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사龍鳳寺, 가을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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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사龍鳳寺, 가을 어느날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4.08.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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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59>

생각컨대 가을 어느 날
구름 한 점 없는 허공에
맑은 햇살 눈부시게 가득하면
가득하여 철철 넘쳐흐르면
그 빛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아무리 눈 뜬 사람이래도
그 빛을 어찌 말할 수 있으랴

비록 꿈속이랄 지라도
어디로부터 난데도 없이
용이 구름을 잔뜩 거닐고
봉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가을 어느 한창인 날
이곳에 소리 없이 날아와서는
가지가지 색깔로 단풍 물들이는데
무엇을 분별하며 살아갈 것인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인연과, 기어이 남아있게 된
쓰라린 사랑까지도 모조리
이곳에 내려놓으면
가난한 듯하지만
사실은 부유하지 아니하겠는가

충남의 전통사찰 제 67호인 용봉사는 용봉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로 그 연혁이 전해지지 않아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전해지고 있는 유물로 보아 백제 말기에 창건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돌축대 위에 자리잡고 있는 지금의 용봉사는 원래 지금의 자리가 아니다. 원래에는 현재 자리에서 서쪽으로 조금 높은 곳에 있었는데 그 자리가 명당터라 하여 평양조씨 일가가 묘를 씀으로써 절을 폐허화하여 당시의 마을 주민들이 현재의 자리로 옮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의 대웅전은 1906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용봉사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지장전, 산신각, 적묵당, 일부문 등의 건물이 있으며, 이 중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에는 1689년에 제작된 아미타삼존불과 후불탱화 등 5점의 탱화가 모셔져 있다. 유물로는 마애석불(보물 355호), 용봉사영산회괘불탱(보물 1262호), 용봉사마애불(유형문화재 118호), 용봉사지석조(문화재 지료 162호 : 마애, 석구, 석조), 용봉사 부도(문화재 자료 168호) 등 문화재로 지정된 유물들이 많아 대찰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용봉사 입구 서쪽 바위에 새겨진 충남 유형문화재 118호인 용봉사 마애불은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서 불상 옆으로는 소성왕 1년(799년) 4월에 불상이 보성되었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 고대 마애불 가운데 연대를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애불임을 알려준다. 신라시대 마애불 가운데 명문이 남아 있는 것은 단석산 신선사의 마애불상군, 함안의 방어산 마애불, 경주 남산 마애불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 바로 이 용봉사 마애불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명문을 보면 용봉사라는 사찰이 백제 시대에 창건되어 통일신라에도 사세가 번창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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