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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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의 아름다움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11.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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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는 나날들이 이어지는 요즘, 사진찍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볕이 온 대지에 쏟아지고 있다. 파란 하늘과 빨간 코스모스, 그리고 이삭이 팬 들녘의 황금물결은 두고 보기에 너무나 아까운 풍경인 탓에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어 사진 몇 장을 찍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보면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스마트폰 카메라 제조사들은 대충 찍어도 잘나오는 사진기술을 이미 구현하고 있고, 각종 후보정 프로그램들은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원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을 손쉽게 가공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찍은 사진만 유독 느낌이 없다면 그것은 사진 찍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무겁고 비싼 카메라는 훌륭한 뽀대와 좋은 화질을 약속하지만, 사진은 화질이 전부가 아니다. 작고 가벼운 휴대전화로도 얼마든지 멋진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장 단순한 방법 중의 하나는, 태양(빛)과 맞서는 것이다. 우선 인물을 찍을 것인가, 풍경을 찍을 것인가를 마음속에 정한 후, 사진에 담을 그 무엇(피사체)의 등 쪽에 태양(빛)이 오게 만든 후 찍는 것이다. 이렇게 역광을 이용하면 질감이 살아나서 묘한 생동감이 생기게 된다. 흔들리는 여자의 긴 머리칼이나 붉은색 단풍,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등을 역광으로 촬영해 보면 평소와는 다른 상당한 느낌이 묻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 스코펠리스 섬에서 촬영된 영화 ‘맘마미아’에서는 역광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도나(메릴 스트립)가 샘(피어스 브로스난)에게 불러주는 ‘The winner takes it all’이 흘러나오는 장면에서는, 코발트빛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메릴 스트립의 금발 머리가 역광에 찰랑대는 눈부신 모습이 오래도록 묘사되었다.

잘 찍힌 역광사진을 보면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역광사진을 찍는다면 대체로 어이없는 사진이 나오게 된다. 빛을 거슬러 찍을 때 생기는 밝기의 편차가 커서 찍고자 하는 부위가 검게 나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카메라 전화기는 자동모드로 찍히기 때문에 사람 눈과 같은 노출을 맞추기가 어렵다. 카메라는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사람인지 배경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럴 때는 노출을 과감히 올리거나 내리는 방법을 시도하면 극적인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스팟 측광 기능이 있다면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뒷배경도 같이 살리고 싶다면 플래시를 작동시키면 된다. 전화기 플래시는 광량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 사용하면 아쉬운 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화려한 역광사진을 원한다면 단연 플레어 사진이다. 이것은 역광상태에서 빛이 렌즈에 들어와 원형의 물방울처럼 프레임안에 표현되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주변부가 밝아지는 헐레이션도 비슷한 방법으로 시도하면 되지만 중요한건, 노출을 높여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역광으로, 노출을 높여서 사진을 찍어보자. 멋지고 아름다운 느낌의 사진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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