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산감리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공동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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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감리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공동체 마을
  • 취재=허성수/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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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

<26> 홍북읍 갈산리 원갈산마을
마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갈산감리교회. 올해 112주년을 맞이했다.

1905년 갈산감리교회 설립 후 모든 주민들 기독교로 개종
전주 이씨 집성촌에서 이인주 장로 영향력 혈족 변화시켜
원래 들이 넓어 벼농사 위주로 소득 올리며 자녀교육 힘써
지금은 노동력 비교적 적게 드는 딸기로 눈돌려 부농 일궈



홍성군 홍북읍 최북단, 예산군 삽교읍과 경계를 이룬 장항선 철길 주변 평야지대에 위치한 갈산리는 갈산감리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기독교 신앙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 한 가운데 높은 석탑이 돋보이는 갈산교회가 1905년 설립된 후 모든 주민들이 기독교로 개종함으로써 신앙으로 하나가 되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도화선이 된 전주 이씨 집안의 개종
원래 전주 이 씨 집성촌이었던 이 마을이 쉽게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씨 문중에서 영향력이 강했던 이인주(1875~1949)라는 분이 1905년 4월 25일 자신의 집을 개방해 예배처소를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동네의 모든 혈족들이 모여들면서 동네 전체가 일찍이 기독교 공동체로 변화됐다. 일제감정기에 편찬된 홍주군지에도 ‘종교신도 집단부락’이라고 갈산리가 소개될 정도였다.

그 후 종교적 가치와 충돌하는 전통문화나 도박과 노름, 주색잡기 등의 불건전한 오락과 퇴폐문화도 단절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미국 선교사를 통해 일찍 서구문화와 함께 신교육에도 눈을 떠 문맹퇴치를 위한 사립학교도 세워졌다. 1920년 갈산교회 이인주 장로가 세운 대성학교는 10여 년간 운영됐으나 1930년대에 이웃에 공립 삽교초등학교가 설립되면서 자연히 폐교되고 말았다.

비록 벽촌이었지만 일찍 글을 깨치고 도시로 떠난 사람들 중 계속 교육을 받고 성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지금도 ‘원갈산’으로도 불리는 갈산마을에 남은 주민은 43세대 88명으로 80% 이상 갈산교회에 출석한다. 점집이나 사찰 등 다른 종교시설이 없고, 10월에 드리는 전주 이 씨 조상시제는 전통적인 제사가 아니라 목사가 집례하는 예배 형식으로 대신한다. 갈산마을에서는 특히 목사를 많이 배출했다.

갈산마을에서 별 거리낌 없이 이어가고 있는 전통문화가 있다면 정월 대보름날 척사대회다. 그 날은 마을회관에 모두 모여 윷놀이를 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또 추석에는 하천에서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나눠 먹는다.

“우리 동네는 술 담배 하는 사람도 없어요.”
갈산마을 이재현 이장의 말이다. 그 역시 갈산교회 권사 직분을 맡고 있는데 주일에는 교회 버스를 운전하며 원거리 교인들을 모셔오는 차량 봉사를 한다.


 

왼쪽부터 원갈산마을 이재현 이장과 이수하 회장.


■쌀 생산 위주에서 딸기로 고소득 올려
갈산마을은 원래 들이 넓은 지역이어서 옛날 쌀이 귀하던 시절에는 이곳 주민들의 소득이 꽤 높았다. 벼농사를 위주로 하는 주민이 많았고, 수확량도 많았기 때문에 머슴을 여럿 두는 지주도 있었다. 가을에 돈을 두둑하게 쥐더라도 헛돈을 쓰지 않았다. 교회를 통해 신교육에 일찍 눈을 뜬 주민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자녀를 혼자 외지로 유학을 보내기도 했지만 전 가족이 이농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에 경지정리를 한 뒤 갈산마을은 홍북읍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를 확보했다. 예당저수지에서 농업용수 공급도 원활하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쌀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도 떨어져 노동력이 비교적 적게 들면서 고소득이 가능한 다른 품목으로 눈을 돌린 농가가 많다. 물론 대부분 겸작을 하지만 특수작물에서 부가가치를 얻으려고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갈산마을에서는 그 가운데 딸기를 선택한 농가가 많다. 홍성딸기연구회 이수하 회장이 갈산마을에서 30년 전 딸기농사를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전업농으로 성공했다. 그가 선구자 역할을 하면서 지금 갈산마을에서만 14농가가 딸기작목반에 참여하고 있다. 또 홍성군 전체에서 딸기 재배에 종사하는 농가만 180가구로 이 회장이 이끄는 홍성딸기사랑회를 통해 결속을 다지며 정보교환과 교육을 통해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딸기는 빈곤타파의 수단이고 가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농사입니다.” 그가 딸기농사를 평생 하면서 얻은 진리다.


 

■안심할 수 없는 식수 문제 해결돼야
이재현 이장은 농업용수는 큰 걱정이 없는 대신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를 안심하고 마시기 어려워 광역상수도 개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6년 전 군청에서 지하수의 샘에 불순물을 저감하는 장치를 설치했으나 인체에 해로운 라듐이 검출되고 있다고 했다.

“군에서 광역상수도 공사비가 너무 많이 들어 엄두도 못 낸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마을 가까운 곳까지 왔으니 연결해 줬으면 합니다.” 또 각 가정으로 연결하는 지하수 수도관 개설공사를 하면서 뜯었던 마을 안길과 진입로 일부구간에 덧씌우기 포장공사가 깔끔하지 않아 재포장공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을 ‘딸기특구’ 만들어야죠

이수하 회장의 딸기농장에서 딸기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추수감사절 무렵인 11월 셋째 주에는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고 한다.
이수하 홍성딸기연구회장
이수하 홍성딸기연구회장은 딸기농가들이 농사짓는 특징에 대해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1000만원 버는 농가는 발로 짓는 농사요. 2000만원 버는 농가는 손으로 짓는 농사요, 3000만원 버는 농가는 머리로 짓는 농사요, 3000만원 이상 버는 농가는 마음으로는 짓는 농사입니다.”

무슨 뜻인지 되묻자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욕심 없이 딸기를 재배하면 하나님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1개동당 3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절대자에게 의지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농사에 전념하면 바라는 것 이상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신앙적인 해석이었다. “발로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손으로 세밀하게 보살피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마음으로 지으면 3000만원 이상 벌 수 있으니 딸기는 최고의 농사죠.”

이수하 회장은 건국대학교 농과대학을 나온 엘리트 농사꾼이다. 대학에서 과수·원예·축산·수도작 등 농사 현장에 바로 접목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교육학까지 공부했다.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생활도 했지만 일찌감치 박차고 고향에 돌아와 농사꾼이 됐다. 마을이장 9년, 새마을지도자 9년 등을 맡아 갈산리를 선도적인 농촌마을로 바꾸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젊은이들의 행렬은 갈산마을도 예외가 아니다. 이 회장은 딸기농사를 적극 장려함으로써 젊은이들이 농촌에서도 고소득을 올리며 살 수 있도록 군이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딸기 하우스 1동 짓는데 드는 비용을 절반 정도는 군이 지원해줘야 합니다. 나머지 50%는 본인 부담으로 하면 됩니다. 그런 행정적 지원이 있어야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결혼해 아기도 낳으며 정착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딸기 하우스 7개 동을 지어 외국인 2명 정도 고용해 재배하면 연 1억원의 소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닐 하우스는 보통 길이 90m, 폭 8.5m 규격으로 짓는데 1개동에 못 벌어도 1000만원 소득이 가능하고 최고 3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 4개 동의 비닐 하우스에서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자신의 아들도 딸기농사로 고향에 정착할 있도록 지금 4개동의 하우스를 별도로 지어줄 계획이다. 

“딸기는 욕할 줄 모릅니다. 정성을 들여 가꾼 만큼 주인에게 보답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도 주지 않습니다. 환경오염 문제도 없습니다. 딸기를 서로 나눠 먹으며 동네사람들과 서로 정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그의 딸기예찬론은 끝이 없었다. 홍성딸기는 전국에서 최고 등급을 받기 때문에 판로걱정도 없다고 했다. 그의 꿈은 홍성군을 ‘딸기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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