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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06.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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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달력도 바쁘다. 누구는 쉬고 누구는 안 쉬는 반쪽짜리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뛰노는 아이보다 그걸 지켜보느라 어른이 더 바쁜 어린이 날, 전국이 카네이션 향기로 물드는 어버이 날,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는 스승의 날, 사회인으로 법적인 책임이 매겨지는 성년의 날 등으로 달력이 빼곡하다. 이 밖에 5월과 별로 관계없을 것 같은 유권자의 날, 입양의 날, 부부의 날, 바다의 날 등도 적당한 간격으로 잘 배치되어 있다. 5월은 두고 보기에도 아까운 날들의 연속이다. 특히 징검다리 휴일인 어린이날과 월요일에 배정된 석가탄신일의 울긋불긋한 황금연휴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봄 관광주간(5.1~14)에는 전국이 나들이 물결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태세다.

달력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니 시선 닿는 곳마다 신록이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의 청신한 얼굴이다>로 시작하는 피천득의 ‘오월’이라는 글에서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라는 문장이 구구절절 와 닿는다. 5월의 풍경은 사실 연한 녹색뿐이 아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 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가 바로 5월이다. ‘5월에 피지 않는 꽃은 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의 별 꽃이 다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꽃 박람회는 대개 5월에 열리며, 백만송이 장미꽃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에버랜드 장미축제도 5월에 시작한다. 계절도 왕을 뽑는지 모르지만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그 여왕은 언제 뽑혔던 것일까. 1945년에 발표된 노천명의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이라는 구절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서 이미 오래전에 선출된 것임에 틀림없다. 여태까지 계절의 여왕 5월에 대해 <4월>이나 <6월>의 이의제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이 여왕은 오래도록 지위를 누릴 듯하다.

우리에게 5월은 기쁘고 즐거운 날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5.16 군사정변과 5.18 민주화운동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들이다. 군사정변으로 인한 독재는 모든 갈등의 시작이 되었고, 그 서슬퍼런 군부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초개처럼 목숨을 던져 민주주의를 외친 민주화운동은 사회 갈등을 마무리하는 단초가 되었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가 솟는 것은 비통한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은 아름답고 조화롭다. 싱그런 초록과 투명한 푸르름이 세상을 조화롭게 한다. 가정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인 5월은, 심지어 소득세 자진 납부의 달도 잘 어울리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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