남도의 대표 생선이지만 근래에 전국으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목사고을 정기시장에서 거래되는 홍어는 모두 수입산이라고 한다. 국내산인 신안의 흑산도 홍어는 내놓으면 색이 변한다고 하는데다 값이 비싼 탓에 찾는 사람도 드물어 아예 내놓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국내산 홍어가 없는 장터에서 먼 길을 건너온 수입산 홍어가 마치 웃는 듯하다.

나주목사고을시장 내부전경.

국내산 홍어는 오일시장 건너편의 상설시장인 ‘공설 아트동’에 가면 구할 수 있다. 두 군데 가게에서 요리는 하지 않고 홍어회만 포장 판매한다. 굳이 국내산 홍어요리와 회를 함께 맛보고 싶다면 영산포의 ‘홍어의 거리’로 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설시장의 홍어요리집을 찾아도 된다. 상설시장의 홍어요리집인 ‘배꽃마을’ 식당에서는 홍어를 이용한 모든 메뉴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홍어회, 홍어무침, 홍어찜, 홍어전, 홍어탕, 홍어 전골, 홍어애국 등과 이를 모두 아우르는 홍어 한 상까지 있다. 무엇을 먹든 홍어의 알싸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홍어찜이 가장 강한 맛을 낸다. 

매년 4월 유채꽃이 영산강을 물들일 때면 강에는 황포돛배가 흐르고 둔치에서는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흑산도 주민들이 왜구를 피해 영산강의 하류인 영산포에 강제 이주해온 역사의 연결고리를 홍어에서 본다.

나주목사고을시장 내부전경.

전통시장에 어물전이 있으면 젓갈전도 있게 마련이다. 숭어, 멸치, 전어, 황석어, 까나리, 밴댕이 등 생선도 젓이 되고, 바지락, 소라, 굴 등 조개도 젓이 되어 삭혀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창난젓, 대창젓, 돔배젓, 또라젓, 속젓, 부레젓, 아감젓 등 생선의 내장과 아가미도 젓이 되어 곰삭고 있다.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과 내장까지 젓으로 만들어 먹을 줄 아는 우리의 음식문화가 새삼 신비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나주목사고을시장 내부전경.

한편 나주목사고을시장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시장 광장에 보물 49호인 동점문 밖 ‘석당간’을 조형물로 세웠다. ‘석당간’ 조형물은 ‘나주의 땅 모양이 배 모양이기 때문에 당간을 돛대 삼아 세우면 안정된다’는 풍수설에 따라 세운 ‘석당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또 나주의 대표적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거울 타일과 유리타일로 금동관, 나주 배, 나주 쌀, 홍어, 황포돛배, 영산강 등을 이미지화해서 나주목사고을시장의 새로운 부흥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상인뿐만 아니라 시장을 찾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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