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창고건물 문화·쇼핑공간으로 재생, 관광객 문전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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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창고건물 문화·쇼핑공간으로 재생, 관광객 문전성시
  • 한기원 기자·김현진 프리랜서 객원기자
  • 승인 2014.10.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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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 지역의 경쟁력이다(9) <도시재생, 일본 홋카이도에서 배우다>

버려진 창고건물 문화·쇼핑공간으로 활용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기념상품으로 성장


삿포로하면 ‘삿포로 맥주’가 첫 번째로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다. 그에 못지않게 홋카이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념상품인 ‘시로이 코이비토’ 역시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하얀 연인(눈의 연인)’이라는 의미를 지닌 명과 ‘시로이 코이비토’가 30년 이상 사랑받고,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 버려진 창고건물을 문화 및 쇼핑공간으로 활용한 '초콜릿팩토리'모습.

홋카이도 삿포로에 위치한 이시야 제과의 초콜릿팩토리(Chocolate Factory)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다. 초콜릿팩토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제조공장이자 박물관으로 공장의 생산과정을 관광상품화하고 초콜릿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서 호기심 가득한 공간, 추억과 사랑과 낭만의 공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화 속 궁전처럼 꾸며놓은 이곳에서는 초콜릿의 역사와 견학은 물론 초콜릿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있고 미술품 등을 전시하고 있는 문화공간이다. 건물의 절반은 제조공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관광객들의 문화·쇼핑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축음기 갤러리와 시대별로 가지런히 진열된 옛 장난감관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동심에 빠져 흥미를 갖고 구경하게끔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동화 속에 들어간 듯 아름답게 꾸며진 건물 앞 ‘장미정원’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초콜릿 색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과 태엽시계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추억을 담느라 바쁜 모습이다. 그 곳을 지나 제조공장에 들어서면 초콜릿 원료가 어떠한 환경에서 재배되고 있는지, 그리고 재배된 원료가 선별되어 사용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 '초콜릿팩토리'의 제품구입코너.

이시야 제과의 대표상품이자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여행상품인 ‘시로이 코이비토’의 제조 과정 역시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제조공장에 들어서면 바닥과 계단 등에 관광객들의 동선을 안내하기 위한 고양이발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발자국들을 따라가다 보면 18세기 무렵까지 음료로 귀족들에게 사랑받았던 초콜릿이 담겼던 초콜릿 컵 전시관과 옛 초콜릿의 패키지를 전시해 놓은 통로가 나타난다.

고풍스러운 옛 전시물들을 구경하며 고양이 발자국을 조금 더 따라가 보면 ‘시로이 코이비토’가 생산되는 제조공장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방금 구워낸 랑그드샤 쿠키 사이에 초콜릿을 바르는 모습과 냉각하고 유통 시간을 인쇄하고 완성품을 개별 포장하는 모습까지 직접 볼 수 있다.

‘시로이 코이비토’는 심플한 과자이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과정에 더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반죽에 생크림을 넣는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쿠키의 바삭바삭한 식감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분명한 것은 이곳의 명품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의 날씨, 온도와 습도에 따라 초콜릿 등의 원료 관리부터 오븐의 온도 조절까지 변하기 때문에 미세조정과 체크에 정성을 다한다.


 

▲ 시로이 코이비토'가 제조되는 과정부터 포장하는 모습까지 직접 볼 수 있는 견학코스에서 바라본 공장모습.

이것이 관광객들을 흡인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실제로 제조공장을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양의 과자를 골라내 폐기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변함없이 맛을 지켜내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로이 코이비토’가 어떻게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성장하게 됐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다.

초콜릿팩토리에서 제조된 상품들을 구입하거나 천연잔디가 깔린 축구경기장을 내다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쇼핑공간도 있다. 버려진 창고건물을 문화·쇼핑공간으로 활용하여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여행코스로 만들며 기념특산품으로 성장시킨 비결이기도 하다.

 

▲ '시로이 코이비토'의 제작과정을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

맥주박물관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삿포로팩토리’, 본래의 역할을 잃은 운하와 주변건물들을 활용하여 유리공예와 오르골로 대표되는 관광도시로 성장한 오타루, 그리고 ‘초콜릿팩토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진다. 일본은 공간을 보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생명력 있는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또 공간과 문화예술과 생태의 결합을 통해 창조도시를 이끈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멋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름의 핵심콘텐츠를 만들고 문화예술과 연계시키며 생태적인 환경과 차별화 된 디자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위대한 스토리텔러다.

도시마다, 공간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며, 드라마·영화·문화상품 등으로 발전시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일관된 정책과 시민 중심의 열린 문화행정으로 꽃을 피운다.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문화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행정을 만들고, 시민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운영시스템이 정착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도시재생정책은 지난 2001년 5월 고이즈미 내각에 의해 도입된 소위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 도시재생정책은 민간의 도시개발활동을 자극하기 위해 ‘도시재생특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촉진지구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에 한해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금융·행정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도시재생사례는 쇠퇴한 환경개선뿐 아니라 고용기회증대와 시대변화에 따라 기능을 상실한 도시공간의 재편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회복한다는 문화적 배경을 둔 공적측면이 강조된 사업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도시재생의 성공열쇠라면 자치단체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일본 속에서의 삶의 미학일 것이다.

 

▲ '초콜릿팩토리'견학 후, 잔디구장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그들의 속살을 엿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발전전략을 세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고용, 건강, 안전, 교육 등 삶의 질을 바꾸는 사회재생 프로그램을 도시재생사업에 포함시키는 흐름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결국 도시재생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역사성, 기억의 흔적을 가진 낡은 빈 건물을 복원하거나 재생하는 것이라는 본질적 측면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세계는 지금 도시재생 경쟁이 한창이다.

공동화된 도심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도시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홍성의 원도심 도심재생에 있어서도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과거 산업유산이 문화의 공간으로 재활용되면서 세계적 명소가 된 사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기획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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