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살렘 왕국에서 로토피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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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살렘 왕국에서 로토피아로?
  • 김상구 칼럼위원
  • 승인 2017.03.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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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꿈꿔 왔던 상상의 세계가 현실화 되는 속도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 상상의 세계로 그려낸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는 배가 물속을 다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관을 통하여 소리를 전할 수 있고,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가상의 세계가 묘사되어 있다. 이 상상의 벤살렘 왕국에서는 식물과 동물의 성장을 일시 정지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종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기도 하는 동화 속 도깨비 방망이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고, 배양토로 기름진 땅에서 수백 배의 수확을 올리기도 한다. 인간의 이러한 꿈이 현실세계가 되는데 400여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 그보다 더 환상적 과학 유토피아로 가는 열차에는 가속도가 붙어 있다.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무인자동차가 일부 현실화 됐고,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해 인간이 해내기 어려운 일을 이미 척척 해내고 있다. 필자는 이런 세상을 로(로봇)+토피아(유토피아)=로토피아로 부르고 싶다. 이세돌을 이겨 돌풍을 일으켰던 인공지능(AI)은 이제 창조적인 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소설도, 신문기사도 AI가 쓰기도 하며, 일상의 통·번역도 구글 번역기가 해주고 있다. 이 모든 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영화에서나 가능한 일들이었다.

이처럼 베이컨이 살았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금은 변화가 빠르고, 넓고, 깊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제 4차 산업혁명』에서 세상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있다. 인공로봇이 단순 노동을 대신해온지는 이미 오래됐고, 스스로 학습하고 그에 대처하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으며, 곧 가정마다 인공로봇을 하나씩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외국여행을 할 때, 이제는 통역에 의존하지 않고 웬만한 일상어는 핸드폰의 번역기에 의존해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구약성서>에서는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오만에 분노했던 신이 본래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서로 알아듣지 못하도록 ‘저주’를 내렸었다. 그러나 영국의 SF 작가 더글라스 아담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바벨 피시Babel Fish’처럼 귀에 꽂으면 모든 언어를 모국어로 번역해 주는 인공지능을 인간이 만들어 내려고, 신에게 도전 중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인공로봇의 발전 못지않게 눈부시다.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를 완성하는데 10년이 넘는 시간과 27억 달러의 비용을 들였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발전은 의학 분야 뿐 만아니라 농업과 바이오 연료생산에도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전자 코드를 조작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특정 유전 특질을 지니거나 특정 질병에 저항력이 있도록 설계된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미 세계는 이런 것을 논의하기 위해 2015년 12월에 ‘국제인간유전자편집정상회의 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e Editing’를 개최한 바 있다.

베이컨의 환상적 벤살렘 왕국이 자연파괴라는 부작용을 낳으며 현실화 된 것처럼, 이러한 로토피아가 우리에게 안락한 ‘저녁이 있는 삶’을 그냥 제공해 줄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빈익빈 부익부의 불평등이 심화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몇 년 전만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에어비엔비Airbnb’, ‘우버Uber’, ‘알리바바Alibaba’등과 같은 국제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해 가고 있다. 이것은 승자독식이 심화되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는 베이컨이 꿈꿨던 벤살렘 왕국을 현실화시키면서 20세기를 지나왔다.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로, 축복이 재앙이 될 수 있음도 알았다. 지금, 세계가 환상의 로토피아로 함께 달려가지만, 인간의 욕망은 동시에 제어, 관리돼야 함을 지난 인류의 역사는 보여준다.

김상구<청운대 대학원장·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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