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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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 유감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6.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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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 씨가 그림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음모론’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기회에 ‘대신 그려주는 문제’에 대해 모종의 기준 같은 게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측도 있다. 헌데 가장 재미있고 놀라운 생각은 이 사건을 육체파 배우 마를린 먼로와 연결시켜 해명해보려는 입장이다. 자칭 계룡산 도사라는 분은 이렇게 일갈한다. “그게 다 유명세 탓인거여, 이름값을 치루는 것이라고! 섹스 심벌 마를린 먼로가 왜 한창 나이에 요단강을 건넜겠능가?” 검은색 정자관을 쓰고 반가부좌를 한 채 허연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종족유지 본능과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명예욕, 이 두 가지가 인간 활동의 원동력이거든!” 자신의 지난 세월을 더듬는지 사색에 잠겨 먼 산을 바라보던 계룡산 도사는 정색을 하며 돌아앉더니 낮고도 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 보았나? 거 왜 조디 포스터가 14 살짜리 창녀로 나오고 ‘대부II’의 알파치노와 쌍벽을 이루는 이탈리아계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택시 운전수로 나오는 영화 있잖아! 거 나오는 조디 포스터에 넋이 나가 그녀의 이목을 끌려고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한 힝클리의 미친 짓도 따지고 보면 빗나간 명예욕이야! 게다가 힝클리의 속셈 속에는 종족본능의 욕구까지 들어있었으니 악몽이 따로 없었던겨” 계룡산 도사의 주장에 의하면 시저를 암살하는데 앞장섰던 시저의 양아들 부르터스의 행위도 따지고 보면 하늘을 찌르는 시저의 명성에 의탁하여 역사 속에 뚜렷한 존재로 남고자 했던 부르터스의 명예욕이 빚어낸 비극이었다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을 저격한 존 부스인가 하는 배우도 유명해지려는 욕망으로 인해 그런 엄청난 사고를 쳤다는 것이다. 그 말은 일리가 있다.

그의 형 에드윈 부스는 미국 연극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배우 가운데 한 명이었기에 같은 배우로서 늘 형의 그림자에 가렸던 그가 2층에서 연극을 보고 있던 위대한 대통령을 저격한 심리의 기저에는 단박에 유명해지려는 강렬한 욕구가 악마처럼 도사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유명세’ 로 인한 순기능도 많기에 그 점을 국가발전 전략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필요를 역설하는 계룡산 도사의 말은 필자로서는 새겨 들만한 탁견이었다. 사실, 세계의 유명 관광지는 하나같이 그 곳의 대 자연과 인걸을 빌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교묘한 홍보전술로 쓰고 있다. 예컨대, 북경에서 별미로 파는  ‘동파육’ 만해도 그렇다. ‘적벽부’로 유명한 소식(동파거사)이 지방관으로 있을 적에 서민들을 위해 만들어 먹었다는 고사를 이용해서 판로개척에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보헤미아 (체코)의 중심도시 프라하에서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게 되는 ‘카를교(다리)’에도 상술이라고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다리 양쪽에 늘어선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유독 한분의 훌륭한 언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길이 없으나 그 성자 덕분에 관광객은 가슴에 감동을 안고 ‘카를교’를 떠올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작금 우리나라의 처지는 큰 틀에서 볼 때 대한제국 말년의 어려웠던 상황과 별로 다를게 없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곤고한 처지에 놓여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때야 말로 계룡산 도사의 말마따나 ‘유명세’에 따른 역기능은 반면교사로 삼고 순기능을 잘 살려서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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