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전통고추장, 순창재료로 순창사람이 순창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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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전통고추장, 순창재료로 순창사람이 순창서 만든다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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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발효식품, 농업농촌 신혁신 모델 되다 <5>
전통발효식품의 대표적 상징인 순창전통고추장 명인 문옥례 식품 전경.

순창군 전국 최초로 ‘고추장 명인’ 52명 백산리로 이주 시켜
마을의 가구 대부분 10억원가량 매출 기록, 중소기업 맞먹어
순창지역은 물과 공기가 맑고 지대가 높은 지리적 환경 갖춰
순창의 맑은 물, 기름진 토양에서 생산된 고추, 콩, 찹쌀 사용


발효식품은 우리 몸에서 △체내 불순물을 배출하고 △세포를 활성화시키며 △소화를 촉진하고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하는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품, 장수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 순창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발효 맛을 간직하고 있는 고을이다. 특히 발효식품의 대표적 고장으로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醬類)는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맛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추장은 조선시대 진상품의 반열에 오를 만큼 감칠맛과 매운맛이 일품이다.

순창읍에서 광주방향으로 5분가량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고풍스러운 한옥이 대규모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 나타난다. 이곳 순창 백산리가 고추장마을로 거듭난 것은 지난 1997년 10월의 일이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군이 고추장 제조 명인을 한데모아 전통의 맛을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 1993년부터 5년에 걸쳐 공사를 벌였다. 이후 순창군은 전국 최초로 ‘고추장 명인’ 52명을 백산리로 이주시켰다. 이 사업에는 모두 115억 원이 들어갔다고 전한다. 이 돈은 마을을 전통 한옥으로 바꾸고 고추장 제조·가공 설비 구입, 명인들의 이주비 등으로 사용됐다.

순창군은 지난 2004년에 장류개발사업소를 설립했고, 지난 2006년에는 산자부 지역혁신사업의 하나로 순창장류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고추장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순창군은 전국에서 소비되는 50% 정도(3000억 원)의 고추장을 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민속마을에는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85개 업체가 있으며 장류 산업으로 연간 3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마을의 대표적 고추장 명가인 순창 문옥례식품에서만 한해 40억~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설명이다. 순창군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마을의 가구 대부분이 10억 원가량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하고 “웬만한 중소기업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발효식품의 재료인 매주가 새끼줄에 매달려있다.



■순창고추장 인기 뛰어난 맛에서부터 나와
전북 순창에서 전통고추장을 담그고 있는 문옥례 식품명인(75)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36호’로 2010년 지정됐다. 1962년 순창고추장상회를 설립한 이래 1993년 전통식품인증(고추장, 된장, 청국장, 간장), 2000년엔 전통문화업소로 지정됐다.

문 명인은 6대째 순창 전통고추장의 맥을 잇고 있으며, “고추장은 찹쌀, 고춧가루, 메줏가루, 엿기름, 조선간장, 천일염을 전통 비율대로 섞어 숙성하면 되기 때문에 ‘정성’이 가장 중요한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문 명인은 “특히 순창지역은 물과 공기가 맑고 지대가 높은 지리적 환경을 갖췄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무공해 원료를 사용하는 것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순창고추장의 인기는 뛰어난 맛에서부터 나온다. 과학적인 생산공정과 명인들의 솜씨가 어우러진 데다, 발효 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서 15일 이내에 발효해 만들어내는 일반 고추장과는 품격과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순창고추장에는 찹쌀 22%, 고춧가루 18%가 포함돼 있지만 일반 고추장은 소맥분을 사용하고 고춧가루도 6% 정도 함유해 차이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일반 고추장보다 맛도 좋고 색깔도 진하게 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항암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아미노산균 보유량도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고추장마을의 이런 성과는 엄격한 제품 관리에서부터 출발한다. 예컨대 ‘순창고추장이라는 브랜드를 붙이려면 순창에서 나는 고추장 재료를 사용해 순창 사람이 순창군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또한 순창전통고추장이라는 브랜드는 순창군이 인증한 제품에 한정된다고 한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추장마을에서만 매년 50억 원의 순창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으며, 일자리도 지역 거주주민 이외에도 250여명이 일하고 있어 고용창출 효과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열악한 순창군에서 전국에서 가장 부자가 많은 동네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마을에서는 고추장 외에도 고추장과 관련한 어메니티도 갖춰가고 있다. 고추장 뷔페도 있고, 고추장의 역사와 순창고추장 생산과정도 파악할 수 있는 영상홍보관도 마련돼 있다. 이 마을은 지금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한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며, 매운 맛의 표준화와 고추장 소스 개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발효식품의 대표적 고장으로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醬類)는 국내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더욱이 고추장은 조선시대 진상품의 반열에 오른 만큼 감칠맛과 매운맛이 일품이다.


 

전통발효식품의 상징인 항아리.



■자연발효, 깊은 맛 나는 순창전통고추장
고추장민속마을은 순창지역에 산재해 있던 전통고추장 명인들이 한곳에 마을을 만들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장류산업을 반전시키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지금도 50여 가구의 전통장류 기능인들이 대를 이어 가업을 잇고 전통의 맛을 계승하고 있다. 집집이 장독대가 즐비하고 메주를 매단 모습이 고풍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이래서 순창이 발효의 마을인가 싶을 정도다. 항아리들이 먼지 없이 반짝이는 것에서 주인장들이 얼마나 닦고 아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벽 한편에는 메주들이 짚으로 꼰 새끼줄에 매달려 있다. 또한 고즈넉한 한옥들과 장독대, 널려 있는 메주는 그냥 그대로도 고향을 느끼게 해주는 볼거리다.

이곳에는 어느 집에 들어가도 장독대로 가득하다. 그 안에서 고추장, 된장, 간장, 매실장아찌, 감장아찌가 느리게 익어가고 있다. 어느 집에라도 들러 장맛을 봐도 이곳에서는 흠이 아니다. 오히려 장아찌도 맛보라고 내어주는 게 순창의 장맛이고, 훈훈한 인심인 듯싶다. 순창 전통고추장은 제조과정에서 빨갛던 고추장이 숙성되면서 진한 갈색을 띠는 갈변 현상이 나타난다. 외국산 원료로 만든 고추장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 문 명인의 설명이다. 또 순창 고추장은 메주를 음력 10월에 쑤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음력 7월께 만든다. 서까래나 처마에 매달아 말린 메주를 추석 무렵 빻아 음력 11월 말~정월에 담근다. 고추장을 항아리에 채우고 겉소금을 뿌려 비닐로 덮은 뒤 6개월 지나면 자연발효가 이뤄져 깊은 맛이 나는 순창 전통고추장이 된다.

문 명인은 “전복 홍합 새우를 넣은 전복고추장과 소금을 덜 넣은 저염고추장 등 다양한 제품을 상품화했다”며 “앞으로는 튜브형 용기를 개발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명인의 삼남 조종현 씨(57)가 순창고추장의 7대 전수자로 등록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순창 문옥례 명인의 고추장은 6대째 내려오는 독특한 방법과 국내산 원재료만을 이용해 제조된 전통으로 이어진 방법으로 만든 검붉은 색깔에 은은향 향기와 감미로운 맛이 타지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문옥례 명인만의 손맛이 담긴 고추장이다.

문옥례 명인의 고추장의 특징은 우선 고추장 담그는 시기가 다른 지방과 다르다. 다른 지역은 음력 10월에 메주를 쑤어 이듬해 봄에 담그나 순창은 음력 7월에 쒀서 메주를 띄우고 고추장도 음력 동짓달 중순에서 섣달 중순 사이에 담근다. 또한 메주 띄우는 시기도 다르다. 다른 지역은 음력 10월 메주를 띄우나 순창에서는 음력 7월 전후에 고추장용 메주를 별도로 만든다. 이와 함께 물과 기후가 좋다. 순창은 예로부터 지명이 옥천(玉川) 고을로 불릴 정도로 물이 좋은 고장이며 순창의 맑은 물과 기름진 토양에서 생산된 고추, 콩, 찹쌀 등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식품 가업을 승계한 조종현 대표는 “지금 페스트 푸드 MSG 등의 식품에 길들여져 있는 청소년들이나 우리 직장인들을 포함한 그런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입맛을 다시 찾아 주고 싶다”고 말하고 “우리에게도 우리 입맛 전통이 있듯이 이제 다시 우리 전통으로 되돌아가 건강해지는 대한민국의 전통식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 장류체험관 또는 우리 전통장류박물관을 설립해서 장류체험관을 통해 체험하고 맛보고 하는 동안 우리의 것을 쉽게 접하고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품회사가 단순히 식품을 제조, 판매 하는데 머물지 않고 장독에서 식단까지 올바른 음식문화를 형성해 가는데도 노력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앞으로도 고객의 구미에 맞게 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 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기사는 2017년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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