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천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는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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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천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는 목사님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1.12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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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침례교회 최윤종 담임목사
지난 8일 오후 홍성침례교회에서 만난 최윤종 담임목사.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 육지에서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앉으사 배에서 무리를 가르치시더니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 

신약성서인 누가복음에 나오는 이 구절에는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시몬 베드로가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는 예수의 지시에 순종해 많은 고기를 잡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갈릴리 호숫가 깊은 곳에 시몬의 그물이 던져진지 2000여 년이 지난 현재, 홍성천 깊은 곳에도 그물을 던지는 사람이 나타났다.

지난 9월부터 홍성천에 들어가 물속에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정화 활동을 하고 있는 최윤종 홍성침례교회 담임목사는 30여 년 전인 1988년 문학의 밤 행사에서 주기철 목사(1897~1944) 역을 연기하며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항일운동을 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를 연기하며 목회자의 길을 결심했지만 최 목사의 신조는 ‘사이좋게’다. 

“인간이라는 단어에도 사이라는 뜻이 포함되잖아요. 모든 것은 관계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는 화해와 일치가 있는 사이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화해와 일치는 사람과 사람간의 화해와 일치, 사람과 자연간의 화해와 일치를 의미해요. 생명체들의 공존과 화합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자연이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에서 태어나 홍남초등학교(21회), 홍주중학교(14회), 홍성고등학교(44회)를 졸업한 최 목사는 큰 시장에서의 옛 기억, 팽이를 치고 썰매를 타던 놀이터로서의 역재방죽, 추억의 극장인 동보극장을 향수로 간직하고 있다. 

“향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곳, 홍성을 다음세대들에게 어떤 지역으로 물려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우리 지역이 이 세상의 한 영역으로 깨끗하게 유지가능하고 생명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인 채로 다음세대에게 전달되기를 희망해요. 우리는 지금 다음세대의 것을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때문에 그들에게 건네줄 세상을 정원을 가꾼다는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정성껏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9월부터 직접 물 속에 들어가 버려진 쓰레기 수거
“자연과 사람이 화합과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경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최윤종 목사의 홍성천 정화 활동 모습.

최 목사는 홍성천 정화 활동을 하며 씁쓸한 경험도 했다. “사실 물속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물건은 비닐장갑이에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와서 산책로 주변 정화활동을 하고 난 후 착용했던 비닐장갑들이 종종 버려지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환경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이 공유되고 확산돼 앞으로는 이런 쓰레기들을 마주하지 않기를 바라요.” 

그는 홍성천에 살아가는 동물들을 관찰하며 영상으로 담고 있기도 하다. “제가 동물에 관심이 있는 동물애호가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생명체의 보존, 상호 공존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홍성천의 생태환경을 바라보며 경이로움과 애틋함을 느껴요.”

끝으로 최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환경이라는 말 자체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전체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고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저 또한 그 안에 포함돼있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실천에 옮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이 활동을 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나라가 급격한 산업화를 거쳐 오면서 환경문제를 간과했다는 것은 부정할 순 없지만 최근 기후변화 협의체인 IPCC와 연대하며 탄소제로를 위한 노력에 활시위를 당긴 것은 큰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각자 조금씩 힘을 보내자는 게 제 소망입니다. 환경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닌 발등의 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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