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짐에서 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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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짐에서 잠까지)”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3.07.0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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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저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힘든 ‘짐’을 지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어린 시절은 부모에게 짐이 되다가 스스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자신에게 맡겨진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하는 나그네 인생이라 하지 않는가!

가정과 학교와 직장이나 사회에서 여러 가지 많고 적은 그리고 크고 작은 차이의 짐을 져야 하며 하루 동안 살면서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 것이 잠자는 시간이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이 영원한 쉼의 마침표이기에 매일 매일이 출생과 죽음의 연습이 아닐까!

어느새 2023년도 각자에게 맡겨진 짐을 지고 절반을 지내왔으며 이제 후반전의 짐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처럼 인생 자체가 짐이기에 가난도 부유도 질병이나 책임도 짐이고 만나고 헤어짐도 짐일진대 인생 자체가 짐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살면서 맞이하는 일 중에서 짐이 아닌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짊어지면 언젠가 무거운 짐을 풀 때 짐의 무게만큼 보람과 행복을 얻게 된다고 한다.

또한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지면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헛바퀴가 도는 차에는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하니 짐이 그냥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와 같이 짐의 가치나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내 마음속에 항상 나와 함께 가까이에 있어서 알지 못할 뿐이라 한다. 나에게 늘 있는 것, 가진 것을 보지 않고 나에게 없는 것만 생각해서 보지 못할 뿐이며 항상 있는 것에 감사하면 누구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한다.

소나무 가지에 눈이 쌓여 있을 때 가벼운 1g의 무게 때문에 가지가 부러지고 음식을 먹을 때 마지막 한 숟가락의 밥 때문에 과식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어디든 무엇이든지 짐이 되고 매 순간 짐의 무게에 대한 경중이나 비중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기에 가볍다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요즈음 부모님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다고 노래하던 자식들은 부모가 짐이 되어 서로 모시기를 기피하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

부모는 생명의 은인으로 자식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신 귀한 분으로 여긴다면 결코 짐이 될 수 없고 짐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세상 만물 중에 인간이 가장 귀중한 존재이고 부모가 보물이라 생각한다면 자식들이 서로 모시려고 앞다퉈 경쟁이라도 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학생이 공부가 직장인이 업무가 짐이 된다면 능률이 안 오르고 삶에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기에 각자에게 맡겨진 짐을 기꺼이 즐겁게 맞이해서 최선을 다하고 내가 먼저 더 많은 짐을 지려는 이타심이 발동될 때 우리 사회는 밝아질 텐데….

그러나 내가 질 짐도 회피하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할 때 사회는 힘들고 어두워지며 의욕을 잃게 될 것이고 서로 내가 더 많이 짐을 지려는 자선이 있다면 더욱 행복하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집을 한 채 짓기 위해서도 머리에 짐을 이고 어깨와 등짐을 져서 각종 자재와 자료를 운반해서 완성하게 되고 마음으로 지는 짐도 있다.

어느 건설업계 사장이 외국에 몇 년 출장을 가면서 동업자인 기술자에게 최고의 재료와 최상의 기술을 발휘하여 집을 한 채 지으라고 맡기고 출국했다. 그런데 이 기술자는 사장이 없다고 부실한 자재와 불충실한 기술로 허름한 집을 완공했다. 몇 년 후에 사장이 귀국했을 때 이 집은 “그간 함께 수고한 자네에게 선물할 걸세”라는 말에 이 기술자는 가슴이 뜨끔했고 후회가 막심했다.

어쩌면 그 기술자가 우리 각자일 수 있으며 우리에게는 매일 24시간이라는 자재가 주어지기에 집을 짓는 목수이기도 하다.

일생동안 어떤 자재로 얼마나 좋은 집을 지었는지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날에 완공이 되어 이 땅에 내놓는 하나의 작품이 되어 판명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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