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은 내 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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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내 눈에 있다
  • 권기복<홍주중 교감 ·칼럼위원>
  • 승인 2014.12.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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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12월은 눈의 나라(雪國)이다. 매일같이 내리는 눈은 아픔 가득했던 한 해를 새하얗게 덮으려는 몸부림만 같다. 지난 2월의 경주 마리나리조트 붕괴사건, 4월의 세월호 사건 등을 위시한 크고 작은 참사와 갈수록 극렬해지는 정당정치, 대통령의 비선(秘線) 국정농단 문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사건’으로 붉어진 재벌들의 권위주의와 인성문제 등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추운 겨울의 냉기보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한파에 몸서리치고 있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요즘엔 TV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잠시만 꾹 참고 보다가도 화가 치밀기만 하고, 자신의 무력감만 실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매한가지다. 뉴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TV 드라마 등도 마찬가지다. 서로 자기 자신만 잘 났다고 큰소리치는 세상이다.

여기저기서 말로는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요즘처럼 꽉 막힌 불통의 시대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대형이 아닌 소형TV 방송사에서 근래에 드물게 인기를 끈 ‘미생’ 드라마가 종영이 되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종영 후에도 사회적인 파장을 제법 크게 일으키고 있다.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이 넘친다는 평가와 함께 우리 사회와 너무 닮았다는 점,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인간성의 회복 노력 때문일 것이다.

서점에 가보면 가장 중심의 좌판에는 학생들의 참고서와 비문학 서적들이 온몸을 드러내어 자리 잡고 있다. ‘부자 되기’, ‘쉽게 성적 올리기’, ‘나를 더 부각키기’ 등의 관련 서적들이다. 그 책들 속에서 우리들은 ‘너’나 ‘그’를 찾을 수가 없다. 오로지 나를 위한 것들 뿐이다. 문학이나 철학은 나만의 요소로 구성할 수 없는 장르이다.

반드시 ‘나와 너’, 또는 ‘나와 너, 그’들의 요소가 결합되어져 구도를 이루고, 그 구도에 따라 내용을 풀어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는 그들 서로의 끈끈한 관계 속에서 ‘나’만이 아닌, ‘너’와 ‘그’의 면면을 헤아리게 된다. 그 가운데 나뿐만이 아니라 너나 그의 심중을 헤아리는 인성이 성립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인성을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으며, 타인을 배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에게 아름다운 인성을 가지라 한다고 하여 가져질 일이 아니며, 소통과 배려가 저절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만일 해당항공사의 부사장 정도 되는 사람이 봉지 째 견과류를 내놓는 승객에게, ‘어머, 고마워요! 저야 아무래도 좋지만, 다른 분에게 드릴 때에는 그릇에 담아 드리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면 어떨까? 그 승객은 존경심과 함께 평생의 교훈으로 새겨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사장은 남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남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배려를 공부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대한민국의 상류층 덕목에 없으니까. 이제라도 문학과 철학이 사랑받는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본래 인간이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어울림의 존재가 아니던가! 나를 알기 위해서는 너와 그를 알아야 하고, 나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너와 그의 존재 또한 인정해야 한다. ‘너’와 ‘그’라는 존재가 아름답게 보일 때, ‘나’라는 존재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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