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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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6>
  • 한지윤
  • 승인 2015.08.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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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각에는 옥황, 용왕, 염라 등 3제황의 이날 선언에 입각해서 야당세력은 물론 운동권을 포함한 재야, 필요한 모든 세력을 규합해서라도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옥황상제가 재채기만 해도 용왕 및 염라대왕이 초긴장 하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고무적이고 진보적인 민주화, 자율화 추세인지 모를 일이다.
호동과 보자는 이미 그러한 안건을 긴급동의로 채택, 원만한 타결을 본 것이 분명했다. 길가의 얕으막한 블록담 위에 거대한 엉덩이를 나란히 붙인 채 앉아 있는 모습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피서지에서 생긴 일(미국영화)에서 그랬다.
트로히 도나휴인가 도너츠인가와 산드라 디인가 뭔가 하는 이름의 애리애리한 아가씨 배우가 던진 말이 있는데. 아무리 애리애리한 금세기의 미인이라해도 그렇다. 수연이 지금 신중에게 하고 있는 말처럼 감동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신중은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한껏 용기를 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말을 꺼냈다.
“실은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우리 앞으로 친구되어 그냥 각자의 이름을 부르도록 하는 게 어때요?”
그 말과 함께 의젓하고 싸나이 다운 모션과 액센트가 수연의 마음을 결정지어 놓았다.
“좋아요.”
그녀의 대답이 아닌 승낙의 말이 단번에 나왔다.
감동, 감격, 서스펜스, 센세이센 등이 총 집합된 순간이다. 남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누가 먼저 테이프를 끊느냐 하는 것 뿐이다. 신중이 먼저 수연아, 하고 부르느냐 아니면 수연이 먼저 신중아, 하고 부르느냐만 남아 있는 것이다.
젊음.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시기를 백사장의 여름철 한낮의 모래알처럼 반짝빤짝 빛난다고 읊은 게 분명했다.
나팔꽃의 봉오리가 톡 하고 터질 순간의 싱싱함이 있고, 해맑은 이슬방울이 꽃잎에서 도르르르 굴러떨어지는 순간의 아스라함이 거기에 또 있는 게 바로 청춘이다.
신중이와 수연이는 금새 오래사귄 친구 사이처럼 발전했다.
그 첫 날의 두 사람은 신방에서 마주앉은 신랑과 각시처럼 어쩐지 서먹하고 어색했다. 각시의 옷을 벗기고 품에 안고 자야되는 신랑, 신랑한테 옷이 벗기어 난생처음 외간남자한테 부끄러운 걸 몽땅 내보이며 그가 하는데로 그에게 안겨 아프고 황홀해야 되는 각시 같았던 것이다.
그랬던 게 그 뒤로 다시 만났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토록 수줍고 죽을 지경이던 각시였지만 이불 속에서 정신없이 끌어안고 할 짓 못할 짓 다 했고 보니 대담해졌고, 잘 될지 잘 못될지 몰라 은근히 겁났지만 막상 하고(그게 어떤 일인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테지만)나자 후련하고 자신감이 생기게 된 신랑의 마음이 그것과 비슷할까?
(이 질문에 대해 어린 사람들은 절대로 외면해 주기 바란다. 흉내내서도 안된다. 위험하다. 신랑과 각시가 이불 속에서 했던 걸 연습삼아 하려는 청소년이 있어서도 안된다. 특히 여학생이나 같은 또래의 여자청춘들이 그걸 연습하려고 남자친구의 손목을 끌거나 옆구리 툭툭쳐서는 더더구나 안됨을 명심하도록.)
어쨌든 그 다음 번 만났을 때 신중은 언제 그랬냔 듯이 수연에게 부담없이 말했다.
“수연아.”
“응?”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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