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참여가 ‘고향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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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가 ‘고향사랑’
  •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2.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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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지구와 우리 생활의 터전을 보전하고 영구히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환경운동은 이제 나라와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하늘과 땅과 물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적 환경 재앙의 대안을 지역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노력은 부차시되거나 여전히 삶의 가치 판단에서 밀려나 있는 현실이다. 내포시대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예산과 홍성은 전통적인 농업 중심 경제에서 산업화와 도시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고 난개발에 우리의 터전마저 위태로울 수 있음을 곳곳에서 경험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의 창립을 맞아 자연과 조화로운 지역 만들기에 앞장설 것을 천명하며 이 모임의 기본 규범인 정관을 다음과 같이 제정한다.”

지난 2015년 7월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이 창립할 때 만들어진 정관의 전문이다. 지난 11일 개최된 정기총회에 모인 40여 명의 회원들은 이 전문을 함께 읽었다. 단체가 애초 설립 목적대로 활동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환경연합은 지난해 홍성과 예산, 청양과 보령의 석면피해자를 인터뷰하고 세탁공장이 들어선 대치천의 수질과 생태를 2년째 모니터링했다. 면 단위 모델사업으로 홍동면주민자치회의 축산냄새 제로 사업을 지원하고 다문화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진행했다. 행정사무감사 환경분야를 모니터링하고 산업단지와 석산 개발, 골프장, 불법매립 등 지역의 환경현안에 주민들과 대응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고 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환경연합이라는 ‘시민단체’가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공익적인 활동이지만 불편한 시선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돈이 되지는 않아 개인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하기 위해 ‘단체’가 필요하고 또 이 ‘단체’는 시민의 참여로 이뤄진다.

환경연합은 매월 1만 원에서 2만 원씩 후원하는 200여 명의 자발적인 회원들이 있어 정부보조금 없이 운영된다. 축산으로 인한 기후환경문제에 동의해 후원하는 축산인도 있고 공무원이지만 행정을 감시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회원이 된 분도 있다. 환경운동이 고향을 지키는 일 같다며 멀리서 정기후원금을 보내주시는 출향인들, 몇 년 뒤 귀촌하는 예산과 홍성이 친환경적인 곳이었으면 좋겠다며 미리 회원이 되신 분들도 있다. 미래세대가 걱정된다며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이름으로 후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들 환경운동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과 관련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실제로 지난 8년간 환경연합에서 해온 활동과 시민의 참여는 ‘환경문제 해결’이라는 목표와 함께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환경문제는 지역공동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환경문제로 인해 피해받거나 소외되는 사람은 없는지,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민주주의를 실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는 비단 환경연합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자원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돕는 지역화폐거래소 잎, 농촌·농민·농업을 위한 공익법률센터 농본, 마을과 학교가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햇살배움터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민주시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홍성YMCA, 우리 지역에 맞는 기후행동을 조직하는 홍성시민기후행동연대, 에너지자립마을을 꿈꾸는 산림살림에너지사회적협동조합, 문화예술로 사회문제에 동참하는 홍성문화연대 등 우리 지역 공익단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나는 지역의 건강성과 발전가능성이 공익단체의 수준과 거기 참여하는 주민 수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유행하고 있지만, 과거의 고향이 아닌, ‘이미 고향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지역의 공익단체를 후원하고 회원으로 참여한다면, 그것이 진짜 ‘고향사랑’ 아닐까.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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