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무덤(馬塚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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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무덤(馬塚 )앞에서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4.06.1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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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50>

 


옛날 쏜 살보다 훨씬 빨리 달리는 애마愛馬가 있었고 사리事理보다도 성질이 무척이나 급한 사람이 있었다 그래 쏜 살보다 빠른 말은 그보다 한 발 빠른 사람의 급한 성질에 의하여 목이 베어지고 목숨을 잃게 되었다 뒤늦은 사리 분별로 깨달은 사람은 애마의 죽음을 통곡하면서 커다란 말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무덤 앞에서 다시는 급한 성질을 부리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고는 평생을 급한 성질과 싸우며 사리를 앞세워 나라의 큰 인물이 되었다 사람은 죽어 말무덤 위 한 그루 나무로 태어나 부드럽게 말을 어루만지면서 조금조금 큰 나무가 되었다 지나는 사람들이 그늘 삼아 쉬어가면서 성질보다 사리로 살아가라면서 바람을 불러 가지를 흔들어 보았지만 사람들은 쏜 살보다도 빠른 한 마리 말조차 가르지 못하였고 바람보다도 급한 성질로만 서로 앞 다투어 내달리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죽어서도 뿌리내릴 무덤 하나 마련할 수 없게 되었다


고려 말의 명장 최영 장군은 홍북면 노은리에서 태어났다. 최영 장군은 곧잘 금마의 철마산에 와서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등 무술을 연마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달리는 말을 멈추었다. 상서로운 구름이 감돌고 있는 백월산(白月山)이 유난히 눈에 띄였다. 백월산을 바라보면서 최영 장군은 부지런히 화살을 날렸다. 최영 장군은 철마산 봉우리를 치고 달리면서 홍주의 진산인 백월산을 향하여 활을 쏘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금말에게 화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어떠냐, 나의 사랑스러운 금말아, 네가 이 화살보다 더 빨리 달리면 큰상을 주겠다. 그러나 이 화살보다 늦게 달리면 애석하지만 너의 목을 베겠다. 이 시험에 들겠느냐?”
최영장군의 말에 금말은 앞발을 들어 땅을 두어 번 내리쳤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최영 장군은 곧 말 위에서 백월산을 향하여 활을 쏘았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하여 금마들을 달렸다. 이윽고 장군은 장성리 은행나무 밑에 도착하였다. 이리저리 화살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화살이 먼저 날아간 것이 아닌가. 금말을 쏘아보았다. 그런데 금말은 안타까운 눈초리로 최영장군을 바라보았다. 그 눈초리를 최영장군은 읽어내지 못하였다. 오직 화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화살이 지나갔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금말을 쏘아보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그러면서도 최영장군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화살이 더 먼저 날아간 것으로 생각하고 최영장군은 눈물을 머금고 말의 목을 베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말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화살 하나가 ‘쉬익-’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아, 얼마나 경거망동한 짓인가. 자신의 실수로 사랑하던 말을 처형한 것을 애석해 하며 크게 울부짖었다. 최영장군은 말의 무덤을 크게 말들어주고는 좀처럼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이 금말의 무덤이 지금까지 장성리 은행나무(충남 보호수 제 8-61호)가 있는 곳에서 홍성읍쪽으로 약 3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금마총(金馬塚)’이다. 후세 사람들이 최영 장군의 애마였던 ‘금말’이 묻힌 곳을 ‘금마총’ 이라 하고, 활을 쏘았던 산을 ‘철마산(鐵馬山)’이라고 하였다. 이곳의 지명을 ‘금마(金馬)’ 라고 한 것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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