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사는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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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사는삶
  • 김경옥
  • 승인 2017.04.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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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향한 4월의 시작

#1. 2014년 4월 16일 ㄱ씨는 셋째인 막내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향했다. 어린이집으로 올라가는 길은 개나리꽃으로 가득했다. 아이의 원복도 진한 노랑색이었다. 지나가는 버스정류장 정보판에 제주행 배가 침몰했으나 전원 구조됐다는 글씨가 보였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이 탄 배라고 했다. 딸아이와 개나리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시간제로 일하는 ㄴ여중 도서관으로 향했다. 서가를 정리하고 반납된 도서를 확인하고 점심을 마친 후 인터넷을 열었다. 계속해서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세월호의 모습과 구조인원 몇 명, 실종자 몇 명의 뉴스로 바뀌어 있었다. 아까만 해도 분명 전원 구조라고 나왔는데...그 이후의 시간은 모니터를 보며 울었던 기억, 그리고 반복되는 침몰영상을 보며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하는 상상으로 기억되고 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갔었는데 그 해 수학여행은 취소됐다.

#2. 2017년 2월 ㄱ씨는 처음으로 국외 가족여행을 떠났다. 여행일정 중에 스킨스쿠버체험이 있었다. 이론지도와 실습을 할 때는 잘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바다로 나가 너무나 맑은 바닷물을 보며 마음이 설렜다. 산소통을 지고 물 속으로 들어가 점점 깊이 들어가며 안전을 체크하며 잠수를 할건지 결정하는 시간이 왔다. ㄱ씨는 햇살이 비치는 맑은 물 속에서 갑자기 숨이 막혀와 잠수를 포기하고 올라왔다. 안내 다이버는 호흡도 좋고 잘하시는데 왜 포기하느냐고 물었다. “그냥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아요” ㄱ씨는 잠수포기 이유를 중얼거렸다. 모든 일행의 잠수체험이 끝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ㄱ씨의 손목에 걸린 노란 팔찌를 보고, 아까 다이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ㄱ씨에게 말했다. “트라우마가 있으시군요.”

트라우마라는 말이 3년 사이에 누구나 다 아는 말이 됐다. 우리말로 사고휴유장애 또는 사고정신장애라고 표현되는 트라우마는 DSM-5(정신건강분야에서 임상수행을 위한 표준적 참고문헌)에서도 “비극적이거나 혐오스러운 사건에 대한 노출에 따르는 임상적 고통”으로 외상 및 스트레스성 관련 장애의 한 분야라고 말하고 있다. 즉 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 TV로 생중계된 세월호 침몰사고를 영상을 통한 간접 경험을 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다. 위에서 언급한 ㄱ씨는 바로 나다. 그리고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갖고 있는 지인도 그 당시 자기도 장비 챙겨 진도로 달려가고 싶다며 울었었다. 진도바닷물이 탁해서 가봤자 자신은 큰 도움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눈물을 보이며 한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무력감과 우울감에 허우적대던 우리 눈앞에 세월호가 뭍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미수습자 아홉 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침몰원인도, 눈앞에 뻔히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도 들어가 구하지 못했던 이유 등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의혹과 상상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었으며, 우리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한 시간이 3년이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침몰사고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밝히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줄 시간이 온 것이다. 미수습자 찾기와 침몰원인을 위한 선체조사 과정 전체를 우리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할 때다. 인양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일들이 생기고 있지만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알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위한 부모로서, 친구와 형제자매의 마음으로 연대를 해야 한다. 이 연대를 통해 진실을 밝히자는 우리의 노력은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맺힌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고, 제도 개선과 안전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에 일어난 안전사고들 역시 관련매뉴얼을 지키지 않거나 본인이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직업윤리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진실을 밝히는 첫걸음을 우리가 함께 시작해야 한다. 그것을 일깨워 주는 4월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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