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 친환경이 답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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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 친환경이 답이다 -6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9.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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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농업, 혁신의 현장을 가다…네덜란드의 유기농 신기술

최근 한우와 육우가격의 폭락, FTA 추진 등으로 축산 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등 홍성군 경제기반의 중추를 담당하는 농축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아울러 충남도의 경우 한·미 FTA로 인해 축산 분야에서 73%, 과실 18% 등 농업의 전 분야에서 생산이 감소됐으며, 한·EU FTA와 한·중 FTA가 체결 시 최대 263.3%의 생산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종 FTA체결로 인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 분야에서 위기를 기회로,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기존 농축산업에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전례가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친환경농법으로 성공한 농가나 기업의 사례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이 같은 혁신 사례들이 지속가능한 농업모델로 정착될 수 있는 있다는 믿음과, 홍성군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생산자·소비자 함께 웃는 친환경농축산, ‘위기’를 ‘기회’로
②친환경 농축산물은 농촌의 미래, ‘홍성유기농영농조합’
③친환경 돼지 축산의 새 장을 연 충남 예산 ‘가나안목장
④시장 트랜드를 선도하라…친환경 쌀로 전통한과 만드는 ‘화성한과’
⑤포도 하우스에 인삼 심어 ‘일석이조’ 유기농 일군다
⑥유럽농업, 혁신의 현장을 가다…네덜란드의 유기농 신기술 
⑦네덜란드 기업형 유기농 마켓을 가다
⑧농업위기의 대안 ‘친환경농업’ 홍성군의 명암


 

△ 지력의 회복이 유기농업의 관건이라고 설명하는 다이안 슈로겐 씨

 

 

 

 


네덜란드는 세계 주요 농업생산국 가운데 하나로서 농지의 약 1% 정도가 유기농 생산에 이용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유기농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육류 부문이며 광우병 사태 이후 유기농 육류시장의 비중이 점차 중요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 생산 분야에서 성장세가 가장 빠른 분야는 낙농생산 분야이다.

아울러 최근 네덜란드는 일반농업에서 유기농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관련법규가 개정됨으로써 과수재배 및 채소재배 농가들 사이에서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에서 발간된 보고자료에 따르면 최근 유기농 재배 과수농장수는 매년 두 배 정도의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약 230Ha 규모로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다이안 슈로겐(Dyanne Schrauwen) 씨는 1998년도부터 일반 농법에서 유기농법으로 전환해 지금은 네덜란드 유기농업을 대표하는 신기술 농가 중 하나이다. 양파, 당근, 허브 등이 주요 재배 작목이며 윤작으로 알팔파(Alfalfa)를 기르고 있다. 슈로겐 씨 농가는 유기농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잡초 제거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국내외에서 선진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FTA파고 넘는 농축산 블루오션…친환경이 답이다’ 시리즈 5회째인 이번 ‘유럽농업, 혁신의 현장을 가다’ 편에서는 네덜란드 정부에서 인증한 신기술 농가를 소개하고, 향후 국내 친환경농업의 발전에 있어 노동력 절감을 위한 다양한 농기계 개발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 유기농 채소밭을 배경으로 슈로겐 씨


효과적인 ‘잡초 제거’가 관건 
슈로겐 씨는 가계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농장을 1997년에 물려받았고, 이듬해인 1998년도부터 모든 작물을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후 2년간의 전환기를 거쳐 2000년도에는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넓게 펼쳐진 230Ha의 농장에는 감자, 양파, 당근, 상추, 허브(바질, 딜, 타임, 파슬리 등), 알팔파가 자라고 있으며, 슈로겐 씨와 그녀의 동업인을 제외한 4명의 상시 고용인력이 농장의 곳곳을 돌보고 있었다.

아울러 슈로겐 씨 농가는 Bio Trio, New Weg VOF라는 합작회사의 구성원 중 하나로 참여하고 있는데 인근에서 슈로겐 씨 농가와 비슷한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2개의 농가가 정보 교환과 시장 공동 대응의 목적으로 구성으로 2005년도에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슈로겐 씨는 유기농업의 활성화와 체계화를 위해서는 ‘잡초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제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에서 작물의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잡초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만 일반농업에 뒤지지 않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경 홍성군에서 개최된 ‘오리농법교류회’에서 일본측 관계자가 역설했던 ‘벼농사에 있어 새로운 피 제거 방법‘과도 연관된 것으로 유기농업에서 잡초 제거가 관건이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보인다.

많은 인력을 투입해 일일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게 되면 막대한 인건비가 필요해 효과적인 농가경제를 이끌어 갈 수가 없다. 때문에 슈로겐 씨 농가에서는 ‘Controlled Traffic Farming’이라고 통용되는 농기계를 도입해 효과적으로 잡초를 제거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작물의 수확량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고 있다.

‘Controlled Traffic Farming’의 일환으로 개발된 잡초제거 농기계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형 트랙터의 형태로 기계의 앞머리에 각종 부품을 번갈아 끼우면서 땅을 일구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융통성을 갖췄다. 약 5m 안팎의 고랑 넓이와 양 바퀴 넓이가 같은 트랙터에 잡초를 제거하는 집게발 모양의 부속을 달아 가동시키는 구조로, 잡초의 크기와 길이에 따라 부속의 종류가 다양해 효과적으로 잡초를 제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잡초제거 농기계는 바퀴 간격이 넓어 농작물이 자라는 땅을 밟지 않아 지력을 좋게 하며, GPS가 장착돼 있어 바퀴가 한번 지나간 곳은 정확히 인식해 해가 바뀌어도 이미 인식된 경로로만 운행된다고 한다.

슈로겐 씨는 “같은 이랑으로만 다니면서 밭은 경작하거나 잡초를 제거하게 하는 것은 땅의 지력을 좋게 하기 위함이며, 이는 유기농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직접 작물이 자라고 있는 농장의 일부를 삽으로 퍼 올리며 증명하듯 들어 올린 흙덩이에는 슈로겐 씨의 말처럼 공기가 통하는 구멍들과 작은 벌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의 발, 혹은 기계의 바퀴가 자주 지나가는 땅은 반복적으로 다져지기 때문에 그만큼 땅에 공기가 덜 통하고 식물도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다. 윤작으로 기르고 있는 알팔파 역시 지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물이다. 다 자란 알팔파는 인근 농장에서 기르고 있는 소의 먹이로 제공된다.

슈로겐 씨 농가에서 사용하는 신기술 잡초제거 농기계는 네덜란드 내에서도 최근에 개발돼 슈로겐 씨 농가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며, 점차 신기술 농기계를 도입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기계의 힘만으로 모든 잡초를 제거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 잡초제거기계



슈로겐 씨는 “농장에서 상시 근무하는 4명 이외에 작물이 한창 자라는 3월~7월 경에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10~2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해 기계가 제거하지 못한 작은 잡초들을 제거한다”며, “유기농업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까다롭다고들 하는데,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위해선 당연히 겪어야 할 번거로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이와 같은 잡초제거 기계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트랙터 앞에 널따란 판자를 얹혀놓고 그 위에 사람들이 줄지어 엎드려 누운 다음, 기계가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잡초를 뽑는 작업을 해왔고, 지금도 잡초제거기계가 없는 대다수 유기농가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수작업을 통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고 한다. 화학비료를 뿌려 제초하는 쉬운 방법을 놔두고 남들이 말하는 번거로운 수작업을 선택한 네덜란드 농업인들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선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으며, 이러한 신념이 네덜란드가 친환경 낙농국가로써 굳건히 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고 있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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