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가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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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의 꽃〉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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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21〉
이화자(82) 〈마당가의 꽃〉 36×26㎝ 싸인펜.

이화자(82) 할머니 또한 그림방에 처음 오셨을 때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갔어도, 허리가 굽었어도 젊었을 때의 분위기 그대로였습니다. 어쩌면 한 생을 커다란 굴곡 없이 평탄하게 살아오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의 이화자 할머니 집은 유달랐습니다. 이화자 할머니 댁 앞으로 학교를 오고 갔기 때문에 늘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양옥집을 짓는 시대에 한옥을 지으셨고 대궐 같이 큰 집을 광택이 나도록 가꾸셨습니다. 저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는데 젊은 이화자 아주머니가 이따금 마당에 나와 키질을 하곤 하셨습니다. 마당가에는 과꽃이며 맨드라미가 붉게 피어 있었습니다.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으로 견학을 가는 날 이화자 할머니는 ‘우리 집이 거기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남문동에서 옮겨다 지은 한옥이 미술관 옆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화자 할머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에서 이응로 화백의 그림 〈옛집〉을 보면서는 이화자 할머니의 옛집이 생각나시는지 ‘마음이 좀 그러네!’ 하셨습니다.  

우리 일행은 미술관을 나와 이화자 할머니의 옛집인 한옥을 보러 갔습니다. 앞서가던 최정자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집 대들보꺼정 닦은 사람이여! 저이가 부르면 달려가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 대들보를 걸레로 닦았당께! 그때가 재미있었는디! 네 집 내 집이 따로 없었지!’ 이화자 할머니가 대꾸하셨습니다. ‘몸살 났다고 해서 내가 약도 지어다 주지 않았남?’ 이슬비를 맞으며 서서 우리 일행은 깔깔깔 웃었습니다. 이화자 할머니의 〈마당가의 꽃〉은 옛집 마당가에서 키질하던 날에 피었던 꽃들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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