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 조성사업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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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둘레길 조성사업에 부쳐
  •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06.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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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코리아둘레길’을 제안하였다. 이날 문체부는 “동해안의 해파랑길과 DMZ 지역의 평화누리길, 해안누리길 등을 연결하여 ‘대한민국의 대표 콘텐츠’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코리아 둘레길 연계 관광프로그램 개발로 관광객 유치, 도보관광의 강점을 활용하여, ‘지역에 머무르는 관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대효과로 연간 550만명 방문객 유치와 이를 통하여 7200억원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다.

정부에서 이제라도 4500km에 달하는 코리아트레일이라는 국가트레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걷는 길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주목할 일이고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국가트레일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정책이 없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왕에 <코리아둘레길>이라는 국가트레일을 조성할 계획을 수립한다면 많은 고민이 담겨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 부터 국가에서 걷는 길을 조성하고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보통 국가트레일(National Trail)로 부른다. 걷는 길이 국민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바를 높이 평가하고, 국가의 산림과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국가트레일의 유지관리 및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지원하고, 기업의 사회적 공헌 참여를 유도하여 재정을 확보하고 국민은 후원자로서 재정적 후원과 병행하여 길의 유지관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어 국가트레일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제주올레와 지리산둘레길이 시초가 된 것을 감안하면 불과 10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걷는 길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트레일 이라기보다는 민간에서 먼저 준비하고 역량을 모아 길을 만들고 운영했기에 국가트레일의 역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후 2009년 삼림청에서 시행한 ‘전국산림문화체험숲길연구용역’은 국가에서 조성하고 관리하고 운영하는 국가트레일(National Trail)을 만들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각 중앙부처 마다 무작위 적으로 영혼도 철학도 없는 걷는 길 양산경쟁에 뛰어 들었고 현재까지 전국에 약 600여개의 1만8000km의 걷는 길이 만들어 졌다. 하지만 현재 길을 유지보수, 관리·운영하는 별도의 주체가 만들어 져 운영되는 곳은 많지 않다. 한국걷는길 연합의 회원단체(제주올레, 지리산둘레길, 내포문화숲길 등) 몇 개소와 산림청에서 조성 또는 운영·관리하는 11개소(한라산둘레길, 금강소나무숲길 등)를 포함하여 총 20여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길을 조성하는 것 외에 조성이후의 유지관리와 걷는 길 위의 컨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운영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용, 인적, 물적 관광네트워크 구축,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순례자 전용 숙소인 공립 알베르게처럼 도보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는 숙소의 개발 등 인프라구축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길을 찾는 많은 도보이용자들과 오랫동안 그 길을 이용해온 지역민들의 정서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제반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준비해야 할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법률적, 제도적 정비다. 지난 5월 27일 우리 지역에서 개최된 제2회 내포문화숲길 활성화 심포지움에서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걷는 길을 조성하고 관리운영해온 한국걷는길 연합의 회원단체들은 걷는 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는 ‘한국 걷는 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내포선언’을 채택한 바가 있다.
 정부는 이번 코리아둘레길을 제안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10여 년 동안 걷는 길을 조성하고 유지·보수·관리·운영하면서 축적된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 단체들의 요구와, 노선 상에 있는 지역민들과 걷기여행 수요자인 도보이용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의 재판 이라는 오명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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