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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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기업이 해법이다 -6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10.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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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먹거리 나누면서 생명·나눔·순환의 가치 실현

△ 서정훈 대표

사회적기업이 일자리 창출대책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면서 국가는 물론 지자체마다 사회적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양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사회적기업이 우리의 사회적 문제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척박한 토양에서 창업만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사회적기업의 부실이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따뜻한 선진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사회적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전국 우수한 농어촌 사회적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어떻게 해야 농어촌 사회적기업이 대안경제의 하나로 올바르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주민이 모두 주인인 마을기업…홍동면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2. 나눔·공동체·친환경·일자리까지…청주 (주)생명살림 올리
3. 이웃에게 작은 희망을 돌려주는 사람들…시흥 작은자리 지역자활센터
4. 주문자와 생산자가 함께 먹는 ‘사회적 유통’…남원 새벽영농조합법인
5. 흙·농촌·환경 살리는 농업기업…괴산 ‘흙살림’
6. 계약재배·일자리 창출, 농촌재생 기여…강화 ‘콩세알’
7. 사회적기업의 정착을 위한 대안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강화 콩세알 나눔센터 서정훈 대표


강화 최북단지역 민통선 안에 위치한 농어촌 사회적기업인 콩세알 나눔센터는 농촌형 사회적기업이다. 직접 재배한 콩으로 두부, 묵, 된장, 간장 등을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판매도 돕고 있다.

콩세알 브랜드 명도 우리 조상들이 콩을 심을 때 한 알은 새가 먹으라고, 또 한 알은 이웃과 나눠 먹기 위해, 나머지 한 알은 심은 사람이 먹기 위해서 지었다는 상표이다.

이렇듯 사회적기업 콩세알은 이미 그 이름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분명히 드러난다. 강화도 지역사회에 뿌리박은 유기농 전통 식품 제조 및 영농기업으로 지난 2008년 10월 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막 자립을 시작했다.

강화읍 일벗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 서정훈(48) 대표는 신학을 공부하면서도 늘 농촌과 관련된 일을 하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서울 감리교 농도생활협동조합에서 3년 간 도시와 농촌을 직거래로 연결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암으로 돌아가시고 고향인 강화읍으로 귀향해 아버지가 하시던 농사일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생산 공동체 ‘일벗’을 꾸렸다. 같이 농사짓고 가공하고 마을 일에 일손을 보태자고 시작한 공동체에 하나둘 귀농인이 늘어날수록 서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땅도 없고 농사 기술도 부족한 도시 사람들이 농촌 마을에 정착하기엔 기반시설이 여간 부족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 대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식품 중에서 두부를 대표 품목으로 결정했다.

“두부는 우리 조상이 남겨 준 소중한 전통 음식으로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사랑받는 건강식품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두부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소규모 업체가 사라졌고 두부 본래의 건강함을 많이 잃은 것 같다. 아무리 질 좋은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한다 해도 농한기 농촌에는 할 일이 없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목적에 잘 부합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 직접 가마솥에 삶고 천연간수로 굳힌 두부 ‘인기’

콩세알의 대표 상품은 전통 방식의 가마솥으로 끓여 만든 국산콩 두부다. 두부를 굳힐 때도 소포제나 화학응고제 같은 화학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오로지 신안 앞바다에서 길어온 천연 간수만을 사용한다. 두부에 들어갈 콩은 강화 인근에서 난 것을 먼저 수매하고 모자란 양은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난 친환경 재배 콩으로 채운다. 강화 특산물인 속노랑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묵도 인기 상품이다.

“강화군에서 난 콩을 사용하는데 강화군 콩은 정말 품질이 좋다. 콩세알 두부 가격이 2600원~2700원인데 물론 일반 두부제품보다는 약간 비싸다.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두부의 가격과는 비슷하다. 품질을 감안할 때 제공되는 가치에 비해 실제로는 타사보다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콩세알에서는 격주에 한 번씩 회원들에게 두부· 묵과 교산리에서 생산된 유정란· 채소 등을 보내는 꾸러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건강에 좋은 제철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농촌공동체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꾸러미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를 통해 이른바 ‘얼굴이 있는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게 주목적이다. 때문에 회원들이 콩세알 체험 방문을 오기도 한다. 우렁이 쌀 농법과 부레옥잠 정화시설, 두부공장, 텃밭 등을 둘러보고 농민들과 직접 이야기도 나누며 농촌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꾸러미사업과 체험활동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이는 서 대표의 아내 오애란 상무이사다. 콩세알의 안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서 대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지원자인 셈이다.

△ 오애란 상무


오애란(48) 상무이사는 “여자 나이 오십이 되면 정말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여성들의 사회 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콩세알 건물 위쪽에 음식카페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말 그대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사람이 먹지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먹는 것은 소중히 다뤄지고 만들어져야 한다. 일하는 사람의 나눔의 가치가 배어나는 음식, 영혼이 깃든 음식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서 대표는 농촌 재생이야말로 농촌형 사회적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농촌형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지역 농가와의 원만한 유대 관계, 둘째는 일자리 창출, 셋째는 지역 농산물 수매와 향토자원의 개발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추어 농촌 재생에 기여해야 한다”

△ 콩세알 꾸러미


■ 두류가공품 생산 도전으로 제2의 도약 꿈꾼다
콩세알은 지난해 11월 사회적기업 지원이 끝나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서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독립된 기업이 된 이후에도 그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을 고용해 생산활동에 참여하게 했다면 그 가치를 평가, 계량화하여 사회적기업에 계속 지원해 줘야 한다. 정부에서는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나 명분이 없다고 핑계를 대는데, 고민의 과정을 거쳐 그런 것을 적절하게 지원하는 게 행정의 몫이다. 5년간 지원했으니 이제 홀로 우뚝 서라고 하는 ‘나몰라식’ 행정은 안 된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사실 부담스러운 것이 많다. 자립에만 목적을 둔다면 일반기업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기업으로 성공하기도 어려운데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란 더욱 어렵다. 대표자의 리더십, 지역관계 형성망, 자자체나 시민단체 등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대표는 단순한 두부 생산을 넘어 두류 가공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일본을 직접 방문해 유부 만드는 기술을 배워가지고 왔다. 자립 기반을 확고히 다진 후에 두류가공품, 지역특산품 가공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콩세알 나눔센터는 진정한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강하고 자립적인 기반을 확고히 마련해 사회적 약자에게 열려 있는 선한 의도가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서 대표는 믿고 있다.

“윤리적 소비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담보해 주길 바란다. 사회적기업의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고 나의 작은 소비가 취약 계층을 도울 수 있다는 정신적 보상, 이러한 윤리적 측면을 강조해 생산자와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기업경영 외에 작은 소망을 밝혔다.
“앞으로 공동생활공간을 만들고 싶다. 주거가 취약한 사람이나 더불어 살기 원하는 가족, 홀로 사는 어르신 등 취약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일도 하고, 같이 먹고 살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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