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지만 아름다운 양조장 결성 ‘별빛 드리운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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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지만 아름다운 양조장 결성 ‘별빛 드리운 못’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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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발효식품, 농업농촌 신혁신 모델 되다 <1>
‘별빛드리운 못’에서 생산하는 청주 ‘해’와 탁주 ‘달’은 홍동의 친환경 유기농 통밀을 재료로 삼는다.

지역의 전통먹거리 자원 이용 6차 산업 활성화 모델을 개발해야
일제, 1906년 통감부설치 주세령 공포, 집에서 술 빚는 것 금지
전통주는 쌀 소비 촉진시켜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전통주 ‘해와 달’ 친환경 찹쌀과 유기농 밀로 만든 누룩으로 제조


 

쌀값하락 등 농업·농촌의 위기 속에서 농촌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전통식품의 6차 산업화로 창조농업을 실현해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주와 전통발효식품 산업을 추진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지역 전통먹거리 자원을 이용한 6차 산업 활성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향토식품과 연계된 농어촌 관광 활성화를 도모해 활력을 잃어가는 농어촌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쌀과 농산물 소비를 촉진해 농촌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농산물을 이용한 전통발효식품인 우리의 술을 빚어 마시는 문화의 재생이 필요하다. 이런 연유에서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활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전통 가양주문화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쌀이 남아돌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술 관련 정책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통주를 활성화 시키는 일은 쌀 소비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농업·농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오래 전부터 술을 직접 빚어 마시며 즐겼던 우리의 전통적 술 문화가 실종돼 버렸다. 우리나라의 가양주 문화는 일제가 시행한 주세령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술은 아무런 첨가물 없이 곡식, 누룩, 물로만 가정에서 빚었던 하나의 발효식품이다. 따라서 우리의 술은 공동체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공동체음료이면서 생활문화 음료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최근 각종 합성첨가물로 맛을 낸 ‘식용 알코올’ 수준의 저급한 알코올 술의 범람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물론 국격도 떨어질뿐더러 수입 주류에 시장을 내주어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우리의 술이 유럽 등의 와인산업처럼 농업과 관광업, 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순기능을 하려면 인문적 향기가 살아 있는 제대로 된 술이어야 하는 이유다.


 

주차장을 개조해 양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주 육성, 법령정비 필수·지원체계 필요
우리의 가양주 문화가 단절되고 술 산업이 낙후된 원인은 일제 침탈과 해방 후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일제는 1906년 통감부 설치와 주세령 공포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집에서 술 빚는 것을 금지시키고 술에 높은 세금을 매겨 수탈했다.

1930년대 중반 조세수입의 약 30%가 주세수입이었다. 해방 이후에는 일제 정책기조의 답습 등이 겹쳐 우리 술 산업을 계속 뒤처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100년이 넘은 현재 한국 경제여건은 많이 바뀌었다. 일제시대 30%를 차지하던 주세 비율은 현재 1% 대로 낮아지고 쌀은 남아돌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술 관련 정책과 법령, 제도 등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전통주는 쌀 소비를 촉진시켜 농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급 술, 맛있는 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수입이 증가하는 등 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술 관련 정책·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발급하는 주류 제조면허는 허가요건·절차·제출 서류 등이 복잡한 데다, 제조방법, 원료와 배합비율, 첨가물 종류 등에 대해 허가를 받고 가격과 용기도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주세구조도 불합리하다.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포장비·이윤까지 포함한 출고가격에 세금을 매기다보니 고급술이 나오기가 어렵다. 여기에 주종의 구분과 제조기준도 일제강점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누룩을 사용한 한국 청주는 약주로 편입돼 청주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일본 사케 방식의 청주에만 청주라는 이름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다. 주세법에 의한 규제 외에 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위생기준 적용도 한국 술 제조업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식약처는 일반식품과 똑같이 술에도 HACCP 등 기준을 적용하며, 3개월에 한 번씩 자가품질검사를 요구한다. 외견상 식품안전이라는 측면에서 타당해 보이지만, HACCP 기준적용은 역사성이 바탕이 되는 명주제조에는 맞지 않으며, 잦은 품질검사는 1년에 한 번 양조하는 과실주 등에 과도한 비용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명 사케와 백주는 맛을 유지하고 역사성을 홍보하기 위해 오래된 곰팡이까지도 그대로 둔다. 명주의 조건은 깨끗한 공장과 자동화설비, 까다로운 규제가 아니라 맛, 문화와 전통 그리고 스토리다. 명주가 등장하기에는 현재 생산자에 대한 규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규제의 관성을 고려할 때, 술 산업 관련 주무기관이 바뀌지 않는 한 혁신적인 제도개혁도 쉽지 않은 이야기다. 한국 술 산업의 도약을 위해서 술 산업 관련 주무관청을 바꾸는 것을 포함해 법령정비 등 전면적인 규제개선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친환경 오리쌀·유기농 통밀로 전통 술 제조
결성면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아름다운 양조장인 농업회사법인 ‘별빛 드리운 못’이 자리하고 있다. 결성면 읍내리에서 만해 한용운선사 생가마을로 가는 도로 왼쪽 청룡산 아랫마을인 역촌마을에서는 술 익는 냄새가 사계절의 향기를 담는다. 산 밑 2층집의 1층 양조장에서 진짜 전통주가 익고 있는 향기가 난다. 이 마을로 귀촌한 강경숙 대표가 ‘별빛 드리운 못’ 이란 이름으로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전통주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별빛 드리운 못’의 강경숙 대표는 부천대학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면서 서울에서 전통주 제조법을 배운 뒤 우리술문화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했다고 한다. ‘우리술문화원 향음’은 우리나라의 사라져가는 가양주 문화를 복원하고 농업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4년에 결성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우리술문화원의 목적에 찬동한 강경숙 대표는 농촌에 진짜 전통주 양조장을 만들기로 했다. 10여년 동안 전국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결성면에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별빛 드리운 못’은 풀무학교에서 생산한 유기농 통밀로 누룩을 만든다. 누룩을 작은 덩어리로 빠워서 채반에 널어 낮에는 햇볕, 밤에는 이슬을 맞춰 박테리아가 퍼지게 하는 ‘법제’과정을 거친다. 홍동에서 생산된 유기농쌀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 술을 담근다. 친환경 유기농쌀이 가격은 두 배지만 고두밥이 일반쌀에 비해 부서지지 않고 황금색이 난다. 친환경 유기농 찹쌀을 고집하는 이유다. 전통주는 흰쌀 술, 흑미 술로 구분되며 청주, 탁주, 막걸리 등 레시피가 여러 가지다. 항아리에 담근 술은 10일이면 맛이 돌기 시작하고, 30일이면 술이 된다. 삼양주(청주)를 숙성시키는데 100일이 걸리고, 10개월~1년이 걸리는 술도 있다.

‘별빛 드리운 못’의 술은 쌀과 물 25kg으로 빚어 술 18리터가 나오고 나머지 7리터는 술찌게미다. ‘별빛 드리운 못’의 전통주는 살짝 ‘신맛’이 도는데, 이 신맛이 식욕을 돋운다. 이는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막걸리처럼 물을 타고 첨가물을 넣으면 면역력도 떨어진다. ‘별빛 드리운 못’의 전통주는 이름도 토속적이다. ‘해와 달’이라는 상표로 청주와 막걸리를 만들어 지난달 15일부터 서울의 호텔에 납품하고 있는데, 일단은 ‘인기 만점’이라고 전한다.

강경숙 대표는 “남편 박모 씨와 함께 술이 쌀 소비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란 걸 알게 되면서 친환경농업지역인 홍성으로 내려왔다”고 밝히고 “저희의 계산에 의하면 쌀 1kg으로 술 1.8리터가 나온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 사람이 지난해 소비한 쌀은 하루 평균 172.4g이었다. 2~3명이 앉아서 마시는 쌀술 1.8리터 한 병은 10.4명이 하루 세끼 먹는 밥과 같은 양의 쌀”이라는 설명이다.

“쌀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술이다. 쌀 소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특히 친환경유기농 쌀인 오리농 찹쌀과 유기농 우리 밀로 만든 누룩으로 지역농업과 연계하겠다는 마음으로 술을 만들고 있는데, 쌀 10㎏, 누룩 1㎏, 물 20리터의 비율로 제조하며, 여과기를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짠다”고 밝히면서 “기계나 여과기로 짜면 고급술이 나올 수 없다. 일본 등의 경우 효모가 없고 효소만 있는 것은 이스트를 쳐 알코올을 인공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우리나라 전통주는 수입쌀을 쓰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적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술 시장 규모는 출고가격 기준으로 9조4000억 원, 최종 소비자가격 기준 25조~30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연관 산업까지 고려하면 규모가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많은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산업이다. 소주와 맥주시장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고급 술 시장은 수입주류가 압도적이며, 전통주라 불리는 술의 비중은 미미하기만 하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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