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오세요, 고택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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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오세요, 고택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02.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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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운고택 조환웅 씨


고택 지키려 20년전 귀향 전통음식 체험․전통혼례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마련
꽃비가 내려 우화정 별칭도 관리 쉽지 않지만 자부심 방문객들 위해 고택 개방

장곡면 산성리 고미당마을에 위치한 ‘사운고택’은 국가문화재 중요민속자료 198호로, 뜰 앞 벚나무에서 꽃비가 내리는 집이라고 해 ‘우화정(雨花亭)’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 고택이다.
사운고택을 지키는 사람은 11대 종부 박씨 할머니와 아들 내외인 12대 종손 조환웅 부부다. 조환웅(64) 씨는 서울 생활을 하다 마흔이 다 돼 고택을 지키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조 씨는 “고택을 지키고 고향에서 터전을 일궈보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왔다”며 “둘이서 고택을 관리하기에는 손이 많이 들어 늘 일에 치여 살지만 항상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사운고택을 가꿔 나가는데 자부심을 보였다.
조 씨의 아내는 서울 토박이로 정착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저야 이곳이 고향이기도 하고 어릴적 농사일도 많이 도와서 시골생활을 알지만 아내는 서울토박이라 시골생활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불편하고 힘들어 했죠. 이제는 적응이 다 돼서 서울보다 오히려 더 좋다고 합니다. 고택주변 소나무 숲을 활용하기 위해 휴양림 숲 해설가 자격증도 취득하고 최근에는 숲 치유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중입니다”
요즘 흔히 거주하는 아파트 등과 달리 고택은 관리하는데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여름철에는 잠시만 관리를 소홀히 해도 온통 잡초 투성이로 변한다.
지금 사운고택이 우화정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수 있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지하는 것은 20여년동안 피와 땀으로 가꾼 그의 결실이다. 고택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없이는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단순히 고택을 관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택에서 전통음식, 전통혼례, 성년식체험, 다례, 천연염색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고택을 무대로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후원을 얻어 전통 음악회를 갖기도 했다.
“고택을 관리하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도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데 고택을 통해 지역에 기반한 전통문화를 되살려 지역민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운고택을 방문해보면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 고택을 방문하기 전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본채인 기와집이 아닌 초가집이다.
“본채 앞에 초가를 세워둔 것은 방문객들을 배려한 것입니다. 지금은 서고로 쓰는 초가 한 채만 남아 있지만 제가 어릴적만 하더라도 5칸의 초가가 더 있었습니다. 거창한 기와집을 보고 방문객들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초가집을 세워 배려한 것이었죠.”
계급이 명확하게 나뉘던 시절부터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던 사운고택의 주인 양주 조 씨 가문의 아름다운 가풍을 엿볼 수 있었다. 양주 조 씨 일가는 홍성뿐 아니라 공주, 예산에도 땅이 있을 정도로 부호였다. 가진 만큼 베푸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조 씨의 6대조인 조중세 선생은 문경현감 시절(1890~1892) 사재를 털어 백성을 구휼한 이야기로 이름이 높다.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본가인 홍성에서 곡식을 날라 가난한 이들을 구휼했다. 문경 사람들은 조 현감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적비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양주 조 씨 가문의 정신은 조환웅 씨의 아버지 고 조응식 선생이 지은 ‘용진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용진가에는 “학성산 정기로 반계천 맑은 물(중략) 검소와 근면을 행동에 옮기며 내 고향 일구자 (후략)” 라는 시구가 나온다. ‘양주 조씨 집안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함은 물론이고 선비 역사를 지니고 베풂을 실천하며 전통을 지켜내자’는 뜻이다. 이러한 선조들의 정신은 조 씨에게도 이어져 조 씨는 늘 고택을 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고택을 찾을 수 있게 했다.
“고택을 찾는 이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항상 대문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물론 고택은 개인의 소유물이지만 문화재로서 개인의 소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을 열어 놓고 살다보면 생활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고택을 찾아 선인들의 정신과 지혜를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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