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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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현황과 과제
  • 이성복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8.25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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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14년이 흘렀다. 지난해 10월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주로 ㈜한국리서치에서 일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 분야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연구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가 많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31.9%가 이 제도를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전 국민이 수혜계층인 건강보험과 달리 장기요양보험은 수혜계층이 65세 이상 또는 64세 이하의 노인성 질환을 가진 자로 제한돼 있어 동 제도의 이용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가 함께 부과되는 것을 모르는 국민도 45.8%로 높게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가입자의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직접 부과하지 않고 가입자에게는 건강보험료액의 12.27%를 부과하는 것이 특색이다. 이에 따라 보험료 징수의 효율성은 있으나 가입자의 보험재정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단점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나타냈다. 9조 2941억 원의 수입에 8조 3873억 원의 지출로 당기수지가 9088억 원을 기록하며, 연도 말 누적 적립금으로 1조 3563억 원을 보유하게 됐다. 

전년 대비 수입과 지출이 모두 증가했으나, 수입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상회하며 당기수지가 9000억 원 개선된 것이다. 수입은 건강보험료율 인상 2.89%, 장기요양보험료율 인상 12.39%, 국고지원금 2772억 원 증액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1조 8492억 원이 증가했다. 지출은 8조 3853억 원이며, 수급자 수 8만 2604명 증가와 수가 1.37% 인상 등으로 전년 대비 9743억 원이 증가했다.

그간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수급자 증가와 함께 2011년에서 2017년까지 보험료율을 6.55%로 장기간 동결해 수지불균형이 심화됐고 2016년 이후 2019년까지 당기수지 적자가 지속됐다. 2018년부터 보험료율 인상과 국고지원을 확대해 2020년에야 당기수지가 339억 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특히 법정 최고 국고지원율 확보, 건강보험료율과 장기요양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수입 규모가 증대됐다. 지출은 수급자 수와 수가 인상 외에 연평균 재가 이용률 2.6%p 증가와 시설 사용률 1.9%p 증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수급자 증가율 둔화와 연평균 시설 이용률 감소(1.7%p↓) 등으로 요양급여비 증가폭이 감소해 재정 흑자 폭이 증대됐다. 

장기요양보험은 고령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구조적 요인으로 재정운영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는 2020년에 전체인구의 60.9%에 해당하는 3153만 명에서 2040년이면 전체인구의 50.0% 이하로 급감하는 등 재정 리스크가 높은 수준으로, 안정적 재정 관리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 및 법정 국고지원금 확보로 수입을 확충하고, 지출효율화 방안 추진으로 관리체계를 강화해 초고령 사회 도래에 대비한 서비스 질 향상과 지속가능한 제도 운영을 위해 미래 재정을 안정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올해에는 장기요양보험료 6.51% 인상과 국고지원율 20% 확보로 누적 적립금의 1개월 이상 유지를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도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적정 보험료 인상과 법정 국고지원율 20%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재정 내실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와 부당청구 관리 강화를 통해 지능화된 부정수급에 대응해 수급질서를 확립하고 재정누수를 방지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정책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가 서비스의 질 저하이다. 현재 국내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인식돼 주로 민간사업자가 공급하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루는 제도로 일부 변절돼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수준이 수익에 맞춰져 있으므로 서비스 품질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의료가 민간이 주도하면서 수익성이 높고 수요가 많은 대도시로 몰리고 수익성이 낮고 위험도가 높은 분만, 중환자실 등의 진료 기피 등 심각할 정도의 공공의료 부족과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장기요양시설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고착되지 않도록 공공시설의 확충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수요를 예측해 장기요양 서비스 진입 지연과 수급자의 중증화 방지 등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과 연계해 통합재가 중심의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설 입소보다는 수급자가 살던 곳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Aging in Place) 재가서비스에 대한 다각적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이성복 <충남도립대학교 겸임교수·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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