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개천의 명과 암…“이제는 생태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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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천의 명과 암…“이제는 생태하천이다”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4.10.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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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녹색도시의 시작 자연형 하천복원 ⑥<스위스 리마트강>

홍수 예방·수질 정화·휴식 공간 ‘일석삼조’효과
직선화 인공물 해체 강 주변에 범람지 등 조성
돌로 제방 쌓고 300년 빈도 설계 홍수량 견뎌
골목마다 물고기 헤엄치는 도심하천 주민 반겨
리마트강 생태복원 마쳐 자연형 복원은 아니다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스위스 취리히도 한때는 심각한 오염도시 였다고 한다. 공업화로 인해 도심 실개천이 사라졌고 호수는 오염됐지만 ‘복원’ 과정을 거쳐 지금은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로 변신한 대표적인 도시다. 스위스는 자연자원을 활용하기로는 세계 최고라고 알려진 나라다. 햇볕이 화창한 9월의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의 상업도시답게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넓은 취리히 호수를 향해 흐르는 푸른 리마트강이 무엇보다도 인상적이다. 강과 호수가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도시가 시원스럽게까지 느껴졌다. 리마트강은 취리히의 중심부를 흐르는 강이다. 깨끗한 개천이 모여 리마트로 흐르기 때문에 리마트강은 강바닥이 보일정도로 맑았다.

맑은 강가에서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환경을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 인간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가를 취리히 호수의 맑은 물이 보여주는 듯 했다. 알프스가 발원지인 리마트강은 강의 상류인 취리히를 관통해 질(Sihl)강과 합류, 라인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강엔 유람선이 다니는 등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곳은 전 구간에 걸쳐 거석 호안 등 전형적인 치수 중심의 홍수방지 시설로 조성됐다. 우선 돌로 제방을 쌓고 300년 빈도의 설계 홍수량에 견디는 홍수방어 구조물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뒀다. 구불구불하던 하천은 직선화로 인해 조그만 홍수에도 저수로와 제방 사이의 강턱에 잔모래가 퇴적돼 통수능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하천 직강화에 따른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지자 취리히 주정부는 1989년 10월 주의회에 자연회귀사업계획안을 제출, 연방정부의 도움 없이도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법안에 따라 취리히 시내 628개 하천 563㎞ 가운데 150개의 하천이 사업지로 선정됐다. 비용만도 연간 5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안 통과로 사업 추진의 힘을 얻은 취리히 정부는 본격적으로 직선화된 리마트강의 일부 구간에서 치수를 위한 폭을 넓히고, 또 하천 생태계의 재생 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취리히 정부는 우선적으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해 식물과 나무, 식재 등의 혼합재료를 사용하되 부득이한 경우 호안조성의 공법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블록뿐만 아니라 목재나 섶나무 등 다양한 건설 부재료를 사용한 점도 자연석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획일적인 우리의 자연형 하천사업과 대비됐다. 또 하상 내 퇴적토를 이용 제방을 축조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꾀하는 것은 물론 수층부에는 돌 더미를 쌓아 제방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를 위해 제방 사면에는 버드나무 등 뿌리가 강한 식생수종을 심어 제방 강화, 즉 자연성 강화에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취리히 복개천의 복원작업은 우리와 비슷하다. 하수관을 분리 설치해 하천에는 빗물이나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흐르도록 해 수질을 유지한다. 한편 하수관을 통해 들어온 폐수는 정화시설을 거쳐 강으로 흘려 보냈다. 하지만 도심 소하천의 상당수가 복원과정에서 콘크리트 바닥과 제방을 모두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한 채 자갈과 흙을 덮고 수생식물을 심는 식의 복원을 했다.

현실을 인정하며 인공과 자연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천복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리마트강은 생태복원 작업을 마쳤지만 엄격히 따지면 ‘자연형 복원’은 아니다. 상당 구간 콘크리트 제방이 그대로 남아있고 일부 구간에만 돌계단을 놓아 친수공간을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취리히는 도심 땅이 부족해 강 연안 건물을 철거하고 복구할 수는 없다.

 

 

 

 

 

 

 


대신 수질을 정화한 뒤 곳곳에 자연 친화형 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복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인 듯싶다. 특히 리마트강 복원에서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홍수뿐 아니라 갈수기를 대비한 복원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리마트강은 강물이 줄어들 것에 대비 곳곳에 자연 친화형 보와 섬을 만들고 치어를 방류하는 것이 특징이다.

취리히는 지난 1985년부터 이른바 복개천을 살려내는 작업을 해왔다. 예전에는 늘어나는 하수와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커다란 하수관을 묻고 하수와 빗물 등이 모두 하수관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오래전부터 흐르던 자연하천은 복개하거나 복토하여 주차장 등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것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임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수는 하수대로 처리하고 빗물은 작은 개천을 이루며 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하수처리비용 절감과 홍수에 대비하는 한편 강물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취리히에서도 하천관리의 기본은 빗물관리다. 물은 생명의 근원으로 그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물을 담는 용기가 되는 하천은 오늘날 본래의 생태적 기능은 무시된 채 이·치수 기능 위주로 정비됐다. 최근 들어 도시화에 따른 인구의 증가와 산업단지 개발 등에 따른 하천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이·치수에만 중점을 둔 하천 정비사업은 하천을 콘크리트화, 직강화, 복개화해 자정작용을 잃게 하고 있다.

따라서 하천고유의 생물종이 감소했으며, 하천의 경관은 단순화, 황폐화돼 하천의 환경기능은 상실됐다. 이·치수기능과 더불어 환경기능은 자연생태계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스스로 깨끗이 하는 자정작용과 각종 동·식물의 서식처로의 기능을 한다. 또 수변위락, 주변경관 등의 친수기능과 과밀화돼 가는 도시에서 공간기능을 가진다. 이중에서 환경기능은 매우 중요한 기능중 하나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이·치수 위주의 하천에서 원래의 자연스러운 생태계 하천으로 복원시키려는 사회적, 기술적 대안들이 다각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일부국가에서는 하천의 생태적 복원운동과 자연형 하천복원 기법이 시행되고 있다. 스위스의 하천의 재생, 독일의 하천의 재자연화, 일본의 하천가꾸기 등이 좋은 예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1985년 연방법으로 자연형 하천사업법이 제정됐다. 이 법안은 대부분 급경사인 스위스 하천의 특성상 치수 중심의 하도정비가 주류를 이룬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친자연적인 정비 매뉴얼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현존하는 자연하천과 샛강의 보호 △자연상태로 복원하기 위해 과거 운하로 만든 하천과 샛강 구간의 재배치 및 재생 △복개된 샛강의 암거 철거 △수생동물의 이동을 위해 턱이나 보를 철거해 지표수의 투과성 개선 △침식과 퇴적 등 같은 역동적인 과정 허용 등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이러한 자연형 하천법의 큰 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행동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방정부의 독립성에는 재정자립도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자연형 하천조성 사업은 각 지방정부의 재정형편에 따라 국비 지원이 차등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최대 80%까지 지원된다.

반면에 재정자립도가 높은 취리히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지만 스위스에서 자연형 하천복원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성공모델로 꼽히고 있다. 취리히가 이렇게 다른 주보다 앞서 자연형 하천복원에 눈을 돌린 것은 홍수예방과 수질정화의 목적이 컸다. 이러한 대원칙 속에 리마트강의 자연형 복원사업도 추진됐던 것이다.

“스위스의 자연형 하천복원 사업은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리마트강의 자연형 복원사업도 10여 년 전부터 점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하류에서 자연형 사업이 추진돼 자연형 하천복원의 과거와 현재를 한 곳에서 비교할 수 있다.

점차 자연성을 찾아가며 희귀 조류와 어류의 출현이 급증하자 제방주변에 조류관찰소 등을 설치 환경교육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개천을 복원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반대하던 시민들도 자기 집 앞에 시냇물이 흐르는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변하자 지금은 박수를 보내며 동참하고 있다”고 관리자인 함스 빌은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복개된 하천들은 미관상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마을마다 깨끗한 시냇물이 흐르면서 도시 전체를 쾌적하게 만들고 있다. 깨끗한 시냇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이제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도심하천을 만든 결과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된 처리수를 그냥 마실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다시 강으로 흘러 보내 하천유지수량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은 충청남도의 도랑살리기 사업이나 홍성군의 하천복원사업에서도 주목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 사업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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