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본질은 주민밀착… 구독은 필수로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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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본질은 주민밀착… 구독은 필수로 여겨
  • 한관우(본지 발행인)
  • 승인 2014.03.10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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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일본의 지역신문 - 이즈신문(伊豆新聞)을 가다

▲ 이즈신문사 전경

3개 제호 4개 지역 신문 발행
지역밀착 기사․광고 게재 우선
주민들 큰 애정… 구독률 높아
행복한 지역조성 역할 지대



우리나라 지역신문의 현실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역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 되고 있다. 지역신문은 지방자치시대 지역주민들과의 운명공동체이다. 지역신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지역주민들과의 밀착 속에서 지역사회 여론형성의 매개체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투명하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게 되고, 지역정보의 활발한 유통여부에 따라 지역경쟁력이 좌우된다. 지역신문은 지역정보 공급원으로서 수시로 지역주민에게 그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신속하게 알려 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신문의 필요성과 발전적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지역을 떠나 ‘더 좋은 곳’에 살기를 원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중요성을 더 느끼고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어가고, 지역 간 균형발전이 모색되면서 지역에 대한 정보수요가 증가되고 있는데서 비롯된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제는 지방자치시대 전국이나 광역단위 신문보다는 오히려 시군단위를 권역으로 하는 지역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그만큼 더 증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지역신문의 기능과 역할이 충실한 대표적인 나라로 독일과 일본을 꼽는다. 일본의 경우 가장 이상적인 중소도시 지역신문의 대표적 모델의 하나로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의 ‘이즈신문(伊豆新聞)’을 꼽는다. 이즈시(伊豆市)는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150㎞지점에 위치해 있는 해안관광지역이다. 시라고 하지만 하나의 대도시가 아니라 한국의 4~5개 시군을 합친 규모다. 이즈시의 유일한 신문사인 이즈신문은 7개의 시(市)로 구성된 인구 60만 명 규모의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에서 매일 4만5000부 정도의 지역신문을 3개의 제호로 발행하고 있다. 하나의 신문사가 이즈시 4개의 지역에서 각기 다른 신문을 매일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즈신문, 이즈데일리, 아타미뉴스페이퍼라는 제호로 발행되는데, 이즈신문은 8~10페이지 분량으로 2만부, 이즈데일리신문이 1만부, 아타미뉴스페이퍼신문이 5000부, 시모다지역에서도 같은 ‘이즈신문’이란 제호로 1만부를 발행하는 등 4곳에서 총4만5000부를 이즈신문사가 직접 발행하고 있다.
이즈신문사는 편집국과 광고국 직원 등 전체 65명인 중소 규모의 신문사다. 이 신문사에서는 각 지역에 맞는 주민밀착형 신문을 만들기 위해 이즈반도의 도시 4곳에서 지역별 뉴스를 다루는 각기 다른 제호와 내용으로 4개의 신문을 각각 발행하고 있다. 이들 4개의 신문에는 지역마다 공통의 기사와 광고를 게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 지역밀착형의 기사와 광고 게재를 우선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주민과 지역신문의 밀착관계가 공고해질수록 선순환 구조가 견고해 지면서 구독자 확보로 이어지는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즈신문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신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지나 지방지가 다루지 않는 지역의 세세한 소식까지 싣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보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부음기사와 출생기사, 결혼기사에서부터 애완견을 찾는 기사에 이르기까지 생활밀착기사로 지면을 채운다. 광고도 마찬가지로 철저히 주민중심이다. 또 관광지역인 이즈반도의 특성을 반영해 관청과 관광협회, 온천협회 등에서 자료를 받아 지면의 30~40%에 이르는 경제기사를 생산, 게재하고 있다. 경제기사 내용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 관광객 숫자, 연휴기간 숙박시설 예약률, 새 관광시설 소개, 관광시설 폐쇄 안내 등이 주를 이룬다. 이즈신문은 이 같은 노력으로 이즈반도의 배포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이 됐다. 전국적인 뉴스나 국제뉴스는 전국지에서 보고, 지역소식은 지역신문을 통해 보는 이즈반도 주민들의 구독문화, 전국지를 구독하고 있을 경우에도 지역신문의 구독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구독한다는 점이다. 중앙의 전국지가 싣지 못하는 지역의 상세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주민들의 의식은 이즈신문이 전국지를 제치고 이즈반도 최고의 신문이 된 배경이다.
일본의 신문구독자도 점점 줄어지는 추세지만 지역신문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문구독을 끊을 경우 전국지를 끊지, 지역신문을 끊지 않는 것이 지역민들의 의식이고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역과 지역소식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즈신문사 다카세(63) 사장은 “지역신문은 큰돈을 벌거나 크게 발전할 수는 없어도 안정은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 지역신문의 위상에 대해 “지역신문은 굉장히 편히 읽을 수 있는 근접성이 강점이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것이나 전문적인 것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즈반도의 주민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지역신문을 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정치적인 것은 중앙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즈신문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주민과 지역밀착”이라고 강조하고 “정치분야 기사는 모든 정당과 정파를 가리지 않고 공정하고 균등하게 처리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러한 신문의 위상은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이즈반도에서 신문을 판매하고 있는 일본의 메이저신문들이 앞 다퉈 이즈신문과 손을 잡고 함께 신문을 배포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국지와 지역신문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 점도 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지역신문의 위상이 절대적이고 독보적이어서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일본도 전반적으로 신문의 판매부수가 떨어지고 독자가 줄어들어 큰 신문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즈신문만은 예외라는 설명이다. 한 달 구독료가 전국지인 아사히신문은 4000엔인 반면 지역신문인 이즈신문은 절반도 안 되는 1430엔에 불과한 것이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즈신문사의 연간 수입은 7억5000만엔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총 수입 7억5000만엔은 구독료 수입과 광고비 수입이 각각 50%를 차지하는 점을 보면 다카세 사장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즈신문을 향한 지역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은 그야말로 무한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즈신문사는 지역사회를 알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욕구와 맞물려 구독료와 광고료 등 1년 매출액이 7억5000만 엔에 이르는데,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액이 1150만 엔으로 우리나라의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지역주민들이 중앙지로 불리는 전국지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신문에 더 큰 애정을 쏟는 결과다. 따라서 지역신문사는 더욱 더 지역에 충실하고, 이는 당연히 지역주민들의 지역신문 구독률이 높은 이유다. 지역주민들이 지불하는 구독료와 광고비는 지역신문의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지 구독료라는 명목으로 지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외지로 빠져나갈 일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지역경제 도움이 되며, 이는 일본의 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에서도 건강한 지역신문발행이 왕성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이 발전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살고 싶은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데 지역신문의 역할이 그만큼 지대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일본사람들의 의식과 지역신문 사랑정신은 우리들과 한국의 지역신문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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