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팍팍한 현대인의 삶 속 힐링… 몸과 마음을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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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팍팍한 현대인의 삶 속 힐링… 몸과 마음을 치유”
  • 박승원 기자
  • 승인 2023.11.1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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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농업의 미래를 말하다〈3〉홍성군야생화연구회

10대 동심의 세계로 빠져 귀촌인이 가장 먼저 찾아
 

날마다 반복되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 되고자 꽃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허명숙 홍성군야생화연구회장은 “이른 봄 들판에 어린 새싹이 싹트기 무섭게 꽃망울을 지을 때 10대 소녀 같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곤 한다”고 학창 시절을 회고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허 회장은 “1959년 발표된 김춘수 시인의 시(詩) ‘꽃’을 암송하며 학창 시절 행복했던 순간을 시 낭송으로 인사를 건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고 구성진 목소리로 낭송했다. 

“홍성군야생화연구회는 현재 43명의 회원이 먼 친척보다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줘 끈끈한 우정이 싹트는 공간이 됐다. 연구회 회원 모두가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쁜 일상생활 속에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힐링할 수 있는 모임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또 도시에서 오랫동안 찌든 삶을 살다가 귀촌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야생화연구회’이라고 전하면서 그 이유는 그분들이 넉넉한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시골로 내려왔기 때문에 앞마당 정원에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져 야생화연구회 회원으로 가입한 분들이 꽤 많다”고 허 회장은 나직이 귀띔해 줬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야생화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야생화하면 떠오르는 꽃으로 민들레가 가장 많았다. 야생화로 민들레를 지목한 성인은 157명이며 2위는 할미꽃(82명)이다. 그 뒤를 잇는 꽃은 진달래(61명), 개나리(56명), 제비꽃(53명), 무궁화(52명), 철쭉(49명), 강아지풀(34명)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대신 구입하는 종류와 떠오르는 꽃에는 차이가 있었다. 금낭화를 구입한다는 응답자가 29.6%로 가장 많았고 할미꽃(20.4%), 붓꽃(17.5%), 원추리(15%), 은방울꽃(15%)이 뒤를 이었다.

“아마도 수천 아니 수만 년 전부터 제 스스로 자라 산천을 수놓은 토종의 야생화들 그 끈질긴 생명력은 마을 어귀와 산골짜기, 계곡, 들판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며 겨우내 흐렸던 마음을 털어내고 어릴 적 고향의 봄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하며 허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야생화의 기원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나이도 궁금하다. 고등과학원(KIAS)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지각이 만든 환경 속에서 지각에 있는 원소로 구성되고 태양으로부터 오는 복사를 에너지원으로 삶을 유지한다. 때로는 격렬한 지질 활동과 극심한 기후변화로 우리를 극한상황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지구는 46억 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우리를 창조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다듬어냈다. 지구의 경계인 지각의 모습은 탄생 이후 끊임없이 변해왔으며, 그 변화의 양상은 지질, 광물, 생명의 공진화를 담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속에 지구의 생명체가 우주 공간에 만들어지면서 야생에서 자라는 수많은 이름 모를 꽃들도 지구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으리라 짐작이 든다”고 허 회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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