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lea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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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league)
  • 이성철 <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5.10.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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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 1.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잔치’, ‘축전’으로 순화. 2.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문화 : 1.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2. 권력이나 형벌보다는 문덕(文德)으로 백성을 가르쳐 인도하는 일. 3. 학문을 통하여 인지(人智)가 깨어 밝게 되는 것.

또 다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TV를 보는 사이사이에도, 신문에도, 그리고 인터넷을 열어보아도 전국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란 그저 단합의 의미로, 가족의 기념일이나 대소사를 축하하기 위해, 아니면 어느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그 지역이나 지역의 특산물 혹은 인물 등을 알리고자 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축제란 사실 그 규모만 본다하더라도 무척 큰 행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기다리고, 축제에 참여하며, 축제를 함께 즐기는가 보다.

여기서 한 가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지역축제와 지역문화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진다. 문화 활동으로 빚어내는 모든 산물들은 곧 인지(人智)와 연결되며, 그 인지가 어떤 특정 부분의 특징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 축제에서 이어지는 지역에 대한 인식과 그 지역의 의식수준의 문제가 결부되는 것이다. 어떤 계기로 인해 유명한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지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계신 어떤 분과 가끔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 분 말에 의하면, 역사적 기록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표나 발표는 정확해야하고 올바르게 표기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든다면, 어떤 특정 지역의 문화창출을 위해 행해지는 모든 일들은 그 근거나 출처가 분명해야하고 올바른 내용으로 대중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월산을 등산하다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며 한탄스런 목소리로 홍성지역의 의식수준에 대해 개탄하는 말하는 것을 듣고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월산 등산로 정상에 올라가는 동안 지나치게 더렵혀지고 어지럽혀진 모습들을 보며 내가 버리고 오고 망가트린 것 같은 느낌으로 민망해졌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산을 깨끗하게 지켜주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 하나하나는 그 모두가 우리 후손들에게 가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홍성의 ‘역사인물축제’는 정말이지 그 위상이 높다. 역사적 인물들을 본다면, 만해 한용운, 백야 김좌진을 비롯해 성삼문 등등…. 그러나 언젠가부터 홍성지역의 축제가 ‘만해제’에서 슬그머니 ‘역사인물축제’로 바뀌더니만, 만해 한용운은 오히려 출생지를 벗어나 승려생활을 하며 잠시 거주했던 인제군과 서울 성북에서 더욱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역사공부를 철저하게 하지 않은 대부분의 젊은층에게 ‘만해 한용운’을 물어보면, 백담사를 말하고 인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용운축제를 대답한다. 하긴 한국의 역사인물을 말하는데 굳이 출생지를 따져서 뭐 할 것이며, 그 인물이 홍성만의 인물인 듯 목소리 높여봐야 뭐 할 것인가 만은 그래도 무엇인가 잃은 듯해서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물론 축제이름을 바꾸고 축제 내용을 기획하는데 무척 고민하며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짜 모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축제로 하여금 홍성의 위상을 전국적으로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는가 생각해본다. 홍성지역만 해도 여러 축제가 즐비하다. 그러한 축제로 과연 홍성의 위상이 높아지고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홍성’이라는 곳을 얼마나 살기 좋은 곳으로 생각할 것이며, 또한 얼마나 많이 찾아 올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축제의 기획과정에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홍성을 고속철도 연결로 인한 투기의 장소, 귀농해서 어리숙한 농민들 위에 군림하기 좋은 곳으로만 인식돼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축제는 언제나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기에 그러한 축제로 인해 소외받고 소외당하는 계층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들만’이 즐기고 ‘그들만’의 기억으로 남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축제로 인해 우리 지역의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아졌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우리 홍성을 찾아오고, 아울러 우리 지역만의 독특하고 특징적인 정신세계의 문화가 형성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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