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끊기고… 노면은 울퉁불퉁… 해안자전거도로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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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끊기고… 노면은 울퉁불퉁… 해안자전거도로 '미완성'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3.05.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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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천수만 국가자전거도로를 가다

▲ 안전시설도 없이 선만 그어져있는 서부면 신리 구간 자전거 도로.

일부 구간 차도·자전거도로 명확히 구분안돼 위험천만
주말 불구 이용자 단 한명도 없어…활성화 대책 필요

지난 19일 오후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친 후 서부면 신리에서부터 홍성군과 서산시의 경계지점인 천수만 A방조제까지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국가자전거도로를 자전거로 달렸다. 흐린 날씨이기는 했지만 천수만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닷바람은 늦은 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출발지인 서부면 신리에서 자전거에 오르자마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자전거도로는 안전시설 하나 없이 기존의 도로에 흰 선만을 그어 차도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해 놓은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도로 폭이 좁아 차량 2대가 교차해서 지나갈 때에는 자전거도로로 차들이 넘어 올 수밖에 없어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구조였다. 신리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곳에서부터는 자전거도로가 사라졌다. 자전거도로 개설이 되어있지 않은 지역이었다. 할 수 없이 휴대폰 지도를 통해 국도 40호선을 따라 남당항 방면으로 페달을 밟아갔다. 남당리부터 어사교차로까지 4km의 구간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 차량을 피해가며 국도와 해안도로를 달릴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갈 때는 섬뜩함 마저 들었다.

어사교차로부터 속동전망대까지는 펜스도 설치돼 있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군데군데 도로가 갈라지거나 낙엽 등이 쌓여 운행에 다소 방해를 받기도 했으나 크게 걸리지는 않았다. 이 구간은 어사교차로 부근과 속동전망대에 자전거를 두고 쉴 수 있는 녹지가 조성돼 다른 구간에 비해 자전거를 탈만 했다. 속동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궁리를 향해 달렸다.

궁리를 향하던 중 자전거도로는 갑자기 갓길을 향하며 끊겼다. 길옆에 서있는 한 수산업 건물이 있는 구간에서 자전거 도로가 끊긴 것이다. 이 건물을 지나서야 다시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아스팔트로 된 자전거도로는 해안가로 이어지며 보도블록으로 변했다. 보도블록 때문에 노면이 고르지 못해 승차감이 나쁜데다 궁리방파제에서는 도로마저 끊기고 말았다. 하리교차로까지 약 1km 구간은 다시 차량과 뒤섞여 다닐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구간인 하리교차로에서 A지구 방조제 군경계까지 약 1km 정도를 달렸다. 이곳의 끝에는 서산시의 간월호 철새탐조대가 있다. 방조제를 따라 곧게 뻗은 도로는 군데군데 금이 가기는 했지만 달리기 좋았고 바닷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시원함도 전해주었다. 그러나 교통펜스를 설치했다 해도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과 함께 달리는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시야에는 바다와 차량만 가득 들어왔다.

주말 신리에서부터 천수만A지구 방조제까지 천수만A지구 방조제에서 다시 신리까지 2시간여 동안 24km 정도를 달렸지만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위험한 상황도 겪으면서 가까스로 지나야 했다. 천수만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국가자전거도로는 아직 미완성이다. 앞으로 미개설 구간에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야만 완성될 것이다. 또 위험한 구간은 보완하거나 안전시설을 설치해 편안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빠듯한 지방 재정 속에서 1년 내내 이용하는 사람 하나 없는 자전거도로를 수십억원을 들여 꼭 만들어야만 했는지 하는 의문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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