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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순간인거야 <7>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문주희씨! 문주희씨! 끝났어요‥‥‥ 들려요?”
나간호사가 말하자 환자는 졸린 듯한 목소리로,
“네.”
하고 겨우 대답하긴 했으나 아직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이 또렷해진 상태는 아니었다.

옷을 고쳐 여며 주고 축 늘어진 환자를 옆방의 안정실로 힘이 센 이나미 간호사가 옮겼다. 이나미 간호사는 워낙 힘이 센 여자라 사람 한 명 정도는 거뜬히 들어 올리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문주희씨가 수술을 받고 나간 다음에 곧 이어 들어온 환자는 안경을 낀 남자였다.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앞머리가 벗겨져 가고 있었다.

차트에 이름이 임신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 한박사는 직감적으로 오늘이 목요일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는 인천에 새로 생긴 백화점의 판매과장직을 맡고 있는데 목요일은 백화점이 휴업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매주 수고가 많군요. 오늘도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오전 일찍 나오셨군요.”
이름이 임신중이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 사내는 아직까지 임신을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서른셋에 결혼한 후 7년이 지나도록 아직 아이가 없었다. 5년 동안은 곧 있겠지 있겠지 하는 기대 속에서 살아왔으나 막내 여동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난 뒤부터는 열화같이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

대체로 불임증의 책임은 남녀 쌍방에게 모두 있는 것이다. 한박사의 병원에 아이를 원해서 오는 사람들은 대개 여자 쪽이다. 여자 쪽에 불임증의 원인이 있을 경우에는 그래도 좋으나 그렇다고 전적으로 남자 쪽에는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부부는 그 책임이 전적으로 남자 쪽에 있는 케이스의 불임증이다. 부부생활은 일반부부와 다를 바 없이 평범했으므로 정밀한 진찰결과 임신중이라고 하는 남편 쪽이 무정자증의 남자였던 것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체로 사춘기 이후에 앓은 유행성이하선염으로 인한 고환염이라든지 렌트겐의 과다한 촬영이 그 원인이라고 의학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임신중이라고 하는 사내의 경우는 이렇다 할 정확한 원인 요소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삽화·신명환 작가

정자는 1cc에 8천만 마리 가량 정액 속에 함유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건강한 남성이 한 번 사정을 할 때의 양은 대개 약 3.9cc정도인데 그 3.9cc에 2천만에서 5억 마리의 정자가 들어 있다는 설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약 4억 마리 가량의 정자가 들어 있다.

400배의 현미경 아래에 토오마의 산정반에 20배로 희석한 정액을 놓고 현미경의 시야를 조금씩 이동시키면서 80소구획에 셀 수 있는 정자의 숫자에 100만을 곱하면 1cc중의 정자의 총 수량을 계산할 수가 있다.

현미경을 통해서 관찰해 보면 정자는 올챙이 모양의 형태를 하고 은색을 띄며 마치 올챙이가 헤엄치듯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머리가 둘로 되어 있는 기형도 있고 꼬리가 두 개로 나뉘어진 기형도 섞여 있다. 이런 기형인 정자는 난자에 달라붙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태아의 기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정자의 수가 1cc당 3천만 마리 미만이 될 경우 임신이 어렵게 되며 1천만 마리 이하가 될 경우 임신은 더욱 절망적이라 하고 있다.

난자에 돌입해 임신이 될 수 있는 정자는 이론적으로는 한 마리면 충분할 것이긴 하지만 난자에 달라붙은 정자의 수량이 100을 단위로 하는 무리의 수가 되지 않으면 그 중의 한 마리가 난자에 진입해 들어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정자의 수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자의 활발한 운동량도 임신 가능성의 문제가 된다.

정자 중에는 수영선수가 400미터를 4분 30초대에 헤엄치는 사람과 거의 엇비슷한 속도로 운동하는 정자도 있다. 거기에 체장을 비례로 한다면 이런 속도로써 5천 미터를 헤엄치는 결과가 되는 셈이다. 정자의 활발한 진입은 이러한 운동량을 지니고 있다.<계속>

한지윤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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