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리(五官里)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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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리(五官里) 느티나무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11.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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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22>

 


거룩한
종교 같은 울림으로
고고히 살아오는 모습
나아갈 길이 문득 끊어지고
선 자리 움씬 못하는 슬픔이사
울고불고 견뎌온 상처임에랴
*삼문三門을 수없이 드나들며
마음 놓고 살아가는 백성들과 함께
빛과 어둠 사이를 지나면서
무엇 하나 가벼이 할 수 있었던가
무엇으로든 650여 년 동안
함부로 지배할 수 없었던 것
나라가 아파올 때
지나는 바람에 몸을 흔들다가도
눈꽃 핀 가지 끝을 모아
절절히 하늘을 우러를 뿐이다
아픈 기억이나 더듬을 뿐이다
살아오는 동안 하던 짓 그대로
잎을 따 내리다가, 때로는
귀천(歸天)을 꿈꾸곤 하지만
발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여전히 삼문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새 봄이 오면
높고 푸른 잎을
푸짐히 피워낼 것이다
그렇게 정정히 늙어갈 것이다
*삼문三門 : 홍주읍성 외삼문

한여름 홍성군청 앞에 이르면 먼저 우람한 왕버들나무가 짙은 그늘을 드리워 주민들의 땀을 씻어주곤 한다. 그리고 홍주읍성 삼문(三門) 안에 들면 또 다른 짙은 나무 그늘을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오관리五官里 느티나무'다. 군청 안에 있다고 하여 '군청의 느티나무'라 불리기도 한다. 이 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선 자리 바로 그곳에서 숱하게 삼문을 드나드는 주민들의 굵은 땀방울을 씻겨주면서 아픔과 즐거움을 나누어 왔다. 고려 공민왕(1358년)때 식재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나라에서나 고을에서 무슨 액운이 낄 기미라도 보이면 주민들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제일 먼저 밤을 새워 울어댐으로써 그때마다 액막이를 서두르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이러한 의식은 물론 고을의 수호신에게 제사 지내어 고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데 있다. 이런 의식을 통해 우리 조상들은 신에 대한 믿음을 키워왔고, 공동 축제 양식으로 공동 의식을 고취해 왔던 것이다. 또한 이는 천신(天神)이 강림하여 나무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일종의 원시 신앙의 하나로, 지금까지도 내려오고 있는 신목신앙(神木信仰)의 한 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이 느티나무 아래에는 제기대가 두 나무 사이에 그대로 남아 있어 옛사람들의 지극한 정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나무는 1982년 10월 31일 충청남도 지정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되어 이제는 홍성군뿐만이 아니라 충청남도의 보호수가 되었다.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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