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꽃과 함께 누리는 행복, 진달래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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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꽃과 함께 누리는 행복, 진달래화전
  • 최봉순<혜전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4.04.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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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눈이 가는 곳마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이 한창이다.
진달래꽃이 만발한 산언덕을 보면 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들뜨곤 한다.
우리 조상들은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음력 3월 3일, 삼월삼짇날에는 남정네들은 편을 나누어 활쏘기 대회를 하고 아낙네들은 한아름 진달래 꽃잎을 따서 화전을 빚어먹었다.
진달래꽃의 술을 뗀 후 동글납작하게 빚은 찹쌀반죽위에 살포시 얹어 기름에 지진 떡이다. 이를 진달래화전 또는 두견화전(杜鵑花煎)이라고도 하는데 봄의 정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화전이다.
우리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항상 떡을 즐겨 먹었다. ‘밥 위에 떡’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간식이자 밥의 대용식으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던 떡이다. 그러나 빵이나 케이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생활환경의 변화로 집에서 떡을 만들기보다는 떡집에서 사다 쓰게 되니, 다양하게 만들어 쓰던 떡의 종류가 점차 줄어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떡의 유래와 발달 과정은 삼국시대 이전, 청동기시대의 유적지인 고분군에서 시루가 출토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삼국이 정립되기 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 및 통일신라시대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농경시대가 전개되면서 쌀과 곡물의 생산량이 많아지고 곡물을 이용한 떡도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 유리왕 원년(298)에 왕자인 유리와 탈해의 왕위계승에 관한 기록을 보면 ‘듣건데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은 이(齒)가 많다고 하니 시험을 하여 결정하자고 하여, 두 사람이 떡을 깨물어 본 결과 유리의 치아 수가 더 많아 왕위에 올랐다’고 하였다.
따라서 당시의 떡이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밝혀진 것이 없으나 깨물어서 잇자국이 선명하게 날 정도의 떡이라면 흰떡이나 인절미, 절편류였을 가능성이 높다.
또 동서(同書) ‘열전(列傳) 백결선생(百結先生)조’에 의하면, 세모에 이웃에서 떡을 찧느라 방아소리가 들리자 가난하여 떡을 치지 못하는 아내의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하여 거문고로 떡방아소리를 내었다고 한다.
여기서 백결선생이 거문고로 떡방아소리를 내었다고 한 것은 떡메로 떡을 치는 소리인바, 흰떡이나 인절미와 같은 절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기주떡의 일종인 상화떡(霜花餠)이 등장하는데, 상화떡은 밀가루를 발효시켜 팥소를 넣어 만든 것이다. ‘고려가요’에 ‘쌍화점에 갔더니 회교도인이 내 손목을 쥡디다.
이 소문이 상점밖에 퍼지면,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가 퍼뜨린 것인 줄 알리라’하는 말이다.
사실 이 노래는 고려의 수도인 개성 부근에 유행되던 속요로서 당시 고려에 와 있었던 아라비아 상인과 고려 여인과의 남녀 관계를 노래한 것이다.
그 내용에 있어 쌍화점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당시에도 떡이 상품화 되어 일반에 널리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떡에는 영양적인 면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더욱 아름답게 하는 장식과 색소의 사용에 있어서도 매우 과학적임을 알 수 있다.
즉, 봄에는 진달래꽃·배꽃·여름에는 장미꽃, 가을에는 국화꽃·맨드라미꽃 등을 이용하였으며, 계피·치자·오미자·백련초·송화·흑임자 등의 다양한 천연 향신료를 이용하여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떡에 색을 들일 때에도 자연에서 나는 천연 염료를 이용했다.
붉은 색 염료는 오미자·딸기·백년초 등을, 노란색 염료는 노란호박·치자 등을, 초록색은 쑥·파래·승검초·녹차가루, 검정색은 흑임자·석이버섯, 흰색은 쌀가루, 콩 등 자연에서 나는 자연의 색으로 오색의 물을 들였다.
이와 같이 우리는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시절을 맞추어 몸에 유익한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음으로써 영양을 보충하고 상부상조하는 공동체 생활을 다져왔다.
또한 계절에 맞는 식품을 이용하여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 먹어 왔다는 사실은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단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먹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즐기고, 그 자연과 함께 하는 멋과 낭만까지 겸하였으니, 선조들의 지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오늘은 쑥버무리와 진달래화전으로 식탁을 풍요롭게 꾸며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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