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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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1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9.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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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연대, 지원 위한 ‘마을 활력소’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대책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면서 국가는 물론 지자체마다 사회적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양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사회적기업이 우리의 사회적 문제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척박한 토양에서 창업만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사회적기업의 부실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따뜻한 선진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사회적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전국 우수한 농어촌 사회적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어떻게 해야 농어촌 사회적기업이 대안경제의 하나로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주민이 모두 주인인 마을기업…홍동면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2. 나눔·공동체·친환경·일자리까지…청주 (주)생명살림 올리
3. 이웃에게 작은 희망을 돌려주는 사람들…시흥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
4. 계약재배·일자리 창출, 농촌재생 기여…강화 ‘콩세알’
5. 주문자와 생산자가 함께 먹는 ‘사회적 유통’…남원 새벽영농조합법인
6. 흙·농촌·환경 살리는 농업기업…괴산 ‘흙살림’
7. 사회적기업의 정착을 위한 대안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 마을활력소 전경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퇴조하는 가운데 순환과 공생의 경제로 나아가는 대안경제의 하나로 사회적기업이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일반기업과는 달리 이윤극대화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이윤의 대부분을 재투자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을 농어촌에 적용할 경우 지역농업과 농촌사회를 살리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충남도는 안희정 지사 취임과 함께 ‘3농 혁신’을 추진하면서 농촌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착한 소비’를 제시했다. 민선5기 동안 200개의 사회적기업을 육성할 계획으로 있으며 지금까지 113개의 사회적기업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충남형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의 인지도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브랜드 ‘따숨’을 만들었다. ‘따숨’은 따뜻한 숨결의 준말로 충남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가 담긴 말이다. 또 ‘따뜻한 기업, 행복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충남 마을기업의 공동브랜드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보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은 모두 ‘사회적경제’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사회적경제’라는 말은 빈부격차, 실업, 고령화, 복지욕구의 증대, 지역경제의 불안정성 등 사회문제들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나 일반 영리기업의 사회공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자본주의 체제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경제’라는 용어와는 구분하여 쓰는 개념이다. 물론 사회적기업도 이런 면에서 사회적경제의 한 모델에 속한다.

얼마 전만 해도 사회적경제란 말이 학술적 용어로 쓰일 뿐 정치·행정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충남도는 전국에서 처음 사회적경제TF팀과 충남사회적경제육성지원조례를 만드는 등 사회적경제를 충남 경제의 중요 기둥으로 삼고 있다.

마침 사회적경제의 핵심조직인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인 올 12월부터는 업종과 관계없이 5인 이상이 자유롭게 모여 다양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취약계층 고용 등 사회적 목적 실현을 우선시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함에 따라 충남도가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정책은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조직을 만들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마을, 생명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마을, 그런 마을이 홍성에 있다. 바로 홍동마을이다. 홍동은 친환경유기농업을 기반으로 지역민과 귀농인들이 함께 더불어 살며 순환과 공생, 자주적 협동경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동엔 우선 중간지원조직인 ‘마을활력소’가 있다. 친환경, 유기농재료를 이용한 식품을 주로 파는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이 있고, 목공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들이 옹기종기 들어찬 갓골목공소, 풀무학교 설립자 이찬갑 선생의 호를 따서 주민들 스스로가 만든 마을도서관 밝맑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또 이 작은 마을엔 ‘그물코 출판사’와 ‘느티나무 헌책방’이 있고 교육과 체험의 공간 ‘환경농업교육관’이 있다. 이밖에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창업한 동네마실방 ‘뜰’과 논생태교육 ‘논배미’,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위해 지역과 학교가 함께 가꾸어가는 배움터와 일터 ‘꿈이자라는뜰’, 풀무신협과 풀무학교 전공부, 갓골농업연구소, 반짓고리공방, 갓골어린이집 등 다양한 공동체들이 공존한다. 특히 이 가운데 ‘마을활력소’는 리드집단이 아닌 지원집단으로, 연대와 협력, 나눔으로 농촌 지역공동체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지역센터 마을활력소’라는 명칭은 ‘살 만한 농촌을 만들자’는 취지를 담아 홍동면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마을활력소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통과 연대, 협동으로 홍동면 마을을 자립자생의 공간으로 만들어갈 포부를 갖고 있다. 시민운동가, 마을회계, 정원설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협동조합방식의 농촌 일자리 창출과 교육사업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 박상우 사무처장


마을활력소 박상우 사무처장은 “마을활력소란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마을의 일을 거들고 조력하는 지원조직 기능을 한다. 정보를 교류하고 작은 단체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위해 공간 지원이나 사무실 짓기 같은 일도 한다. 마을연구소, 갓골농업연구소 등 연구소끼리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지역연구조합 등을 코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활, 또는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시민사회의 대안운동으로 지역마다 대안경제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자본과 이윤보다 사람과 노동을 중시하는 영역에 관심을 가졌다. 홍동지역은 특히 풀무학교, 친환경농업 등 인프라 구축과 정신적 가치도 함께 살아 있어 여기에 착한 경영을 도입한다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먼저 주민 스스로의 노력 없이 일부 지도자들로만으로는 지속성을 못 갖는다. 홍동의 갓골엔 다양한 형태와 활동의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비용 지원을 받으면 같이 나누는 과정, 자생하려는 노력을 하며, 산하조직이 아니라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조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식회사 내포신문 이번영 대표는 해방 후 한국 협동조합 운동의 기원을 홍성군 홍동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말하고 있다.

잡지 내포IN에 따르면 1959년 9월 6일 홍동면 풀무학교에서 처음으로 소비자협동조합이 시작된 후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홍동 풀무신협은 1969년에 창립, 충남 신협운동을 선도했다. 그런데 홍동에서 시작된 한국 협동조합은 53년이 지난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개혁적인 시민사회운동가들의 지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영 대표는 “홍동 그리고 홍성지역 협동조합들이 먼저 출발한 지역답게 협동조합 의미와 가치를 다시 살리는 데도 모범이 되어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조직화, 마을과 경제 살리기 운동
홍성지역에서는 지난 봄부터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자활사업, 마을만들기, 노인일자리, 장애인자활자립장, 사회복지관 등 정부 재정지원에 의해 활동하는 기관 및 단체를 모아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조직의 명칭을 논의하고 출범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상진(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 대표) 준비위원장은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발족은 홍성지역에서 사람이 우선되는 세상,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활동해온 시민단체와 실업단체를 비롯하여 사회적기업가, 마을기업가, 나아가 농촌지역 마을만들기 리더들이 모였다. 시장자본주의의 반사회적인 폐해를 극복하고 상호배려와 사회연대의 정신으로 공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체계를 지역사회에 구축하고자 하는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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