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세월의 무게를 금빛으로 들어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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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세월의 무게를 금빛으로 들어 올리다
  • 글·사진=박현조 전문기자
  • 승인 2017.06.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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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충남장애인체전 역도 금메달 3개의 주인공 이장주 선수
이장주 선수의 경기 장면.

‘가슴 뛰는 감동체전! 함께 뛰는 행복체전!’ 이라는 구호 아래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펼쳐진 ‘제23회 충청남도장애인체육대회’가 10일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충남도내 15개 시·군 선수 및 임원 4000여 명이 참가해 육상과 수영, 배드민턴, 좌식배구 등 17개 종목에서 각 시·군의 명예를 걸고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이번 체전에 홍성군선수단으로 출전한 선수 가운데 역도의 이장주(38) 선수가 금메달 3개를 따는 영예를 차지해 화제다. 이번 장애인체전 역도경기는 예산 덕산면의 덕산고등학교 역도경기장에 지난 9~10일 이틀간 열렸다.

제23회 충청남도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 3개의 주인공인 이장주 선수는 훤칠한 키에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다. 이 선수가 역도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남편 정해실 씨가 뇌 부분에 장애가 있어 장기 입원하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남편이 입원하면서 살림을 할 사람이 자리를 비우게 되자 아들 천영 군의 학비라도 보탤까하는 생각에 장애인복지관을 찾았다고 한다.

단순 일거리를 맡아서 하게 되면, 용돈도 벌고 취미 삼아 공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때 복지관 소속 고인규(59) 감독의 권유로 역도선수 트레이닝을 받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역도선수의 생활이 2011년부터 7년째이다. 이 선수는 그동안 전국대회에서 5개의 메달(은 3, 동 2), 도대회에서 19개의 메달(금 13, 은 5, 동 1) 등 총 21개의 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안았는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추가하면서 총 24개가 됐다.
 

이장주 선수의 시상식 장면.


이장주 선수는 “체질적으로 어깨가 약해서 역도 경기가 힘은 들지만 운동을 할 때면 모든 어려움을 다 잊을 수 있다”고 말하고 “또한 메달을 따서 시상대에 오르면 승리의 쾌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집에 가면 반겨줄 남편이 병원에 있어 가슴 한편이 무너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아들 천영이가 다른 친구들과 다름없이 중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 고맙습니다. 하지만 늘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빠, 엄마가 떳떳하게 다른 학부모들처럼 학교에 가서  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고 말하는 이 선수의 눈에는 촉촉한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이장주 선수를 발굴해 지금까지 지도하고 있는 고인규(59) 감독은 “이장주 선수가 가정생활은 많은 고난이 있지만 운동경기에 임하면 최선을 다하는 선수입니다. 앞으로 9월 15일 전국체전이 전북 고창에서 있습니다. 그때 좋은 성적이 나오도록 잘 지도하겠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이장주 선수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홍동면 신촌마을에 살고 있는 나주정씨 27대 손인 정우진(86) 종친회장이 이 선수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장주 선수는 정우진 회장의 조카 정해실(49)씨의 아내이며, 손자 정천영(14·중1)군의 어머니이다. 숙부인 정 회장은 운동경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가정살림을 돌봐주고 있는 후견인 역할을 해주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후견인 정우진 회장과 이장주 선수가 그동안 수상한 메달을 들고 있다.


숙부인 정 회장은 “어려서 시집와서 장애를 가지고 어렵게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힘차게 운동을 하는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신촌마을의 큰 희망입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장주 선수의 사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선수는 홍성군 홍동면 팔계리의 친정집에 살면서는 가사를 도우며 신부 수업을 받고 있었으나, 이미 어려서부터 지적 장애가 있어 친정 부모들의 근심이 가득했다고 한다. 홍동중학교를 졸업하고 스물네 살이 되던 해에 이웃 동네인 신촌마을에 사는 이 선수보다 나이가 열한 살이나 많은 홍성고등학교를 졸업한 노총각(당시 35세))이었던 지금의 남편을 지인의 중신으로 만나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시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부터 남편은 실의에 빠졌으며 알코올 중독으로 뇌 부분에 장애가 생겨 장기 입원 중이라는 설명이다. 다행이도 아들 천영 군은 중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고인규 감독.


오늘도 이장주 선수는 장애인체전에서 차지한 금메달의 영광과 기쁨을 뒤로하고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들의 장래를 위해 무거운 역도를 들어 올리는 심정으로 세월의 무게를 들어 올리며 가슴속 깊이에서 마음의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 장애인 역도의 경기방식은 우리가 아는 바벨을 들어 올리는 인상, 용상의 역도경기와는 다르다. 파워리프팅(powerlifting)과 웨이트리프팅(weightlifting)이라는 경기로 열리기 때문이다. 파워리프팅은 웨이트트레닝(weighttraining)종목에서 높은 무게를 취급하는데, 한 경기에 메달이 3개가 달려있다. 바벨을 든 상태에서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하는 스쿼트(squat), 벤치에 누워 바벨과 중량을 들어 올리는 벤치리프트(benchlift),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무게를 들어 올리는 데드리프트(deadlift)등 3가지 종목 중에서 벤치리프트는 뇌성마비나 척추장애의 선수에게 실시되는 종목이다. 이장주 선수에게 해당하는 메달은 스쿼트 1개, 데드리프트 1개,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종목에서 득점한 점수를 합산해서 1개 등 모두 3개의 메달이다. 이번 장애인체전에서 이 선수는 이 3개의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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