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방앗간, 노인일자리 창출 성공한 농촌건강 장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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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방앗간, 노인일자리 창출 성공한 농촌건강 장수마을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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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
<18> 구항면 내현리 화산마을
출향인의 후원으로 외식과 수덕사 나들이에 나서기 전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즐겁다.

9월 초순의 태양이 오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던 날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 화산마을회관에는 어르신들이 나들이 옷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오늘은 홍주신문에서 취재 온다고 어르신들에게 좋은 옷 차려입고 나오시라 했슈.”

정헌규 이장이 기자에게 말했다. 마당에 서 있는 서너 명의 어르신들 가운데 30대로 보이는 퍽 젊은 남성이 돋보여 “마을에서 가장 젊은 분인가 봐요?” 했더니 그는 아니라며 식당에서 왔단다. 좁은 주차장에는 12인승 승합차도 2대나 서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은 어르신들이 수덕사에 점심식사 겸 나들이를 가기로 돼 있다고 했다.


 

송편을 빚고 있는 부녀회 회원들. 할머니 4명이 소일거리삼아 하면서 용돈을 벌어 쓴다.

■밭정비사업 농업용수 공급 원활
“우리 마을은 별 특징이 없슈.” 그러면서도 정헌규 이장은 밭정비사업과 떡방앗간 운영을 통한 소득사업을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밭정비사업을 한 후 농업용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져 올해 극심한 봄 가뭄에도 양파가 잘 돼 농가마다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고 했다.

마을에는 이미 상수도가 들어왔고, 농업용수는 마을 양쪽에 설치된 2개의 취수탑에서 밭마다 연결된 관을 통해 공급이 이뤄져 가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뙤약볕에 크고 굵은 알을 생산해내 최고의 상품으로 평가받고 좋은 값에 팔려나갔다. 판로는 걱정 없었다. 인천의 한 유통회사에서 밭뙈기로 계약했다. “전반기 마을총회 때 소득을 많이 올려 잔치도 했슈.” 양파재배농가는 14가구에 호당 평균 800평 규모라고 했다.


 

꽃밭미떡방앗간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주민들. ‘꽃밭미’는 화산을 순수한 한글로 풀이한 동네 이름이다.

■‘꽃밭미떡방앗간’ 대량생산 못해 공급부족
그 다음은 떡방앗간을 통한 수익사업으로 농촌 할머니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을 만 했다. 구항면에서 은하면 방면 지방도로에서 화산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꽃밭미떡방앗간’이 있는데, 황윤도 부녀회장을 비롯해 4명의 할머니가 일하는 어엿한 직장이었다. 지금 추석을 3주 가량 앞두고 송편 빚기에 여념이 없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돼 연 5000만원씩 3년에 걸쳐 지원받아 하는 노인회 소득사업으로 부녀회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은 어려서부터 전통적인 방식으로 떡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노련한 손놀림으로 송편을 빚었다. 그러나 외부 인력을 고용해서 하면 인건비도 건지기 힘들다고 했다. 기계로 대량생산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떡을 찍어내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은 양이 적어 수익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이미 몸에 익은 기술이기 때문에 소일거리하듯 하며 큰 욕심 없이 작은 용돈도 벌고 보람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운영한지 3년 됐는데 다른 마을들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천만원씩 지원 받아 각기 나름대로 사업을 벌였지만 돈만 다 쓰고 실패했죠. 지속적으로 하는 곳은 우리 마을밖에 없슈.” 판로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 받아 전국에 보내기도 하지만 주로 구항면 주민이나 다른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직접 사가는 경우가 많다. 판로확대를 꾀하고 싶어도 수작업이라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이 문제다. “아무래도 기계로 만든 떡 하고 맛이 달라요. 그래서 우리한테 떡을 사가는 분들이 많죠.”

황윤도 부녀회장의 말이다. 방앗간에는 고추 빻는 기계도 있었다. 정 이장은 참기름 짜는 기계도 지원을 받아 설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농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기계가 하나라도 더 갖춰지면 떡만으로 부족한 가게 운영에 큰 보탬이 되기에 그의 간절한 희망사항이었다. 참기름틀은 2000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앞으로 노인복지 차원에서 10~15명의 노인을 더 고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헌규 이장은 떡뿐만 아니라 한과도 만드는 등 품목도 늘려볼 계획이라며 의욕을 과시했다.


 

■일부 논은 농업용수로 확보 필요
화산마을은 현재 3개로 나눠진 내현리의 자연부락 중 하나다. 53가구 131명의 주민들이 2개의 반으로 나눠져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70% 이상 차지하며 젊은 층이 너무 귀해 환갑을 갓 넘긴 60대 주민이 청년회장을 맡을 정도다. 농업기술센터로부터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받았는데 최고령자가 92살의 신식연 할머니다. 뿐만 아니라 ‘충청남도 생명사랑행복마을 시범마을’이기도 하다.

정헌규 이장은 한 가지 단점으로서 수도작을 하는 주민들의 일부 논이 농업용수 사각지대에 있어 벌리마을 쪽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관로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산마을 사람들
노인들 위한 소득사업 치중

 

정헌규 이장
“우리 마을은 노인들이 많아 소득사업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화산마을이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이유는 어르신들이 잘 단합하고 모범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헌규 이장은 농업기술센터에서 건강에 도움이 되라고 일자리사업을 지원했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내실있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이장은 구항면이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덕담으로 서로 칭찬과 격려
 

하태성 노인회장
“정헌규 이장이 우리 마을을 잘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다 잘 되고 있습니다.” 하태성 노인회장은 칭찬으로 말문을 열면서 마침 그날 마을 출신 출향인의 도움으로 외식도 나가게 됐다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였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 했는데 그래도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서 홍성읍내 병원을 다닌다고 했다.  
 


“차 운전 못해도 난 오토바이족”
 

최창식 노인회 총무
“오늘 건강하신 노인회원 39명이 수락산에 가서 식사도 하고 대웅전도 둘러보며 산행을 하려고 합니다.” 최창식 어르신은 노인회 전체 40명의 회원 중 남자가 14명이라고 했다. 최 총무 역시 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였는데 교통사고 후유증이라고 했다. 자동차는 운전할 수 없지만 오토바이와 경운기는 노련하게 운행한다. 
 


농촌건강장수마을 60대 청년
 

정헌 청년회장
두드러진 주름살 얼굴이 노인회원으로 보였으나 청년회장으로 소개하는 정헌 씨에게 기자는 농담인 줄 알고 재차 물었다. 자신은 물론 주위에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청년회장이라고 우겼다. 나이 62살, 노인회에 입회할 자격이 없고 진짜 젊은 청년들이 없어서 회장을 맡았단다. 청년회원은 20명 정도 된다고 했다. “마을에 대소사 다 챙기고 잔심부름 우리가 다 합니다.” 하기사 100살 이상 목표로 삼는 장수마을에서 60대 청년회장이 어색할 것도 없었다.


“추석 앞두고 바빠졌어요”
 

황윤도 부녀회장
“꽃밭미떡방앗간은 4명이 각자 농사 지으면서 일합니다. 매출 많지 않지만 용돈 벌어 쓰는 정도죠.” 황윤도 부녀회장은 요즘 추석을 앞두고 부쩍 바빠졌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추석에는 송편, 구정에는 흰떡을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손으로 일일이 빚어 내는 것이라 열심히 하면 하루 7kg의 떡을 만들 수 있는데 판매수익금으로 한 사람 인건비로 정식 지출할 경우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수지는 안 맞지만 취미로 즐기면서 합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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