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는 제2의 세월호”
상태바
“의료민영화는 제2의 세월호”
  • 진락희<홍성의료원노조지부장>
  • 승인 2014.08.07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3)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 발견 소식으로 떠들썩했던 지난달 22일, ‘의료민영화’라는 단어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 날은 보건복지부가 의료민영화 관련 입법 예고한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홍성의료원지부를 포함한보건의료노조가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의제를 가지고 산별총파업을 벌였던 날이기도 하다. 약 15년 전쯤, 의료원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된 나에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길거리에 있는 연고가 전혀 없는 노숙자가 아파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이런 경우에 치료를 해주는 것이 맞을까, 그렇지 않을까? 그때 당시 나의 대답은 “치료받을 돈이 없다면 당연히 치료해주면 안 된다”였다. 생각해 보면 당시 나의 대답은 지극히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한 무서운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물었던 질문을 지금 나에게 다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돈이 있건, 없건 아프면 치료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고, 이는 국가에서 책임을 져 줘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치료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그럼 이렇듯 돈이 있든, 없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나는 바로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국가가 당연히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공적 영역 중에 하나인 의료를 시장의 원리에 내맡겨 자본의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 과연 내가 근무하고 있는 홍성의료원과 의료민영화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홍성의료원은 대한민국에서 10%가 채 되지 않는 ‘공공병원’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절대다수가 민간의료기관이다보니 공공성보다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고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공병원인 홍성의료원 역시 민간병원에 비해 이윤 추구 동기는 약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을 수익성 위주로 평가하는 보건복지부나 의료원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충청남도에서 적자경영에 대한 지적만을 받다보니 어떻게 하면 적자경영을 탈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적자경영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쉽게 말하면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죽이거나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의료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과잉검사와 과잉진료를 부추겨 의료비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지출을 줄이는 방법은 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적정인력 충원보다는 적은 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경상남도 진주의료원처럼 폐업을 하던가, 강원도 속초의료원처럼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의료비는 더욱 올라갈 것이고, 나의 근로조건은 나빠지다 못해 생존권에 위협이 가해질 것이 뻔한 의료민영화와 홍성의료원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지난 달 10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고, 지난달 22일까지 입법 예고기간을 가졌다.

 이후에는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이번달부터 시행된다. 대한민국의 90%에 가까운 국민이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의료법인의 어려움을 규제완화로 덜어주자는 취지일 뿐 영리병원과는 무관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규제완화로 인해 우리는 이미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겪지 않았는가?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어른이라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되풀이 했다. 나는 감히 의료민영화는 “제2의 세월호”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더욱 끔찍한 세월호 이상의 비극이 발생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또다시 “어른이라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기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미안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의료민영화가 중단되는 그날까지 의료민영화 반대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