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남매 중 여섯 명이 석면질환, 온 가족이 석면피해자”
상태바
“8남매 중 여섯 명이 석면질환, 온 가족이 석면피해자”
  •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자문=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신은미
  • 승인 2023.10.15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최대 석면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자〈6〉
친인척의 이름과 석면질환을 꼼꼼히 되짚으며 가족들의 피해를 설명하고 있는 김종구 씨. 
친인척의 이름과 석면질환을 꼼꼼히 되짚으며 가족들의 피해를 설명하고 있는 김종구 씨. 

보령지역 석면피해자 김종구 씨

■ 온 가족이  석면질환 ‘석면 피해자’… 검사 안 한 가족도 석면피해 의심
보령 주포면 마강2리마을 김종구(77) 씨는 석면폐증 2급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8남매 중 둘째로 위로 누나가 한 명 있고, 아래로 여동생 셋과 남동생 셋이 있다. 그중 김 씨의 바로 아래 동생 세 명(여1·남2)은 석면폐증 2급, 그 아래 여동생 두 명은 석면폐증 3급을 판정받았다. 

이들 8남매 중 석면일을 하지 않았던 큰 누나와 막냇동생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고, 석면폐증 판정을 받은 여섯 명은 석면일을 경험했다. 남자는 광산에서 일을 했고, 여자는 석면에 묻은 황토나 불순물 등을 떼어내는 ‘생꼬’ 일을 했다.

“우리 8남매 중 여섯 명이 석면피해자입니다. 우리 가족처럼 온 가족이 석면피해자인 경우도 쉽게 보기 힘들거에요. 또 모르죠.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큰누나와 막냇동생도 석면질환을 겪고 있을지…. 우리 8남매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4형제이신데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두 분은 물론이고 그들의 자손들도 석면피해자가 많아요.”


.
.
.

 

보령 주포면 김종구 씨 가족, 8남매 중 여섯명 석면질환 진단
친인척 포함하면 8명 석면피해자… 가족 중 미검사자도 많아

.
.
.


김종구 씨의 부친 김차손 씨는 석면일을 하진 않았지만 큰아버지 김차돌 씨는 석면광산에서 일을 오래 했다. 그의 큰아들 김종석 씨는 폐병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광산일을 했던 김종석 씨의 아들 김창겸 씨는 석면폐증 3급 판정을 받았다. 김차돌 씨의 막내아들 김종관 씨는 석면폐증 1급 판정을 받았다.

김종구 씨의 작은아버지인 김차동 씨도 생전에 석면광산에서 일을 했다. 결국 폐병(해소)으로 사망했다.

“집안 어르신들은 석면질환 검사를 받아보지 못하셔서 석면질환으로 돌아가신 건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대부분 폐병을 앓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분명 석면질환을 갖고 계셨을 거에요. 친인척이 동네에 모여 살면서 광산일을 해왔으니까요.”

김종구 씨의 가족과 친인척은 대부분 석면질환을 겪고 있거나 석면질환으로 인해 사망했다.직접 광산에서 일을 했던 남성들은 물론이고, 생꼬일을 했던 여성들,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 직업성·환경성 석면 피해를 받았다. 온 가족이 ‘석면피해자’인 것이다. 특히 친인척이 모여 살던 동네에 분쇄소와 제분소가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
.
.


보령지역 석면피해자 조용학 옹

석면광산에서 10년 넘게 일을 했던 마을 토박이 조용학 옹은  석면폐증 1급 판정을 받았다.<br>
석면광산에서 10년 넘게 일을 했던 마을 토박이 조용학 옹은  석면폐증 1급 판정을 받았다.

■ 10년이 넘게 석면광산에서 일해… 아직도 석면은 우리 주변에 많아
보령 청소면 장곡리 조용학(87) 옹은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10대 시절부터 대보광산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스무살이 되던 해 아내 김완순 씨와 결혼을 했고, 이후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석면광산에서 일을 했다. 

“보통 ‘백토광산’이라고 불렀어요. 건축자재를 많이 만들었는데 슬레이트 지붕이나 전봇대, 굴뚝 등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당시엔 석면이 쓰임이 많아서 일도 많았죠. 농사일과 병행하며 열심히 광산에서 일을 했었는데, 석면이 사람 몸에 나쁘다는 사실은 한참 지나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10년이 넘게 석면일을 한 조용학 옹은 결국 석면폐증 2급 판정을 받았고, 이후 증세가 심해져 석면폐급 1급 판정을 받게 됐다.

조용학 옹보다 세 살 위였던 부인 김완순 씨도 생전에 생꼬일을 했다. 일손이 부족할 때만 투입돼 생꼬일을 했지만 석면폐증 3급 판정을 받았다.


.
.
.

 

일가 선대 대부분 폐병으로 사망… 전국서도 흔치 않은 사례 
온 가족 검사하면 석면 질환자 얼마나 늘어날 지 가늠도 안돼

.
.
.


“장인 김덕순 씨가 대보광산의 현장총책임자 역할인 도감독이었어요. 덕분에 석면광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조리 경험할 수 있었죠. ‘채광’부터 시작해서 상품가치를 판단해 구분하는 ‘버럭치기’는 물론이고, 제분소에서도 일을 했어요. 똑똑했던 장모는 집에서 대보광산의 사무행정일을 봤었어요.”

삼형제였던 조용학 옹의 형과 남동생도 광산에서 일을 하곤 했다. 남동생도 석면폐증 3급을 받았다.

조용학 옹은 슬하에 아들 둘과 딸 둘을 뒀는데 큰아들 조갑재 씨는 광산일을 하지 않았지만 석면폐증 3급 판정을 받았고, 광산일을 많이 했던 작은아들 조정재 씨는 2년 전 석면폐암으로 사망했다.

호황을 이뤘던 석면사업은 철수됐지만 피해는 이들의 몸과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돌이켜보면 참 허탈하죠. 젊은 시절에그저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그게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온 가족이 석면질환을 갖게 될꺼라곤 그 당시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석면광산이 철수 되고, 진입로는 잡초로 덮여 막히면서 이제는 쉽게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됐지만 아직도 마을 곳곳에서 석면 원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소 믿기 어려운 말을 건넨 조용학 옹을 따라 나선 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마을인근의 한 밭에서 하얀 돌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발견된 하얀 돌과 마을에 방치된 폐창고의 슬레이트 지붕 조각 등 3개의 시료를 국립환경과학원 인정 토양중 석면분석기관인 ㈜ISAA엔지니어링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슬레이트에서는 백석면(CHRY)이 검출됐고, 밭에 방치돼 있던 돌에서 확보한 두 개의 시료에서는 트레모라이트석면(TREM)이 검출됐다.

함께 현장을 찾았던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아직도 이렇게 쉽게 석면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면서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에서 석면노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시간과 예산을 들여 하루빨리 보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을인근의 한 밭에서 쉽게 발견된 석면 원석을 들어보이고 있는 조용학 옹. 원안은 분석을 외뢰한 3개의 시료에서 검출된 석면 현미경 사진.<br>
마을인근의 한 밭에서 쉽게 발견된 석면 원석을 들어보이고 있는 조용학 옹. 사진 속 원안은 분석을 외뢰한 3개의 시료에서 검출된 석면 현미경 사진.
보령시 주포면 마강2리마을회관에서 석면피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보령시 주포면 마강2리마을회관에서 석면피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이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