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제 성숙한 지방자치 모습 보일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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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제 성숙한 지방자치 모습 보일때다
  • 권기복<홍주중 교감, 칼럼위원>
  • 승인 2014.06.05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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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21주년을 맞게 되는 지방자치제의 선량을 선택하는 날이었다. 지난 ‘4·16 세월호 참사’로 인해 민주주의의 축제 분위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전국적으로 ‘6·4 지방선거’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실시됐다. 이처럼 조용한 분위기는 단지 세월호 참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6번째 내 손으로 선량들을 뽑았어도 신바람날 일이 없고 눈살만 찌푸리게 만드는 일들을 너무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쉽사리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의 지방자치에 대해 몇 가지 관점을 재고하고 20년이 넘어가는 한국 지방자치 발전의 길은 없는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방자치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6·25사변 이후 40여 년간 종적을 잃었다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제자리를 찾아올 수 있었던 지방자치, 민주정치의 4대 기본제도에 포함되면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독재정권을 추구하던 위정자는 권력을 휘두르는데 장애가 되어 멀리 했다지만 민주시민이 멀리 한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선량들의 자질 문제, 불법 혼탁 선거, 선심용 지방 정책 및 이권 챙기기, 지역이기주의 등을 경험하면서 회의감과 절망감을 느낀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일부 선량들이 출세의식을 가지고 거들먹거리거나 자리다툼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 등에서 배신감을 느낀 게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또한 중앙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로 종속관계에 빠져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의 후원조직책으로 전락하는 등 지방자치의 내실을 기할 수 없는 문제도 실망 가득한 일이다.
선거의 후유증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심하다. 이해는 된다.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한 집안의 생몰이 결정될 판이다. 민주정치 하에서 선량이 되는 길은 선거에 있고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이러한 선거가 ‘죽느냐 죽이느냐’로 가는 것을 보면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각 후보마다 거대한 현수막과 전자 홍보, 수십 명의 선거도우미 동원 및 각종 인쇄물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다보니 도지사나 교육감 후보는 40억~50억 등의 말이 회자되고 있다. 정말 선거 한 번에 한 집안의 운명이 가로놓여 있으니 죽기 살기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거에 져도 ‘내 인물됨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돈을 적게 써서’로 인식되고 있으니 승자의 미덕이나 패자의 용기는 요원한 일이다.
지방자치의 무용론이 거론되는 이유가 지방분권의 미약함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중앙집권국가로 역사의 맥을 이어왔다. 특히 조선왕조는 그 상황이 더욱 심하여 조선 8도의 모든 눈과 귀가 서울로 향하였다. 한국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대통령은 다 아는데, 자기네 도지사나 군수는 모른다. 이런 상황이기에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은 더더욱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관치주도의 산업화를 거치면서 특정지역에 산업시설이 편중해 있고 도시가 발달하였다. 그러기에 지방재정이 미약한 곳이 대부분이고 재정확보가 안되는 지방은 중앙정부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시민의 의식과 모든 여건이 중앙 집중적이다 보니 그만큼 지방분권은 요원하게 됐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통해 선량이 된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드린다. 이제 한국의 지방자치도 성년의 나이를 먹은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시민 스스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점은 고치고 매만져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게 힘써야 한다. 또한 선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그 결과에 승복하고 제각각의 위치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선량들은 명예와 봉사를 생명으로 여길 줄 알고 주민을 위해 성실하게 뛰어다니는 근면성과 바르게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시민은 누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나간다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 이제 ‘참 잘 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정치구나’, ‘그러니까 꼭 필요한 것이구나’라는 말이 하루 빨리 필자의 귀에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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