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농가 1토종 갖기 운동 필요, 토종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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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농가 1토종 갖기 운동 필요, 토종을 응원한다
  • 오마이뉴스 유봉근 기자
  • 승인 2017.03.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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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왜 토종인가?
토종 호박씨앗 오래전부터 심고 받기를 거듭한 토종씨앗은 원래의 색을 띠고 있다.
개량종 호박씨앗 판매하는 씨앗은 소독,약품처리를 해서 색깔이 울긋불긋하다.


2011년 즈음, 막 귀농하여 농사를 배우던 시절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으면 불법”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설마?’ 했지만 그 말을 한 사람과 오래 있지 못해서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고 바쁜 일상 속에 잊혀갔다. 몇 해가 흘러 우연히 알게 된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란 다큐멘터리를 보고, 또 같은 제목의 책을 읽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1985년 미국이 전세계 최초로 식물에 특허를 줬고, GMO종자 대부분은 지적재산권의 비호를 받고 있으며, 결국은 생물을 인간이 독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 콩 중 4000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걸 토대로 다른 콩을 만들고 있으며 그런 콩을 우리에게 되팔고 있다. 우리 종자기업 중 청원, 서울, 흥농, 중앙종묘 등 4군데는 IMF사태 때 외국으로 넘어갔고 그 결과 청양고추 씨앗을 사는데도 로열티를 주고 있는 현실이다. 감귤, 김, 미역, 다시마 등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기업에서 만든 씨앗은 여물기 전 스스로 독소를 배출하여 배아를 파괴하거나(터미네이터 종자), 특정 화학물질이 있어야만 작물이 생장하거나 해충, 돌림병에 강한 속성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트레이터 종자)들이다. 터미네이터 종자를 사서 심으면 매해 씨앗을 사야 한다.

오늘날 종자기업은 대부분 농화학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농약에 맞춰 씨앗을 디자인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몬산토의 라운드업 세트가 있다. 라운드업은 제초제이고 라운드업 레디는 콩 이름이다. 라운드업을 사용하면 라운드업 레디라는 콩은 죽지 않고 다른 잡초는 모두 죽는다. 결국 그 콩을 재배하려면 제초제도 함께 사야만 한다.


■10년간 로열티 8000여 억원
“국내 농민들이 외국기업에 지불하는 특허 사용료 비용은 2005년 183억여 원, 2010년 218억여 원에 달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이후 10년간은 79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중에서 특허료 지불에 따른 금전 손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종의 단순화가 불러올 재앙이다. ‘1845년 아일랜드 감자대기근’, ‘1978년, 1980년 통일벼 냉해사건’, ‘1972년 광교콩, 괴저바이러스로 괴멸됐던 사건’ 등이 그 좋은 예다.

특허받은 씨앗을 가진 다국적 종자기업은 각 작물별로 잘 팔리는 것 한두 개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종의 단순화는 필연적인 결과다. 1990년대 인도의 면화농사가 몬산토에 의해 참혹하게 유린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몬산토의 면화종자는 10년새 2000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고 부채를 못이기고 자살한 면화재배 농민 수가 1990년대부터 2008년까지 20만 명이었다. 그 종자에 벌레를 죽이는 약을 주입했더니 몇 해 후에는 그 약을 이기는, 일명 슈퍼버그가 나타난 것이다.
 

홍성씨앗도서관에서 온 조선배추 씨앗.


■토종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토종종자모임 씨드림’, ‘씨앗도서관’…
“토종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 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이다.” - ‘토종’의 정의, 한국토종연구회-

다국적기업에 맞서 각국에서는 토종 씨앗를 지키기 위한 활발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브라질의 바이오나투르 생태 종자 네트워크(Bionatur Network for Argo-ecological Seeds), 인도의 나브다냐(Navdanya)운동, 호주의 시드세이버 네트워크(Seed Savers’ Network)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토종종자모임 씨드림’(회원 12300여 명)이 있다.

씨드림에서는 우리 토종씨앗을 수집, 보존, 분양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매해 특정지역을 선정하여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그것을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로 보내거나 씨드림 종자은행에 보존한다. 씨드림 회원들 중에 토종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늘어남에 따라 회원들간에도 자체적으로 씨앗을 나누기도 한다.

2015년 홍성씨앗도서관을 시작으로 안양, 수원, 광명에도 문을 연 씨앗도서관은 씨앗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서 적은 후원금을 받는다. 다음 해 씨앗을 받아 갚으면 되는 개념이다. 씨앗도서관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토종씨앗은 씨드림에서 후원하며 회원들이 증식하여 분양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민간의 노력과는 달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12년부터 4900여 억 원을 들여 글로벌 종자강국 실현을 위해 기획한 ‘골든 씨드 프로젝트’에서는 우리 토종씨앗이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1970년 21.8%이던 농가경영비는 2011년 66.9%까지 치솟았다. 종자를 사고 거기에 맞는 농약과 비료, 비닐을 사용해야 하는 농사는 빚에 허덕이는 농민을 양산할 뿐이다. 이제 ‘비용이 덜 들 뿐만 아니라 병충해에도 강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가진’ 토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일반인들은 물론 농민들조차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토종은 수량이 적고 모양이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다.

여기에 대해 안완식 박사(75)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토종이 개량품종에 비해 수량성이 낮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질을 더 따지지 않습니까? 토종 맛이 우리 입맛에 맞기 때문에 토종을 선호하는 예가 많아요. 넓은 면적에서는 개량종으로 다수확을 올리고, 토종은 유기농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에 넓지 않은 면적에서는 토종 유기농산물을 재배한다면 그만큼의 가치를 가격으로 보상받을 수 있겠지요.”

‘1농가 1토종 갖기’운동을 통해 많은 농민들이 변했으면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소비자들이다. GMO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우리 토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응원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토종을 심고 가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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