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합창(合唱)처럼”
상태바
“삶을 합창(合唱)처럼”
  • 주호창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10.05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의 꽃,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는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인간들이여, 자연에게서 배우라” 훈계하는 듯 무언의 지침이 가슴을 울린다.

자연은 사시사철 값없이, 그리고 한 치의 어김도 없이 공기와 태양과 물과 각종 초목을 선사해 우리네 삶의 무대를 설치해 준다.

요즈음 우연히 합창이라는 말이 생각나서 사전을 펼쳐보니 ‘넷 이상의 소리가 서로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함’이라고 했다.

평소에 합창이 좋아서 오래전에 홍성군립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매주 연습할 때마다 명언을 한 장씩 나눠주다 보니 분량이 꽤 모여서 <사랑의 팡세>라는 제목으로 모음집을 만들어 단원들에게 나눠줬다.

그 뒤에 실버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중단된 상태에서 지난여름에 광천에서 드림합창단의 단원모집 광고를 보고 입단해서 활동하니 힐링이 되고 즐겁다.

음악을 우리네 삶에 비유한다면 청춘 남녀가 혼자 살 때는 독창이요, 결혼해서 부부로 사는 것은 2중창이요, 자녀를 출산하면 3중창이요, 학교에 입학해서 교사를 만나면 4파트의 합창이 되지 않을까! 

이처럼 진정한 교육이란 부모, 자녀, 교사가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넷 이상의 소리가 화음을 이루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가 날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교육이란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 종교교육이 네 파트의 합창처럼 조화를 이룰 때 원만한 인격이 형성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가정교육 차원에서 “밥은 먹었니?”를 학교교육에서 “참 스승을 만나는 순간”을 사회교육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출간했고 앞으로 종교교육에서 “인생의 나침반”을 저술하려고 하는 것이 과시가 아니길 바란다.

요즈음은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에서 화음이 아닌 불협화음으로 삶의 현장에서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불현듯 김수환 추기경의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라는 글이 생각나서 일부를 소개해 보고 싶다.

‘가슴 아파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려니 나누며 살자. 누구를 미워도 누구를 원망도 하지 말자.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세상살이인데! 재물 부자이면 걱정이 한 짐이요 마음이 부자이면 행복이 한 짐인 것을!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 닦은 것과 복 지은 것뿐이라오.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가슴 아파하며 살지 말자. 사랑하시라, 소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부드러운 대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오. 내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오.’

결국 인간은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이 그토록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것 같다.

흔히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정확한 사리 판단이나 철이 들어 원만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나의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해서 숙련공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듯이 한 인간이 원숙해지기 위해서도 파란만장한 세월을 견디어 내야 된다.

어느 조율사가 양편 산 위에 있는 탐에 여러 갈래의 철사를 연결해 놓고 소리의 울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세찬 바람이 부는 겨울날에는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하고 아름다운 울림의 소리를 듣고 깊은 깨달음을 알았다고 한다.

인생도 평탄한 날에는 감사와 행복을 느끼지 못하다가 각종 고난과 우환질고(憂患疾苦)를 당할 때 비로소 감사와 은혜를 느끼게 된다. 

우리네 삶이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서로서로 이해하는 화음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 되기 위해서 “삶을 합창처럼” 살고 싶다.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