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석면 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 세워야
상태바
국내 최대 석면 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 세워야
  •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2.02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최대 석면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자〈13〉

우리나라 석면광산은 1930년대 ‘일제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해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홍성, 보령, 예산, 청양지역, 석면광산 밀집 피해자 대규모 발생
충남지역에 ‘석면피해기록관’ 세우는 문제 본격적인 논의 필요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초미세먼지와 같은 작은 나노 단위의 석면섬유가 공중에 떠다니다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 폐에 꽂히면 10~40년 긴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 미만성 흉막(가슴막)비후, 후두암, 난소암 등 질환을 일으킨다.

석면은 유연한데다 1200℃ 고온에도 잘 견뎌 건축자재, 선박·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돼왔다. 광산에서 원석을 캔 뒤 부숴 석면섬유 형태의 원료로 만들어 쓰는 과정에서 수많은 광산노동자, 공장노동자, 소비자들이 석면에 노출됐다.

한국에서 석면광산은 1930년대 일제에 의해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태평양전쟁이 일어나 전쟁물자로 지정된 석면 수입이 어려워지자, 일제는 조선에서 이를 조달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석면광산 개발에 나섰다.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진 뒤에도 석면을 취급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직업병 요인으로 취급됐다. 지난 2005년 이후 재건축·재개발 지역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환경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부산시내 석면방직공장 인근 주민들에게서 석면질환이 집단으로 확인됐고, 석면 사용이 전면 금지되기 시작한 2009년엔 충남 홍성과 보령, 예산과 청양의 석면광산 인근 마을에서 집단 석면 질환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2008년 7월에는 석면 피해자,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결합해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꾸려졌고, 석면피해특별법 제정을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0년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돼 2011년부터 시행됐고, 벌써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터뷰 하는 장재석 홍성군의회 부의장.
인터뷰 하는 장재석 홍성군의회 부의장.

■ ‘석면’ 1급 발암물질 ‘침묵의 살인자’… 충남지역의 피해자가 80% 이상 차지
충남은 전국에서 석면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된 2011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전국에서 5295명이 석면 피해자로 인정받았는데, 이 가운데 충남지역 피해자가 1943명(36.7%)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851명, 경기 770명, 서울 57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충남지역 피해자의 80% 이상은 홍성(957명)과 보령(642명)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에 석면광산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낸 보고서를 보면, 전국 석면광산 42곳 중 28곳이 충남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008년 환경부는 폐석면광산이 밀집한 충남 홍성, 보령의 마을 5곳을 조사했고, 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142명에게서 석면질환 증상이 관찰됐다. 이후 충남지역 폐광산 주변 주민들에 한정됐던 건강검진이 전국 다른 석면광산 주변으로 점차 확대됐다.

석면 질환은 석면광산에서의 직업력이 원인이지만,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은 아니다. 석면광산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도 않았고, 광산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근무한 이력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석면피해구제법에 의한 지원은 산재보험의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적인 문제다.

정부는 1980년대 석면광산들이 폐광한 뒤 그대로 방치해 왔다. 그 결과 주민들이 석면에 계속해서 노출됐기 때문에 석면광산 지역 주민의 건강피해에는 국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따라서 “피해구제법은 기업이 낸 기금으로 운영되는데, 국가가 책임지고 석면 피해자의 구제 지원 수준을 산재보험과 차이가 없도록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또한 석면 질환은 10~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친 뒤 발병하므로 앞으로 석면광산 주변에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석면 질환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해자 찾기에 더 힘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피해자들 대다수가 몰려 있는 충남 홍성과 보령, 예산과 청양지역에서 전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멀다는 문제도 환자들에게는 크나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충남지역의 석면 피해자들이 진료를 받으려면 지정병원인 천안 순천향대병원까지 가야 하는데, 대부분 연로해서 거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까운 의료원 등에 호흡기 전문의를 배치하는 등 해당 지역에서 석면 피해자를 치료하고 건강 관리를 할 의료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충남지역에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는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석면 피해자에 대한 문제에 대해 경제적인 피해를 우려해 해당 지역에서는 석면 문제에 대해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지만, 오히려 그 차원을 넘어서 ‘우리 지역에 석면 때문에 이런 피해가 있었고, 이렇게 위험하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교육을 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이나 호주, 일본 등에서는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워 석면 피해에 대한 교훈을 되새기며, 실증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일이다.
 

석면 관련 영상을 제작 중인 청운대 학생들.
석면 관련 영상을 제작 중인 청운대 학생들.

■ 석면피해 구제, 국가가 적극 나서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준하는 지원 필요
일제강점기부터 석면광산이 집중돼 있던 충남지역에서 석면 피해자가 가장 많이 나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석면 문제 여론조사 결과와 석면 피해구제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석면피해구제자 6473명을 조사한 결과, 충남지역은 석면피해구제자(인정자)가 2283(34.2%)명이 발생해 전국에서 석면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혔다. 석면피해자가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은 부산(1206명·17.7%)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석면 피해자는 잠복기가 긴 관계로 인해 오히려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석면 피해 인정자는 270명, 2015년 333명, 2016년 470명, 2017년 508명, 2018년 569명, 2020년 689명, 2021년 900명에 달했다. 2022년에는 피해 인정자가 1019명으로 기록됐다. 석면 피해 구제법이 시행된지 12년 만에 1000명대를 돌파한 것이다. 1019명의 피해자 중 절반인 485명은 폐암과 악성중피종암 등의 암 환자로 나타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충남 홍성, 보령, 예산, 청양의 4개 지역은 석면광산이 밀집해 피해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며 “석면 노출이 중단됐거나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석면은 노출 후 수십 년간 잠복기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남지역의 석면 피해자는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홍성군의회 장재석 의원은 “홍성은 10년 전 장항선 철도개량2단계사업이 석면광산 자리를 지나가는 노선으로 설계돼 지역사회 갈등이 시작되며 석면피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지금은 주민들의 관심이 낮아진 것 같다”고 지적하며 “전국의 석면피해자는 6743명이며 이중 충남이 2283명으로 33.9%를 기록하고 있으며, 홍성은 1120명으로 전국의 16.6%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지역이다. 석면피해는 전국에서 충남이, 충남에서는 홍성군이, 홍성군 내에서는 광천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본 의원은 석면 피해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광천읍의 지역구 의원으로서 석면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지켜봐 왔기에 지난해 동료 의원들과 함께 ‘석면피해구제제도 개선방안 정책연구회’를 구성하고 ‘석면 피해구제제도 개선방안 정책연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의원은 “전국 38개 폐석면광산 중 25개가 충남지역에 집중돼 있고, 그 가운데 10개가 홍성에 있다”며 “그중에 1938년부터 1986년까지 운영된 광천광산에서는 연간 19만 톤의 석면을 생산해왔기에 석면 피해 잠복기에 있는 현재가 석면 피해 구제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연구용역 결과 충남 석면 피해자의 49%가 홍성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85% 이상이 70세 이상 고령자로 조사됐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석면이고, 우리나라에서 석면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이 충남지역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제 석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60~70대 이상 고령자들이다. 이 중에는 본인이 피해자임을 알지 못한 채 병을 얻어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고, 검진이 시급한 이유다. 빨리 검진과 진단이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석면피해 구제를 국가 사무로 못 박아 놓고 검진은 지자체에서 전담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 따라서 국가가 적극 나서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준하는 지원이 절실하고, 필요한 실정이다.<끝>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보이지 않는 석면 피해자들의 ‘보이지 않는 숨소리’”
“삶의 희망 같았던 ‘석면’, ‘코’를 통해 ‘폐’까지 관통”
“우리 모두가 석면피해 구제제도 개선에 관심 가져야”
“보물 같았던 ‘석면’ 조용한 재앙으로 닥쳐올 줄은”
갑작스러운 석면질환 판정에 가슴은 ‘철렁’ 눈물은 ‘뚝뚝’
충남 다음으로 석면 피해자 많은 부산, 908명 피해 인정
“8남매 중 여섯 명이 석면질환, 온 가족이 석면피해자”
“어릴 적 나의 놀이터는 1급 발암물질 ‘석면 동산’이었다”
국내 최대 석면 피해지역 충남…홍성·보령·예산·청양은?
충남지역, 초·중·고등학교 60% “석면 건축물 남아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석면광산이 있었던 ‘광천석면광산’
홍성·보령 등 충남지역, 왜 석면피해자가 가장 많을까?
홍성군의회, 환경부 방문·석면피해구제제도 개선 건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