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적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잖아.”
출산을 90여 일 앞두고 매일 남편과 출산과 육아 준비 ‘상의’를 빙자한 기 싸움을 하며 남편에게 들은 말이다. 기 싸움의 주제는 출산 방법, 산후조리를 포함해 아이의 핸드폰 사용까지 나아간다. 분명 그와 나 모두 아이를 위한 방식을 고민하는 것인데, 방향이 참 다르다.
맞다. 나는 대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대안적인 삶에 대한 궁금함으로 유기 농업의 메카이자 협동조합, 대안 경제의 문화가 있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과 장곡면 부근에 귀촌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소위 대안학교라 불리는 발도르프학교의 교사로 지내고 있다. 이런 나의 배경으로 인해 내 주변엔 조산원에서의 자연주의 출산부터 대안 교육의 선택까지 아이의 출산과 육아, 교육에 있어 대안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나는 나에게 선택권이 있으면 좋겠어.”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대안적인 것을 무조건 맹신하고 추종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나에게 ‘대안’이라는 의미는 무조건 기성의 반대가 아닌 누구에게든 어떤 것에 대한 주체적인 선택권이 보장된 상태이다.
그간 병원에 주기적으로 갈 일이 별로 없었지만, 임산부가 되면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한다. 때마다 기형아 검사(산전 선별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 등의 여러 검사를 당연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당연히 해야 하는 건가? 굳건한 성역 같은 전문가 영역인 의료에도 대안적인 방식이 있을까? 자연스레 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중 하나가 ‘안아키’다.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 한의사 자격 박탈’. 이 책의 저자인 한의사 김효진이 받은 선고다. 온라인으로 상담과 커뮤니티 활동이 이뤄지고 극단적인 민간요법을 전파했다며 아동학대 논란이 됐던 카페 ‘안아키’의 이름 그대로인 책 제목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이 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
그는 책의 제목이자 온라인 커뮤니티 명인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말을 책의 서두에 분명히 밝힌다. ‘꼭 필요할 때에만 약을 쓰고 약물 오남용을 피한다’는 의미라는 것. 죽을 정도여도 약을 절대 쓰지 말고 병원도 절대 가지 말자는 주장은 아니다.
의료시장이 지나치게 확대돼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병원에서의 환자로 살아간다. 너무 조급하게 병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치유력, 생명력을 믿고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책에서 전하는 핵심 메시지다. 그의 디테일한 화상, 아토피 치료법은 모든 이들에게 적용하기에는 극단적인 방식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전하는 현시대의 의료시장과 인간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메시지는 객관적으로 모두가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절대적으로 맞다’고 말하기 위해 논란이 된 저자와 그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의료에도 모두가 하니 나도 해야 하는, 그런 하나의 정답만이 아닌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 싶다. 제대로 알기 위해 노력하고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요구할 수 있어야 건강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것이 의료이든 어떤 분야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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