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제하고 내가 시험보고 채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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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출제하고 내가 시험보고 채점까지
  • 김주호 <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
  • 승인 2022.05.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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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래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이 선대(태종)의 실록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 이유는 부왕 태종이 수많은 악행(나름대로 이유는 있음)을 저질러서 사관(史官)들이 아버지의 치세를 어떻게 평가하고 기록했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왕이라도 선대의 실록을 볼 수 없다는 불문율에 어쩌지 못하고 사관들에게 통사정했으나 사관들이 ‘우리 목을 베고 나서 보십시오’라며 강하게 반발해 끝내 실록을 보지 못했다. 

보지 못하게 한 이유는 너무도 뻔하다. 그것을 보게 되면 사관들이 올바른 역사기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일 세종의 증손자 되는 성종대왕이 또 선대의 실록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그 이유는 조부이신 세조(수양대군)가 많은 악행을 저질러 그 치세를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으나 세종대왕 때처럼 사관들의 강직함에 물러서고 말았다. 후기에 들어와 정조대왕이 선대의 실록을 보고자 했으나(부왕이신 사도세자의 참변 및 붕당) 역시 사관들의 강직함에 물러서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선대의 실록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던 세종, 성종, 정조대왕은 조선왕조 3대 군주로 꼽힐 만큼 훌륭한 군주였으나 실록을 보려고 했던 전과(?)까지 기록되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올바른 역사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제왕의 권능으로도 실록을 볼 수 없도록 했는데 우리 왕조시대에 이 기록을 들춰본 유일한 군주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쫓겨난 '연산군'이었다 생모의 사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아보고 무자비한 피의 숙청을 예정하고 사관들의 목을 벤 다음 실록을 열람했다. 똑같이 쫓겨난 광해군도 실록은 보지 않았으니 가히 폭군 연산이다. 

노무현 정부 말년에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만들어 노무현 정부 5년간의 공과를 기록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는데 과는 없고 공(?)만 기록하자 정치권과 언론, 국민들이 이것은 응시자가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채점도 응시자가 하는 격이니 100점을 못 맞는다면 그게 이상한 경우라고 질타를 하자 슬그머니 물러나고 말았다. 당대의 치세는 당대의 내 사람이 기록하는 게 아니고 먼 훗날 사가들이 냉엄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게 돼 있고, 당대의 평가는 언론에서 다 하고 있는데 굳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며 치적을 기록하려고 하는 이유는 어떻게 하든 자기의 치세를 미화해 명군으로 남고 싶어 그러겠지만 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이니 그 사람의 치적(?)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미련하게도 문죄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본떠 사관(내사람)을 시켜 실록을 만들어 공포했으니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또 있겠는가! 당연히 문죄인 정부의 치적은 100점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썼던 강직한 사관들이 있었기에 조선왕조 실록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당당히 등록이 됐던 바, 내가 출제하고 내가 시험 보고 내가 채점한 결과를 누가 믿겠는가. 

검수완박이 문죄인과 이죄명을 위한 방탄법임을 누가 모르는가 울산시장(송철호) 선거, 월성 원전, 대장동게이트, 71억 원이 걸린 서 모 씨(문죄인의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의혹(이스타항공 이상직 의원관련)도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즉 “검수완박=나(내편)를 수사하지 말라”이다. 검찰이 정치화됐다고 주장하는 문죄인이 바로 검찰을 정치화했고, 권력을 사유화했음은 온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앞에서는 융합하자면서 뒤로는 싸움을 부추겼던 문죄인! 윤석열 대통령을 문죄인이 만들어 줬으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빈다고 덕담 한마디 하고 떠나면 어디가 덧나나. 끝까지 이기죽거리고 물러난 반쪽도 안되는 반통령 문죄인! 그럴 수밖에 없다. 문죄인 주변에는 “아니되옵니다”하는 참모는 하나도 없고 “지당하신 분부인 줄로 아뢰오”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딱 두 마디만 하는 참모들, 극성 문빠들만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그늘에 가려 쓴소리 바른 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 문빠들은 문죄인이 나라를 팔아 먹었다고 해도 “옳소!” 할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 취임식 날, 영화 ‘그대가 조국’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그 내용은 조국을 미화하고 검찰수사 법원판결이 잘못이라는 줄거리다. 이 영화에 5만 명이 후원해 26억 원이 모금됐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조국 딸이 의사 면허가 취소되면 조민이 원장을 맡을 수 있게 병원을 짓자고 하면 순식간에 수백억 원이 모금될 것이다. 문죄인 정부는 잘못이 드러나고 책임질 일이 있어도(수도 없이 많지만) 검찰, 언론, 야당 탓을 하고 반성할 줄을 모른다.(내가 하는 일은 모두 옳고 남이 하는 일은 모두 그르니까). 

윤석열 정부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취임사에서 강조한 무너진 룰을 바로 세우며 자신에게는 더 엄격해야 한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대가 조국’과 다른 게 뭐냐는 냉소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군주가 현명하면 충신들이 넘쳐나고 군주가 암우(暗愚)하면 간신이 넘치게 마련이다. 이 와중에 노무현과 문죄인은 개혁군주 정조대왕을 닮았다고 참칭(僭稱)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정조대왕이 아니라 연산군을 닮았다고 하면 딱 맞는다. 명군은 본인이 만드는 게 아니고 국민들이 만들어 준다. 굴원이 제 몸 추듯 자화자찬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후세에 그 더러운 이름만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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