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원(요석 그리고 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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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원(요석 그리고 원효)
  •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07.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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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원효대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김선우 작가를 모시고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내포문화숲길에서 기획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서 내포문화숲길의 네 가지 테마 중의 하나인 원효깨달음길에서 원효대사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김선우 작가를 초청하여 그녀가 이번 작품에서 그려 내고자 했던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전국에서 사전 접수하여 참가한 50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원효대사의 전설이 살아있는 가야산 원효암터에 올랐다.

날이 조금 더워서인지 이마를 적신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가야산 중턱 내포문화숲길 5코스 중간에 자리한 원효암터에 이르렀다. 모두는 저마다 마련해온 도시락을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고 오늘의 주인공인 김선우 작가와 마주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에 출간한 ‘발원, 요석 그리고 원효’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점심을 먹고 피곤함이 몰려 올 법도 한데 참가자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영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었던 김선우 작가 친언니의 출가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녀가 평생 마음을 다해 소중하게 키워왔던 원효에 대한 사랑을 ‘요석’이란 인물로 대신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나갔다. 사전에 참가자들 모두가 그녀의 책을 읽고 와서인지 2시간 내내 이어지는 강의 속에서도 그녀의 애틋하고도 간절한 인간 ‘원효’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볼 수 있었다.

시인이자 작가로서 원효대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의 사상과 철학을 아름다운 서체로 써내려가는 그녀의 내면이 보이는 듯했다. 당시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시대를 극복하고 불교가 꿈꾸는 세상을 위한 원효대사의 근원적인 투쟁을 요석과의 사랑과 민중에 대한 사랑이야기로서 상상력을 키워나가기에 더없이 풍족한 시간을 보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했던 원효대사의 사상이 중국 뿐 아니라 산스크리트어로 번역되어 인도에까지 알려졌다는 대목에서 요즘 한창 유행인 한류 아이돌 그 이상으로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향을 끼친 대단한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우리 스스로 부처임을 자각하고 부처로 살아야한다고 가르친 원효대사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었다.

원효가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가야산자락 원효암과 원효굴 앞에서 이 시대의 원효를 그려 낸 ‘발원’이란 책을 통해 원작자와 함께 앉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원효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콘서트가 끝나고 산을 내려와 소감나누기를 진행하는 시간에서 그녀가 시대의 참극인 지난 ‘세월호’ 사건을 접하며 쓴 시를 낭송해 주었는데 그 또래의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대다수인 참가자 모두를 울음바다로 안내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살아 있어라, 산 자들이 숙제를 다 할 때까지

북한의 핵문제로 불거진 동북아시아의 혼란이 급기야 상주의 사드배치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삼국통일시기의 신라와 백제, 고구려, 당나라, 왜 등이 참여했던 동북아 최초, 최대의 국제전쟁터였던 한반도가 다시 한 번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일까? 서로의 국익을 위하여 온 동북아의 온 나라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들 또한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많은 고민이 앞선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평화를 위하여 어떤 자세를 보일 것인가를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만약 이 시대에 원효가 살아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60여 년 전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많은 이들이 아파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는 이 땅에 슬픈 역사가 되풀이 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원효’가 필요한 것은 혹시 아닐까?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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