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성장은 필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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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성장은 필수일까?
  • 이동호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5.10.02 07:19
  • 호수 911호 (2025년 10월 02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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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이동호</strong><br>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칼럼·독자위원<br>
이동호
홍성녹색당, 칼럼·독자위원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9년 9월, 태양광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작은 요트가 4800km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도착했다. 영국에서 출발한 지 15일만이었다. 요트에는 16세 청소년 그레타툰베리가 타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그레타툰베리는 세계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모인 기후 정상회의로 향했다. 유엔본부에서 그녀는 기성 정치인을 향해 말했다. “저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됐습니다. 지구 반대편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여러분이 제 어린 시절을 빼앗은 거예요.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당신들이 하는 이야기는 오직 끝없는 경제성장이라는 ‘동화’뿐입니다. 어떻게 감히!”

대단한 여름이었다. 처서마저 무력했던 이번 폭염은 길이로나, 정도로나 역대 기록을 또 한 번 갱신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긴 더위가 언제 있었냐는 듯, 이번엔 다시 장마 같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 농사짓는 내 이웃들의 한숨이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농업 문제가 그들에게 끝나지 않고 식량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창비/ 2021년 9월/ 24,000원<br>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창비/ 2021년 9월/ 24,000원

우연인지, 심각성이 그만큼 중대해서였는지 이번 달 KBS 《추적60분》에서는 <기후플레이션>을, MBC 《PD수첩》에서는 <기후 청구서>를 방영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피해가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게다가 파도는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 문제는 출산율 숫자만 가지고 국가가 나서 온갖 정책을 꺼냈다. ‘소멸’을 걱정하며 사람들은 출산이 애국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정작 오늘 출생해 2100년까지 살게 될 후세대의 세상에 대해서 그만큼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 기후 붕괴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아이들은 지금 세대처럼 (평범하게)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낮을 것이라는 말이 실감된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준비하고 있을까?

예산이 행정부의 철학과 방향을 말한다. 이재명 정부의 내년 국토교통부 예산은 62조 원으로 (폭염 일수처럼) 매년 편성 기록을 경신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경제 활성화와 주택 안정화를 위해 매년 신도시급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건설 경제 포부를 말했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까지 내세웠으나, 내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예산은 12조 원이다. 화석연료 보조금과 동일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전기, 수소차 전환 지원이 주요 정책이다. 도로 위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폭염을 줄일 수 있을까?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청정에너지 100%에 도달하면 그 에너지로 무엇을 할 것인가?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화석연료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을 계속할 것이다. 청정에너지를 이용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지속적인 채굴과 생산에 동력을 공급하고 생명 세계에 점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다.” 

암담한 마음이 들 때 꺼내 읽는 책은 《적을수록 풍요롭다, 지구를 구하는 탈성장》이다. 책은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온실가스의 많은 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발전소와 내연기관을 구동하면서 말이다. 때문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다. 하지만 책이 말하듯 삼림 벌채, 남획, 토양 고갈 등을 필요로 하는 성장주의 경제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만 전환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재앙을 피할 수 없다. 책은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경제는 끝없이 성장해야만 할까?

지구온난화를 우리는 처음 들은 게 아니다. 불평등과 생태 위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진실은 불편했지만 숨겨진 적은 없었다. 계속 들어왔던 이야기가 이제는 실제로 일어나는 것도 보고 있다. 외면의 이유에 어쩌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책은 우리에게 대안이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 늦지 않았다. 

2019년, 그레타툰베리가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 때, 전 세계 시민들도 각국에서 시위와 행진을 하며 기후변화에 책임 있는 대응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 이후 매년 유엔총회와 기후정상회의가 열리는 9월에 기후정의행진이 전 세계 동시 진행된다. 올해도 유엔 기후정상회의가 지난달 24일에 진행됐고, 2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4시 우리 지역에서는 ‘일상 비건_같이 살자, 지구에서 비건으로’를 주제로 홍성비건페스티벌이 열렸다. 책은 우리에게 ‘좋은 삶’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비건은 단순 채식이 아니라 파괴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다. 살려내고 연결되는 축제의 장으로 시민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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