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과 함께 먹는 양푼동태탕, 서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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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과 함께 먹는 양푼동태탕, 서울식당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2.2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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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북면 홍북로 388 서울식당
양푼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동태탕에 알과 고니가 듬뿍 들어 그 맛이 더 시원하고 칼칼하다.

겨울의 끝을 알리는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비록 자동차를 끌고 다니면 미끄러운 도로 때문에 걱정도 되지만, 안에서 밖을 바라보자면 그지없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이다. 온통 새하얀 세상에서 유독 칼칼한 음식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뿐만의 생각일까 싶다. 홍북읍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농협주유소가 있고 그 옆에 서울식당이라는 빨간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판에는 없는 메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양푼이 동태탕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메뉴판에 메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종이에 투박하게 쓴 ‘동태탕’이라는 글자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식당 안에는 화목 난로가 겨울의 분위기를 더욱 달군다. 작은 창 안으로 끊길 듯 끊기지 않는 불길 위에 주전자는 남몰래 하얀 김을 뿜어낸다. 서울식당 김주은 대표는 손님이 없는 시간, 난로 옆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읽는다. 오늘 읽는 책은 김창옥 스타강사가 쓴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다. 삶이 권태로울 때, 뭘 해도 행복하지 않을 때, 이제 그만두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다고 해서 산 책이다. 물론 살다보면 그럴 때는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럴 때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특히 얼큰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그런 잡생각이 확 날아간다. 인생이 어디 한 번에 완성되던가. 우리는 늘 고민하며 완성되지 않은 내 인생을 조율해가며 산다.

드디어 주문한 양푼이동태탕이 나왔다. 겨울이면 더 단맛이 나는 대파를 듬뿍 올린 동태탕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국자로 위아래를 섞으니 고니와 알이 가득이다. 동태탕은 잘못 끓이면 특유의 쓴맛이 나니 그 맛을 잡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동태는 명태를 얼린 것을 말하는데 생선을 말리게 되면 간을 보호하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감기 예방에도 탁월해진다. 그래서 주로 추운 겨울에 많이 먹는다. 김 대표는 홍북읍으로 오기 전 홍성읍에서 양푼이동태탕 식당을 오랫동안 운영했고 이곳으로 온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김 대표의 손맛이 그대로 담긴 동태탕은 비록 장소는 바뀌었지만 그 맛은 그대로다.

동태탕만이 아리라 곁들여 나오는 반찬 수도 매일 12가지나 된다. 미역줄기 볶음, 소시지부침, 건새우볶음, 달래무침, 묵은지김치볶음, 콩자반, 숙주나물, 겉절이 김치 등 매일 메뉴가 바뀐다. 모든 음식을 후다닥 해치우는 스타일인 김 대표는 반찬 만드는데 큰 고민하지 않고 뚝딱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맛만큼은 정갈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맛이다.

드디어 동태탕이 제 맛을 내며 끓어오른다. 큼지막하게 썬 무와 대파가 달큰한 맛을 내고 동태가 내는 맑고 시원한 육수, 고춧가루가 내는 얼큰함이 어우러져 이마에 땀이 송송 난다. 주인장의 인심이 듬뿍 담긴 고니와 알을 와사비가 섞인 간장에 찍어 먹으니 알 특유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가득이다. 국물을 떠 먹으니 시원하고 칼칼한 맛에 반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맛이다. 더구나 양푼에 끓여내 맛의 운치를 더했다. 밖으로 보여지는 설경은 덤이다.

하긴 서울식당 모든 메뉴가 술을 부르는 음식들이다. 오리주물럭, 오리탕, 닭도리탕, 알탕 그 어떤 것 하나도 소주와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 없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창밖의 설경을 감상하며 얼큰한 동태탕으로 겨울의 여유를 만끽할 일이다.

메뉴: 양푼이동태탕 9000원, 오리주물럭 5만 원, 오리탕 5만 원, 닭도리탕 5만 원, 알탕 9000원, 고니, 알 추가 3000원
문의:633-4484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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